만 50세 미만 남성 신자 1,59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진중세례가 계속되어야 한다고 답한 응답자가 10명 중 7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결과를 토대로 진중세례의 필요성이 다시금 재조명된 가운데, 군 선교가 한국교회 청년사역 발전의 동력으로 대두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한국기독교군선교연합회는 지난 20년 간 300만 명이 넘는 장병들이 진중세례를 받았다고 밝혔다.ⓒ데일리굿뉴스

진중세례 신자 中 '전역 후 일반교회 출석'…37.6%에 그쳐
 
한국기독교군선교연합회(이사장 곽선희 목사, 이하 군선교연합회)는 만 50세 미만 남성 기독교인을 대상으로 '한국교회 남성 신자 진중수세 및 신앙생활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지난 7월부터 약 2달 간 진행된 설문조사는 서면과 인터넷으로 실시됐으며 총 21문항으로 이뤄졌다.
 
설문조사 결과 남성 기독교인 가운데 진중세례를 받은 응답자는 약 3분의 1(34%)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 진중세례가 신앙생활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전체 응답자 가운데 10명 중 7명은 진중세례가 앞으로도 계속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군선교연합회 오기선 간사는 "이번 설문조사를 통해 병영 내 장병 전도 진중세례 운동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며 "장병들이 처음 복음을 접하게 되는 계기가 될 뿐만 아니라, 과거에 세례를 받았던 청년들에게도 진중세례는 다시 신앙생활을 하는 계기가 된다"고 평가했다. 

이처럼 진중세례가 그 나름의 성과와 의의가 존재한다는 것이 이번 설문조사를 통해서도 다시 한번 확인됐다. 하지만 세례 장병의 숫자를 강조하는 성과 위주의 진중세례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군 선교 사역자들은 "현재 군 선교가 △진중세례 △세례교인의 양육 △전역 후 지역교회와 연결이란 세 분야 가운데 가장 가시적인 진중세례에만 치중돼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 설문조사에서도 진중세례 신자가 전역 후 일반교회에 출석한 비율은 37.6%에 그쳐, 지역교회로 환원되는 경우는 여전히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교회에 잘 정착해 신앙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군선교연합회가 전역하는 장병들에게 교회 명단을 제공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그 효과는 미미한 상황인 것.

뿐만 아니라 진중세례를 받은 장병 가운데 구원의 확신이 있었다고 답한 응답자는 40%에 불과해, 신앙이 없는 장병들에게 세례를 남발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선 세례, 후 양육' 군 선교 방식…"형식적 그리스도인 양성할 뿐" 
 
그 동안 진중세례는 '초코파이 세례'라고 불릴 만큼 초코파이나 햄버거와 같은 간식을 앞세운 물량주의 선교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하지만 실제로 간식 때문에 세례를 받았다고 답한 응답자는 전체 응답자 가운데 27명으로, 12.4%에 불과했다.
 
오히려 주변 분위기에 따라 충동적으로 세례를 받게 된 경우가 상당했다.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10명 중 4명 가까이가 지휘관이나 동료의 권면(28.9%), 행사 참여 권유(8.3%)로 세례를 받게 됐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전 국방부 군종정책실장 이호열 목사는 "이러한 '선 세례, 후 양육' 시스템의 군 선교는 잘못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목사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어떤 시대에도 '선 세례'라는 건 없었다"며 "기독교에서 세례는 정말 중요한 의식인데 일단 세례를 주고 보자는 건 위험성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호열 목사는 진중세례의 시기를 늦추는 것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지금 훈련소에서 거행되는 진중세례를 입교식으로 대체하고, 6개월이든 1년이든 신앙교육을 받도록 한 다음 자대에서 세례를 받도록 해야 한다"며 "이 과정을 거친다면 청년들이 세례의 의미를 더 무겁게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안양대학교 강문규 교수 역시 진중세례에 대해 "세례의 의미를 제대로 가르치지 않고 세례를 베풀어 형식적인 그리스도인을 양성할 우려가 있다"며 "이는 교회의 질서를 어지럽히거나 성경에서 의도하는 세례의 의미를 무색케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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