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담장으로 사용된 환해장성의 모습 ⓒ연합뉴스, 박용호 의원 제공

제주도의 문화재 훼손이 심각한 수준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도의회 문화관광체육위원회는 18일 제365회 임시회 세계유산본부를 대상으로 한 행정사무감사에서 제주의 대표적인 돌문화 유산 환해장성과 잣성 등의 심각한 훼손 문제에 대해 집중 질의했다.

박호형 의원에 따르면 외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섬 둘레에 쌓았던 환해장성과 조선시대 국영목장의 존재를 증명해주는 잣성 대부분이 사실상 방치상태에 놓여 있다.

박 의원은 "도내 총 28개소의 환해장성이 남아있다"며 "그러나 현재 도지정문화재로 지정돼 관리되는 것은 제주시 8개소, 서귀포시 2개소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비지정 환해장성인 경우 카페 담장으로 사용되거나 양식장 쓰레기가 쌓이는 등 문제가 심각하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정문화재로 등록된 북촌 환해장성은 인근 펜션 사업자에 의해 상당 부분이 훼손된 것으로 확인돼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로 조사가 진행된 상태다.

이에 박 의원은 "750년 된 오랜 역사를 무너뜨린 셈"이라며 체계적인 관리감독의 필요성을 당부했다.

제주 대표 관광지로 알려진 비자림로 확장사업 도중 훼손된 잣성의 문화재관리 허점도 드러났다.

양영식 의원은 "공사 과정에서 제주의 역사유적이자 목축문화유산인 잣성 유적이 훼손됐다"며 "2016년 이뤄진 동부지역 잣성유적 실태조사에서 제대로 현황파악이 안 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양 의원은 "해당 실태조사 보고서 역시 현장을 직접 다녀온 사진이 아니라 과거 잣성 관련 서적의 사진을 도용했다"며 "위치 확인을 위한 지번(地番)도 존재하지 않는 지번으로 확인돼 8천만 원을 들인 용역 자체가 졸속으로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이경용 의원은 "허위 사실과 허위 정보를 보고서로 제시한 일종의 범법행위"라며 "용역수행비용을 환수조치하고 재발방지를 위해 고발조치하라"고 질타했다.

나용해 세계자연유산본부장은 "훼손된 환해장성은 수사결과, 문화재청과의 협의를 거쳐 원상복구를 위해 노력하고, 관리감독을 강화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나 본부장은 부실용역 문제에 대해서는 "제주도 감사위원회의 감사가 예정된 만큼 결과에 따라 문제가 있다면 수사의뢰하겠다"고 밝혔다.
 
 ▲비자림로 확장공사로 무너진 잣성의 모습 ⓒ연합뉴스, 양영식 의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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