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질병의 굴레, 한센인 곁 못 떠나"...간암도 막지 못한 '투혼'

윤인경(ikfree12@naver.com)

등록일:2018-11-08 20:5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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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에서 가장 열악한 국가로 꼽히는 부룬디에서 17년째 한센인 선교사역을 이어오고 있는 선교사가 있다. 지난달 연세대학교에서 열린 언더우드 선교상 수상자로 선정된 신인환·신응남 선교사 부부가 그 주인공이다.

시상식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잠시 방문한 이들 부부를 만났다. 신 선교사 부부의 얼굴에는 한센인들을 향한 각별한 사랑과 섬김의 열정이 그대로 묻어났다.
 
 ▲17년째 한센인 사역을 이어오고 있는 신인환·신응남 선교사 부부는 지난 2011년부터 아프리카 부룬디의 작은 시골마을 무제에서 의료선교를 펼치고 있다.(사진제공=신인환·신응남 선교사)

간암 투병에도 불구하고…17년 간 33개 아프리카 국가 돌아다니며 선교
 
"한센인촌에 가서 예배를 드리면 한센인보다 마을 사람들이 더 깜짝 놀라요. 그 동안 한센병에 걸린 사람들은 하나님의 저주를 받은, 버림받은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는데, 선교사가 와서 이들을 섬기는 모습이 충격적인 거에요.

이들에겐 머나먼 아프리카 땅에 한국인 선교사가 와서 한센인들을 돌보는 그 자체가, 이미 하나님이 살아계시다는 것을 확인하는 겁니다."
 
전 세계 한센인은 약 2천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올해로 17년째 아프리카에서 한센인 사역을 이어오고 있는 신인환·신응남 선교사 부부가 처음 한센인들을 만난 것은 지난 2001년 소록도에서였다.
 
소록도 신성교회에서 새벽예배를 인도한 신인환 선교사는 동이 트기도 전인 이른 시각, 250여 명의 한센인들이 나와 예배를 드리고 기도하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들은 매일 새벽마다 나라와 민족, 한국교회와 목회자·선교사들을 위해 소리 높여 기도하고, 마지막에는 자신을 버린 가족들을 위해서 기도하고 있었다.
 
신인환 선교사는 "하나님이 '내 백성 가운데 가난과 질병으로 가장 고통 당하며 탄식하는 백성, 아프리카 한센인들에게 복음을 전하라'는 음성을 들려주셨다"며 "한센인들은 고통에 신음할 뿐 아니라 손과 발이 문드러져 노동을 할 수 없으니 가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렇게 선교사 부부는 케냐를 시작으로 아프리카에 있는 54개 나라 중 33개 나라를 돌며 한센인들을 섬겼다. 가장 환경이 열악하고 가난한 곳에 찾아가서 한센인들을 돌보는 일은 마음은 기뻤지만 육체는 고된 일이었다. 한센인 사역을 시작한 지 10년째 되던 해, 신인환 선교사는 간암 진단을 받았다.
 
한국으로 귀국해 1년 간 투병 생활을 마친 신 선교사는 마치 자석에 이끌리듯 아프리카로 되돌아갔다. 그런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두 아들은 아버지가 정말 선교사임을 실감했다고.

신인환 선교사가 이번에 향한 곳은 한센인들이 가장 많이 있는 나라로 꼽히는 부룬디였다. 아프리카 중심부에 위치한 작은 나라 브룬디는 전 세계에서 세 번째로 가난한 나라다.
 
 ▲아내 신응남 선교사는 한의술을 통해 한센인들과 마을 주민들을 치료하며 복음을 전한다.(사진제공=신인환·신응남 선교사)

아프리카서 가장 열악한 국가…"무료 진료 받으려 2시간 넘게 맨발로 걸어와"
 
신 선교사 부부는 부룬디 수도 부중부라에서도 4시간 가량 차를 타고 가야 닿을 수 있는 작은 시골마을 무제에 자리를 잡았다. 마흔이 넘은 나이에 한의학을 공부해 늦깎이 한의사가 된 아내 신응남 선교사가 의료선교를 담당하고, 신인환 선교사는 선교센터와 클리닉센터를 비롯한 건물들과 마을을 잇는 다리 등을 손수 건축한다.
 
선교사 파송 전까지 10년 넘게 목회를 했던 신인환 선교사에게 건축에 대한 전문지식이 있을 리가 없었다. 어떻게 시작하게 된 걸까.

신인환 선교사는 "아프리카는 우기가 되면 매일 장대 같은 소낙비가 퍼붓는데, 집에 지붕이 없어 사람들이 그 비를 다 맞고 있었다"며 "우선 급하게 지붕부터 만들어 올리고, 마을에 필요한 수도 공사와 다리 공사 등을 하다 보니 어느새 건물까지 짓고 있더라"며 웃음을 보였다.
 
매일 5시 30분, 새벽 예배로 문을 여는 클리닉센터에는 하루에 많게는 70명의 환자들이 찾아온다. 주변에 보건소나 다른 병원이 있지만, 돈을 내지 못하는 가난한 사람들은 모든 진료와 약이 무료인 센터까지 맨발로 2~3시간을 걸어서 온다.
 
신응남 선교사는 "한국과 미국에서 매년 2~3명씩 단기의료 선교팀이 방문하지만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은퇴한 의사들과 간호사들이 부룬디를 많이 찾아와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부부 둘이서 매일 환자를 돌보고 건축을 하는 일 외에도 어린이 성경학교와 영어학교, 주일에는 각 지역교회를 찾아가 사역을 돕는 등 현지교회가 설 수 있도록 온 힘을 쏟다 보니 체력적인 소모가 클 수 밖에 없다. 신 선교사 부부는 거의 해마다 말라리아에 걸려 고열과 오한에 시달리곤 한다.
 
신인환 선교사는 "말라리아에 걸리는 것이 제일 힘들다"면서도 "하지만 선교를 포기하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살아계신 하나님을 매일 경험할 수 있는 한센인 선교사로 불러주신 것이 그저 감사할 뿐"이라고 고백했다.
 
 ▲지난달 연세대학교에서 열린 언더우드 선교상 시상식. 수상자로 선정된 신인환·신응남 선교사 부부를 축하하기 위해 이날 많은 사람들이 함께했다.ⓒ데일리굿뉴스

두 아들까지 선교에 헌신…"하나님만 드러나는 사역 되길"
 
신인환 선교사는 올해 제18회 언더우드 선교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연세대학교가 제정한 이 상은 조선에 복음을 들고 온 최초의 선교자인 언더우드 선교사의 정신을 기려, 매년 세계 각국에서 헌신적으로 선교사역을 감당하고 있는 선교사들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부모의 신앙심은 그 자녀를 보면 알 수 있다고 했던가. 신 선교사 부부의 두 아들 역시 아프리카 한센인 선교 사역에 헌신하겠다는 결심을 품었다. 내심 아들이 선교 사역을 이어갔으면 하고 바랐던 부부는 이 얘기를 듣고 크게 기뻤다고 말했다.
 
신인환 선교사는 "선교사 아들까지도 돈 많이 벌어서 좋은 차, 좋은 집을 사는 것이 축복이라고 생각한다면 얼마나 허망한 일인가"라며 "하나님의 일을 하는 것이 진정한 축복이라는 것을 아들들이 확실히 알게 돼, 온 가족이 주님 오실 날을 위해 선교에 헌신하게 되어 감사하다"고 말했다.
 
"진짜 선교사는 이름도 없이 헌신하며 세상에 드러나지 않는 선교사인데, 이렇게 알려지게 되어 부끄럽습니다. 제가 자꾸 무엇을 주려고 하고 가르치려고 하면서 저 자신을 드러내는 사역이 아닌, 오직 한센인들을 통해 하나님의 놀라운 뜻을 보는 사역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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