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 교회가 분리되고 신·구교가 나뉜 이래 기독교가 최대 분열 위기에 처했다. 전 세계적으로 3억여 명의 교인들을 거느린 동방정교회에서 러시아정교회가 콘스탄티노플 총대주교좌와의 결별을 선언한 것이다. 분열 배경에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정치적 갈등이 있다는 분석이다. 정치적 분란에서 시작된 파열음이 결국 종교를 갈라놓는 사태에 이르렀다.
 
 ▲정교회 '수장' 콘스탄티노플 총대주교 바르톨로메오스 1세(왼쪽)와 러시아정교회 수장 키릴 총대주교(사진제공=연합뉴스)

'우크라정교회' 독립 인정에 반격…"교류하지 않겠다" 선언
 

최근 러시아정교회로부터 우크라이나정교회의 독립이 공식적으로 인정된 뒤 기독교 일파인 동방정교회가 심각한 내홍을 겪고 있다.
 
러시아정교회는 15일(현지시간) 콘스탄티노플 총대주교구와의 모든 관계 단절을 선언했다고 BBC 방송 등 주요 언론들이 보도했다. 러시아정교회는 이날 종교회의를 열고, "콘스탄티노플 총대주교구의 우크라이나아정교회 독립 인정은 불법이다. 모든 관계의 단절 말고는 대안이 없다"고 선언했다.
 
이번 관계 단절 선언은 지난 11일 콘스탄티노플 총대주교구 주교회의(시노드)가 러시아정교회의 강력한 반발에도 우크라이나정교회의 분리 독립을 공식 인정한 데 따른 조치다.
 
현재 동방정교회 내에서 가장 많은 교인을 거느리고 있는 러시아정교회는 전체 교구수에서 우크라이나 교구가 약 1만2000개로 3분의 1을 차지한다. 이 때문에 우크라이나정교회의 독립은 러시아정교회로서 큰 타격일 수 밖에 없다. 이에 러시아정교회가 콘스탄티노플 총대주교좌와 관계를 끊음으로써 불만을 노골화 한 것이다.   
 
정교회는 교황을 정점으로 하는 피라미드형 위계조직인 가톨릭과 달리, 자치권을 가진 각 교회의 조합 구조다. 그 중에서도 터키 이스탄불에 있는 콘스탄티노플 총대주교구는 동방정교회의 지도부 역할을 하는 곳으로, 콘스탄티노플 총대주교는 여러 지역 정교회의 중심으로 상징적 수장 역할을 한다.
 
러시아정교회의 결별 선언으로 절연이 고착화된다면, 1054년 정교회가 로마 가톨릭과 갈라선 이후 최대 분열 위기다. 문제는 우크라이나정교회 독립이 단순한 종교 문제만이 아닌 정치적 문제와도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정교회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측근인 키릴 총대주교가 이끌고 있다. 이에 우크라이나 쪽은 러시아정교회가 그동안 자국에서 러시아의 영향력 확대를 위한 역할을 해왔다는 주장이다.
 
여기에 러시아가 2014년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병합하고,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의 분리주의자들 봉기를 지원한 일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정부 간 관계를 악화시킨 결정적 이유였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러시아정교회가 러시아의 확장노선을 정당화하는 등 자국 내에서 나쁜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비난해 왔다.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번 러시아정교회의 결정에 "러시아정교회 주교회의 결정은 자기 고립의 길"이라며 "러시아 세속 권력과 교회 지도부의 이 같은 반응은 우리가 올바른 길을 가고 있음을 확인시켜줄 뿐"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러시아정교회 측은 우크라이나정교회의 독립이 러시아의 영향력을 걷어내려는 우크라이나 정부의 정치적 의도와 결탁돼 있다는 해석이다. 러시아정교회는 "러시아 정부의 꼭두각시라는 우크라이나 측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이번 독립 결정으로 관할 아래 있는 많은 교회가 결국 우크라이나정교회로 넘어가고 현지 교회들을 둘러싼 충돌이 벌어질 것이다. 우크라이나 정부와 정교회가 이를 빌미로 교회를 장악하려 한다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굿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