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는 그동안 대형교회 중심으로 관심이 편중되면서 여러 역기능을 경험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는 대형교회의 타락상은 마치 한국교회 전체를 대표하는 것처럼 여겨지곤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교회가 희망이 있다고 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데일리굿뉴스는 드러나지 않는 곳에서 그리스도의 섬김을 묵묵히 실천하고 있는 작은 교회가 그 희망이라고 보았다. 이에 본지는 '작은교회가 희망입니다'라는 주제로 연중 특별기획을 진행한다. GOODTV 글로벌선교방송단 회원교회를 중심으로 매월 작지만 건강한 교회 한 곳씩을 선정해 보도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한국교회의 선한 사역과 순기능이 알려짐으로써 복음적 역할을 할 수 있길 바란다.

37년 역사를 가진 서울 마포구 망원로에 위치한 애능중앙교회는 19년 간 교인 60여 명에서 현재 300명 이상이 출석하는 교회로 부흥했다. 중도시각장애인과 비장애인 성도가 하나로 어우러진 모습으로 성장한 사례여서 관심을 모은다. '전교인 추수감사절 찬양대회'가 열렸던 지난 28일 애능중앙교회를 직접 찾아가 봤다.
 
 ▲애능중앙교회의 비장애 교인들은 악보를 보며 노래를 부르고, 시각장애 교인들은 점자가 찍혀 있는 찬송가 악보를 손으로 훑으며 함께 찬양했다.ⓒ데일리굿뉴스

 음악에 일가견 있는 교인들, 찬양으로 '하나'
 
찬양대회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비장애인과 장애인 간 어떤 장벽도 없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모습이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시각장애인과 비장애인 교인이 나란히 찬양대회 사회를 맡고, 아동부부터 70대 남선교회까지 전 교인이 나와 아름다운 화음을 뽐냈다.
 
애능중앙교회 교인들 대부분은 중도시각장애인(후천적 요인으로 시력을 잃은 사람)이다. 이들은 시력은 잃었지만, 음악에 일가견이 있다. 노래 소리와 어우러진 다채로운 악기 연주까지 시각장애인들의 뛰어난 음악적 재능이 엿보였다.
 
교인들은 찬양대회를 마친 후에도 서로 인사를 나누며 쉽게 예배당을 떠나지 못했다. 예배당을 빠져 나가는 시각장애 성도에게는 비장애인이 다가갔다. 비장애인이 자신의 손을 허리에 두면, 그 사이로 시각장애인이 자연스럽게 팔짱을 꼈다. 예배당 문 앞에 선 장찬호 목사도 성도들 한 사람 한 사람의 손을 잡으면서 따뜻한 미소로 인사를 건넸다.  
 
이처럼 시각장애인과 비장애인 교인들이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것은 1981년 8월 16일 교회를 개척한 김광환 목사의 비전과, 1999년 11월에 2대 담임으로 부임한 장찬호 목사의 실제적인 목회 전략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장 목사는 "애능중앙교회는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함께 하는 공동체'를 비전으로 개척된 교회다. 하지만, 내가 부임했을 때 비장애인선교회와 시각장애인선교회로 각각 분리 돼 있었다. 그 때만 해도 비장애인들은 시각장애인들을 돕는 봉사자의 입장으로 교회를 오다 보니, 비장애인들끼리 모임을 가지는 등 약간 분리된 모습이 있었다"며 "부임한지 1년 뒤, 비장애인과 시각장애인들이 함께 교제할 수 있도록 연령 별로 선교회를 재조직했다"고 말했다.
 
교인들은 장 목사의 제안에 적극적으로 따랐다. 일반 교회에서 적응이 어려워 온 시각장애인과, 장애인을 가족으로 둔 비장애인, 그리고 이들을 돕고 싶어 자발적으로 찾아온 사람들이기 때문에 서로 간 갈등이 거의 없었다고 한다.
 
장 목사의 장애도 목회에 디딤돌 역할을 하고 있다. 그는 생후 안질을, 학창시절에는 교정시력 0.1 이하인 고도근시를 겪었다. 신학대에 진학 했지만 서서히 시력이 더 나빠지면서 신앙의 방황기를 겪었다. 그러던 중 시각장애인들을 만나 이들을 통해 한국맹인교회를 알게 됐다. 이 곳에서 장애인들이 예배 드리는 모습을 보고 영적 회복을 경험했고, 다시 목회의 길을 이어 갔다.
 
장 목사는 "내 시력은 여전히 정상이 아니다. 컨디션에 따라 잘 보일 때도 안보일 때도 있다"면서 "나도 장애를 경험했기 때문에 누구보다 시각장애인 성도들을 깊숙이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다"고 전했다. 
 
 ▲장찬호 목사 부부의 모습ⓒ데일리굿뉴스 

 교인들이 잘 할 수 있는 것, 지역사회 섬김 통로
 
애능중앙교회는 '안마를 통한 직업재활교육'과 '안마 봉사프로그램'을 주된 사역으로 펼치고 있다.
 
사역의 일환으로 2000년 장 목사와 교인들은 힘을 합쳐 중도시각장애인선교회가 발족했고, 중도시각장애인들의 직업 재활교육을 위한 안마 강의를 이어 왔다. 입소문을 타 현재 강원도 원주, 부산, 대전 등 전국 각지에서 중도시각장애인들이 몰려 든다. 매주 금요일과 주일 오후에 안마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 중 많은 시각장애인들이 교회에 정착해 함께 예배를 드리고 있다. 자연스럽게 교회 전도로 이어진 것이다.
 
2001년부터 선교회는 한달에 한번 씩 정기적으로 경기도 용문 여교역자안식관을 찾아 18년 째 안마치료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이 외에도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바자회를 통해 어려운 이웃을 돕는 장학 사역도 하고 있다.
 
장 목사는 천국에 대한 소망을 가지고 사는 것이 장애를 이길 수 있는 힘임을 강조하면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교회 공동체를 강조했다.
 
"크리스천은 천국을 소망하는 교회 공동체를 이뤄야 합니다. 하나님 나라는 나눠지는 것이 아니라 함께 하는 것이죠.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하나되는 것이야 말로 이 땅에서부터 하나님 나라를 이루는 믿음의 삶 아닐까요?"
 
 
저작권자 © 데일리굿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