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새벽 서울 종로구 국일고시원에서 발생한 화재로 7명이 사망하는 등 20명에 가까운 사상자가 발생했다. 화재현장은 사고 당시의 긴박함을 짐작케 할만큼 처참했다.
 
 ▲9일 오전 화재가 발생한 서울 종로구의 한 고시원에서 소방 관계자들이 사고 수습을 하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경찰 "고시원 불, 전기난로서 시작"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9일 오전 5시께 종로구 관수동 청계천 인근에 있는 고시원 건물 3층에서 시작된 불은 소방관 100여명과 장비 30대가 투입된 끝에 발생 2시간 만인 오전 7시께 완전히 진압됐다. 고시원 거주자 가운데 대다수는 일용직 노동자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전열기 문제로 불이 났을 개연성에 무게를 두고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있다.

1층 복요리집과 주점은 비교적 온전한 상태였지만, 불이 시작된 3층은 시커멓게 그을린 흔적이 곳곳에 남았다. 건물 내부는 앙상하게 철골만 남았다.

7명이 사망하는 등 20명에 가까운 사상자를 낸 화재는 3층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3층 출입구 쪽에서 불이 난 데다 불길이 거셌기 때문에 제때 탈출하지 못해 당시 현장은 아비규환이었을 것으로 소방당국은 전했다. 오래된 건물이라 스프링클러는 없었고, 그나마 설치돼있던 비상벨과 완강기는 정작 아무도 활용하지 못했다.

경찰은 "고시원 3층에서 발화된 것으로 추정된다는 1차 현장감식 결과와 301호에서 불이 난 것을 봤다는 목격자 진술이 있었다"며 "이를 토대로 301호에서 최초 발화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화재 당시 상황을 직접 목격한 3층 거주자 심모(59)씨는 301호 방안에서 불이 시작됐다고 목격담을 전했다. 심씨는 "담배를 피우러 옥상에 올라갔는데 (건물에서) 연기가 올라와 다시 내려갔다"며 "301호가 (3층 출입구) 초입에 있는데 가보니 (301호 거주자인) 형이 문을 열었는데 천장까지 불이 붙어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물을 뿌렸는데 불이 안 꺼졌고 소화기가 있어 쏘려고 했지만 바닥으로 (분사물이) 쏟아졌다"며 "나도 살아야 하니까 3층과 2층 비상벨을 누르고 소리를 지르며 뛰어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301호 거주자가 불길 속에서 당황해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다만 상황이 급박해 불이 어떻게 났는지, 어디서 시작됐는지 등은 듣지 못했다고 했다.

301호 거주자 A(72)씨는 경찰에 "새벽에 일어나 전열기 전원을 켜고 화장실에 다녀온 이후 전열기에서 불이 나는 것을 목격했따"며 "주변 옷가지 등으로 불을 끄려 했으나 주변에 옮겨붙어 불이 확산하자 대피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번 화재가 실화로 최종 확인될 경우 A씨를 입건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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