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된 교회는 항상 개혁되어야 한다(Ecclesia reformata semper reformanda).” 종교개혁을 단행했던 개혁주의자들의 구호다. 이 말은 교회가 특별하게 ‘개혁된’ 때가 있었음을 전제한다. 종교개혁 기념일은 교회가 말씀과 믿음으로 '개혁된' 때를 기억하는 날이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한 지 1년이 지났다. 한국교회는 새로운 개혁, 자기 깨어짐의 변혁이 진행되고 있을까. '종교개혁 500주년'은 우리에게 무엇이었을까. 이에 본지는 한국교회가 개혁해야 할 과제로 1)세습, 2)혐오와 배제, 3)신학교육의 위기 등을 총 세 차례에 걸쳐 기획 연재한다. 이번 호에서는 '혐오와 배제'를 다룬다.
 
 ▲이 땅에 오셔서 이웃사랑과 환대를 가르치신 예수와 그의 이름으로 혐오와 배제의 말을 앞세우고 있는 한국교회. 예수가 다시 오셔서 교회를 보면 뭐라 하실까.ⓒ위클리굿뉴스


혐오하고 혐오받는 한국교회

종교개혁 500주년이었던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한국교회는 가짜뉴스로 홍역을 앓고 있다. 가짜뉴스에 등장하는 이슈는 주로 '무슬림(난민-외국인)과 동성애'다. 가짜뉴스의 패턴은 난민과 동성애로 인한 위협을 부풀리거나 이들을 반대했다가 박해를 당했다는 식이다.
 
이처럼 한국교회 내에서 무슬림, 동성애자들에 관한 내용이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사회관계망을 통해 퍼져나가고 있다. 한국교회는 왜 특정 대상을 향해 사실이 아닌 내용을 만들어내고 가공해서 유통했을까. 무엇을 위해 또, 누구를 위해서?
 
최근 NCCK 언론위원회에서 주최한 '가짜뉴스와 개신교' 세미나에 참석한 매원 감리교회 이주현 목사는 "10년 전부터 교회가 침체했다. 성장이 멈췄고 교인 수가 줄어드는 현실 속에서 구성원들의 결집을 위해 선정적인 이슈가 필요했고 종북, 동성애, 이슬람을 통해 결집을 꾀하려는 프레임 전략으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사회적 신뢰를 잃은 한국교회가 건강한 자정을 선택하기보다는 외부에서 '적'을 찾아 내부결속을 다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교회뿐만 아니라 기독교 역사에서 내부결속과 위기 해소를 위해 적을 만들어낸 사례는 많다.
 
중세교회는 수많은 여성을 마녀로 몰거나 유대인과 무슬림을 '악마화'했다. 일례로 당시 흑사병이 창궐했던 유럽에서 유대인들이 우물과 샘에 독을 풀었다는 소문이 돌았다. 진위와 상관없이 분풀이와 희생양이 필요했던 사람들은 폭도로 변해 유대인 거주지에 불을 지르고 유대인들을 살해했다.

혐오의 대상이 된 유대인들이 가짜뉴스에 의해 희생된 것이다. 한국교회에서는 이러한 혐오와 미움의 대상이 과거 '공산주의'였고 오늘날 '무슬림과 동성애자'로 바뀌었다.
 
교회를 향한 사회의 시선은 어떤가. 한국교회는 '혐오하고, 혐오 받는' 집단이 되고 말았다. 한국교회에 대한 시민사회의 인식은 '선망하는 종교'에서 '믿을 수없는 종교'로 바뀌었다. 2015년 인구센서스에 따르면 개신교가 신자 수에서는 1위지만 사회적 신뢰도 부분에서는 꼴찌였다.
 
한국교회의 어두운 현실은 동성애나 난민, 이슬람에 대해서는 혐오와 배제의 언어로 열심을 내며 반대를 외치면서 교회 안에 만연한 탐욕과 위선의 문제에 대해서는 침묵한다는 데 있다.
 
한국교회는 건강한 토론과 사유하는 힘에서 나오는 설득의 능력을 회복해야 한다. 마틴 루터가 부패한 가톨릭교회에 맞섰을 때도 그가 택한 방법은 잘못된 신학과 교리에 대한 '95개조 반박문'을 내거는 것이었다.
 
그는 성경이 말하는 객관적인 진리로 건강하고 건설적인 비판을 가했다. 상대방을 악마로 매도하거나, 덮어놓고 비판하지 않았다. 성경에 근거하여 말하고 설득했다. 폭력에는 끝까지 반대했다. 한국교회는 루터가 취했던 태도에서 배우고 행해야 한다.
 
이 땅에 오셔서 이웃사랑과 환대를 가르치신 예수. 그의 이름으로 혐오와 배제의 말을 앞세우고 있는 한국교회. 예수가다시 오셔서 교회를 보면 뭐라 하실까. 특정 대상을 악마화하고 적으로 설정하는 것은 이웃사랑과 환대를 말하는 성경의 가르침에 부합하지 않는다.

성경은 분명히 말씀하신다.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마 22:39)" 그리고 "네 이웃에 대하여 거짓 증거하지 말라(출 20:16)"고 말이다.
(위클리굿뉴스 11월 4일, 46호 기사)
 

 
저작권자 © 데일리굿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