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작곡가 리하르트 바그너가 28년에 걸쳐 완성한 대서사시 '니벨룽의 반지'를 한국에서 오페라로 만날 수 있게 됐다. 오페라 <니벨룽의 반지-라인의황금>은 오는 14일 첫 무대에 오른다.
 
이번 작품은 우리나라와 독일의 합작이다. 국내 초연으로 진행돼 관심을 모으는 가운데, 제작과 공연 진행을 맡은 국내제작사 월드아트오페라의 에스더 리 단장을 직접 만나봤다.
 
 ▲오페라 <니벨룽의 반지-라인의 황금> 제작과 공연 진행을 맡은 '월드아트오페라'의 에스더 리 단장을 지난 6일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만났다.ⓒ데일리굿뉴스

 "무대는 현대인 삶 비추는 거울이죠"
 
"지금까지 봐 온 오페라일 것이라는 생각을 완전히 비우고 오시면 좋겠습니다. 관람 후에는 단지 '좋았다'가 아니라, 자신에 대해 돌아보고 생각하게 만들 것입니다."
 
오페라 <니벨룽의 반지>는 리하르트 바그너가 28년에 걸쳐 쓴 대작으로 북유럽의 올림푸스 신화 이야기다. 내용이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 있는데, 이에 에스더 리 단장은 작품에 현대인을 향한 메시지가 담겨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인간의 욕심과 권력을 향한 욕망, 평화와 통일, 인류를 향한 사랑 이야기 등 현대사회의 전반적인 모습을 거울로 비추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니벨룽의 반지>는 니벨룽 족의 알베리히가 만든 황금의 반지를 놓고 난쟁이와 거인, 심지어 신들까지 욕망에 휩싸여 치열하게 싸우다가 모두 멸망한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반지를 손에 넣으면, 세상 모든 것을 갖고 지배할 수 있는 강력한 힘을 지닌다는 것이 전제다.  
 
리 단장은 이러한 이야기들이 독일 오페라 연출의 거장이자 추상미술가인 아힘 프라이어 감독의 연출력으로, 지루할 틈 없이 재해석됐다고 강조했다. 배우들의 기묘하고 화려한 의상, 투구 형태의 커다란 마스크가 작품의 묘미라고도 했다. 특히 남북통일과, 탐욕을 버리고 평화를 바라는 프라이어 감독의 염원이 연출에 녹아져 있다고 말했다. 
 
"작품 안에서 배우들은 다 커다란 마스크를 쓰고 나옵니다. 주인공들의 탈들은 아힘 프라이어 감독이 손수 그린 것이죠. 황금 반지를 자기 손에 쥔 니벨룽 족 알베리히가 자신의 초능력을 자랑하며 로켓을 발사하는 장면, 두꺼비로 변신해 작아질 데로 작아지고 반지까지 빼앗기는 장면 등은 다른 사람의 것을 서로 강탈하고, '평화'라는 이름 뒤에 감춰진 어두운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해요."   
 
'에스더', 하나님 잊지 않기 위해 지은 이름
 
리 단장은 현재 유럽을 무대로 활동하고 있는 솔리스트로 더 유명하다. 어릴 적, 전도사였던 어머니로부터 자연스럽게 신앙교육을 받았고, 교회 성가대 활동을 하며 성악가로서의 꿈을 키웠다.
 
그는 상명대 음악학과 전공생이었던 때, 여의도순복음교회 스위스 선교대회에서 솔로로 찬양을 부른 것을 계기로 스카웃 제의를 받아 베를린 유학에 들어섰다. 1999년 독일 베를린국립음대를 수석졸업 했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별세에 이어, 91년도에는 어머니까지 돌아가시면서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리 단장은 신앙의 힘으로 이겨냈다. 작품 때문에 지금은 잠시 한국에 있지만, 올 해로 독일 생활 한 지 27년 째인 그는 신앙인으로서의 삶을 지키기 위해 이름도 본명 이경영 대신 '에스더'로 바꿨다.
 
"문명이 발달하다 보니, 제가 예상했던 것보다 독일의 문화는 크고 한국문화와 달랐어요. 때로는 견디기 힘든 상황이 올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왕 앞에 갈 때 온갖 장신구로 몸을 장식한 다른 '왕의 여자들'과 달리, 어떤 장신구도 몸에 걸치지 않고 단정한 차림새를 갖춘 에스더와 같은 마음을 지켜야겠다고 다짐했죠. 사람들이 저를 '에스더'라고 불러야, 하나님 아버지를 결코 잊어버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 이름을 바꿨어요."

그는 전 세계에 대한민국 오페라의 위상을 올리고 싶어 한다. 이번 작품을 대한민국에 선보이기 위해 공연제작사까지 발족한 리 단장은 "국내에서 '니벨룽의 반지'를 개막하는 것이 쉽지 않은 도전이었지만, 이번 오페라 공연을 계기로 대한민국 오페라가 해냈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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