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를 돌보며 직장 생활을 겸해야 하는 부모들을 위해 정부는 '아이돌봄'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공급 인원이 턱없이 부족해 혜택을 누릴 수 없는 가정은 값비싼 민간 베이비시터를 고용하기도 한다.
 
그런데 최근 국회 국정감사 자리에서 '베이비시터 자격증'이 졸속으로 발급된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이에 본지는 실제 자격증 발급을 시도해 현재 상황을 직접 취재했다.
 
▲아이들의 보육을 대신 해주는 민간 베이비시터 자격증은 현재 온·오프라인에서 모두 발급된다. 온라인 발급의 경우는 사실상 30분 만에 과정을 끝낼 수 있다.ⓒ데일리굿뉴스

15시간 짜리 강의와 시험, 30분 만에 끝내
 
지난달 30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베이비시터 자격증 취득 문제가 불거졌다. 자유한국당 송희경 의원이 제기한 자격증 취득 문제는 열흘이 지난 지금까지도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온라인 상에서 모든 과정이 치러지는 베이비시터 자격증 취득. 규정대로 하려면 모두 15시간 동안 30개의 강의를 듣고 온라인 시험을 합격해야만 자격증을 발급할 수 있지만, 현재는 모든 과정을 사실상 30분 만에 끝낼 수 있다.
 
데일리굿뉴스가 직접 검정평가 업체 사이트에 접속해 회원으로 가입한 뒤 베이비시터 자격증 수강을 신청해봤다.
 
안내 화면에는 '강의내용을 강제로 넘기면 학습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나와 있지만, 정확히 60초가 지난 뒤 학습종료 버튼을 누르면 30분짜리 강의를 이수 한 것으로 자동 인식된다.
 
이마저도 30개의 강의 중 60%, 총 18개 강의만 이수하면 시험을 치를 자격이 주어진다. 결국 자격증 취득 시험을 치를 자격을 부여 받는 데 18분이 걸린 셈이다.
 
온라인 시험도 졸속으로 치러진다. 화면 하단에 있는 기출문제 버튼을 누르면 시험 문제와 정답이 표기된 문서 파일이 열린다. 실제 시험 문제와 순서만 다를 뿐, 사실상 베껴서 시험을 볼 수 있게 돼 있다.
 
강의 이수 시간 18분과 기출문제를 베낀 온라인 시험 시간 약 10분, 모두 28분 만에 베이비시터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었다.
 
▲안내문에는 강제로 강의를 드래그하면 출석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나와 있지만, 실제로는 1분 만에 학습을 종료할 수 있다.ⓒ데일리굿뉴스

자격증 발급·대행 업체…책임 회피
 
민간 베이비시터는 대부분 정부에서 운영하는 아이돌봄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는 부모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비싼 비용을 들여 고용한다. 특히 젊은 맞벌이 부부가 주 고객층이다.
 
어린 아이들을 돌보는 직업인 만큼, 검증이 제대로 이뤄져야 하지만 현재는 이렇다 할 제도 없이 민간 직업소개소에서 단순 파견하는 형태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이런 문제에 대한 입장을 듣기 위해 자격증 발급 업체와 대행 업체에 문의했지만, 모두 책임을 회피하거나 답변을 거부하는 모습을 보였다.
 
자격증 발급을 인증하는 단체는 "이렇게 자격증이 발급된다는 걸 알았다면 평가 대행 업체에 이의를 제기했을 것"이라며 자신들에게는 책임이 없다는 취지의 답변을 전해왔다.
 
자격증 검정평가를 대행하는 업체는 수차례의 인터뷰 요청에도 불구하고 "담당자가 부재중이어서 답변이 곤란하다"고 인터뷰 요청을 거절했다.
 
미국과 영국 등 서구 사회에서는 '베이비시터 신원조회' 시스템을 도입해 자격 교육과 관리 감독을 철저히 하고 있다. 특히 영국의 경우에는 베이비시터의 범죄 전력을 부모들이 알 수 있도록 허용하는 등 제도를 마련했다.
 
자유한국당 송희경 의원은 "아이돌봄 지원법 개정안이 주무부처인 여성가족부의 반대로 국회에 계류 중"이라며 "국내에도 민간 베이비시터 제도가 올바로 구축되고 이에 대한 데이터베이스가 마련되도록 정부 당국이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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