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정취가 남아 있는 골목, 오후의 나른한 햇살이 좋은 공원'. 때로는 일상의 사소한 공간들이 위안을 주거나 힘을 불어넣어줄 때가 있다. 이렇듯 공간이 갖는 힘에 주목해 문화를 매개로 선교의 접촉점을 찾는 교회가 있다. 평일엔 문화 공간으로 주일에는 예배당으로 탈바꿈하는 '주님의숲교회'는 기독인뿐만 아니라 비기독인들에게도 크리스천 문화를 즐기고 복음을 접할 수 있는 '신비로운 장소'로 일컬어 진다.   

앞으로 두 차례에 걸쳐 이 공간을 소개해보려 한다. 정답은 아니지만 지금의 시대 속에서 작은 교회가 생존할 수 있는 방식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이들에게 어느 정도 해답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이제 '나니아의 옷장' 문을 열어보겠다.    
 
 ▲7일 서울 성동구 '주님의숲교회 x 나니아의 옷장'에서 이재윤 목사를 만나 교회이야기를 직접 들어봤다.ⓒ데일리굿뉴스

교회를 문화공간으로 '탈바꿈'
 

"옷장을 열면 새로운 세계를 만난다"
 
서울 도심 골목 한 켠에 자리한 ‘나니아의 옷장’. 분명 교회라던데 예쁜 옷걸이 모양의 간판이 먼저 눈에 띤다. 입구서부터 은은하게 감도는 조명은 공간의 따스한 온도를 고스란히 전해준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재즈 풍의 교회음악이 잔잔하게 흘렀다.
 
지하에 작은 공간이지만 갖출 건 다 갖췄다. 드럼과 스피커 등 공연을 위한 장치와 아담한 무대, 그리고 작은 의자로 채운 객석까지 문화를 편안하게 즐기기엔 더 없이 충분한 구조다.   
 
나니아의 옷장은 '주님의숲교회(이재윤 목사)'의 또 다른 이름이다. 교회가 운영하는 크리스천 문화 공간인 이곳은 C S 루이스의 소설 ‘나니아 연대기’에서 이름을 착안했다. 소설 속 아이들이 옷장 문을 열면 예수님이 다스리는 '아슬란'이라는 새로운 세상과 만나 듯, 이곳에 들어오는 많은 사람들이 하나님 나라와 만날 수 있는 장소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지난 7일 만난 나니아의 옷장 대표 이재윤 목사(주님의숲교회)는 "여길 가면 '무언가 새로운 것을 접할 수 있겠구나'하는 기대감을 주고, 하나님의 세계를 만날 수 있는 접촉점을 만들어 주고 싶어 공간을 기획했다"고 밝혔다.

"문화로 소통하고, 교회로 이끌고"

교회는 세상과의 소통을 위해 '문화라는 접점'을 택했다. 문화선교에 뜻이 있던 이 목사는 4년 전 마음 맞는 지인 10여 명과 공동체를 만들고 교회를 개척했다. 제일 먼저 한 일은 교회의 문턱을 낮추고 다양한 공연과 전시, 모임 등에 교회공간을 공유한 것이었다.
 
나니아의 옷장에선 매주 금요일 밤 크리스천 뮤지션들의 라이브 공연, 콘서트 등 기독교 문화 행사가 열린다. 공연마다 적게는 10명에서 많게는 30명 정도의 관객이 찾는다. 또 주중에는 성경 등 책읽기 모임 같은 작은 소그룹 모임도 계속된다.    
 
이 목사는 "문화예술은 누구나 좋아하지 않나. 요즘 교회에 대한 신뢰가 워낙 낮고 복음에 거부반응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은데, 문화 컨텐츠에 녹여진 복음의 가치를 두고는 대화가 가능하더라. 실제 신앙을 품고 음악하는 이들의 무대를 보고, 변화를 맞은 사람들이 많다"고 귀띔했다.

작은 교회공동체이자 기독교문화공간인 '주님의숲교회 x 나니아의 옷장'. 기독교에 대한 오해와 부정적인 인식으로 가득 찬 시대 가운데 곁을 내주고 하나의 사역을 감당함으로써 또 다른 복음의 통로를 열어가고 있었다.
 
"이 시대에서 '공유한다는 것'이 참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것이 문화가 될 수 있고 다른 형태가 될 수도 있죠. 교회공동체가 뿌리가 돼 주일에는 함께 예배 드리고 그 에너지를 모아 주중에는 그 공간에서 복음의 가치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문화 콘텐츠가 생겨나고...거기서 모인 사람들이 다시 교회공동체로 연결되고. 이것이 '나니아의 옷장'의 존재이유 아닐까요?"
 
 ▲다양한 공연과 전시, 모임 등을 위해 교회공간을 공유하고 있다.ⓒ데일리굿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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