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청소년들이 OECD 국가 중 두 번째로 많은 초미세먼지에 노출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OECD가 조사한 국가별 초미세먼지 노출도에서도 한국은 수년째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서울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을 기록한 날, 어린이들이 마스크 착용법을 배우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미세먼지 지속 노출되면 폐 기능 저하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우리나라 만 14세 이하 청소년들은 하루 평균 24㎍(마이크로그램)에 달하는 초미세 먼지(PM2.5)에 노출됐다. 이웃 나라인 일본 청소년들의 노출량(11.4㎍/㎥)의 2배에 달하는 수치다. WHO는 연평균 10㎍/㎥ 이하를 권고하고 있다.

36개 조사대상국 가운데 터키 청소년들이가장 많은 초미세먼지에 노출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42㎍/㎥), 미세먼지 청정국으로 나타난 국가는 뉴질랜드(5.7㎍/㎥)였다.

WHO는 보고서에서 "어린 시절 미세 먼지에 자주 노출될 경우 폐 기능이 저하될 가능성이 높다"며 "결국 어른이 되어서도 만성 폐 장애에 시달리게 될 확률이 높아진다"고 밝혔다.

실제로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성장기 청소년 1800여명을 8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 미세먼지가 심한 곳에 있는 아이들은 폐 성장이 잘 이뤄지지 않아 실제 성인이 되었을 때 폐 기능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권혁수 서울아산병원 알레르기내과 교수는 “특히 소아기에 미세먼지에 노출되면 성인기에 2차적인 만성 호흡기질환의 위험성이 커질 수 있다”며 “미국에서 진행된 또 다른 연구에서는 미세먼지가 많은 지역에서 비흡연자에게서 생기는 폐암인 선암이 다수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민 고려하는 부모들도 급증

최근 초미세먼지 주의보가 잇달아 발령되면서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이 강원도나 제주 지역 등 미세 먼지 피해가 적은 지역으로 이주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사실상 별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WHO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도심 지역의 청소년들은 2016년 기준 하루 평균 24.6㎍/㎥의 미세 먼지에 노출된 반면, 지방에 거주하는 청소년들은 23.7㎍/㎥의 미세 먼지에 노출됐다. 0.9㎍/㎥가 차이 나는 것인데, 전문가들은 유의미한 수치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송창근 UNIST(울산과기대) 도시환경공학부 교수는 "보통 미세먼지 배출 시설이 많은 도심지가 농어촌보다 미세먼지 농도가 더 높기 마련이지만 우리나라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며 "국토가 작은 특성상 도심과 농촌이 모두 비슷한 피해를 받고 있다"고 했다.
 
미세먼지로 인해 이민을 고려하는 시민들도 부쩍 늘어났다. 올해 미세먼지센터 창립 심포지엄에서 발표된 미세먼지 여론 빅데이터에 따르면 미세먼지와 함께 이민을 거론한 담론 수는 2015년 125건에서 지난해에는 1418건으로 급증했다. 부모들은 아이가 숨쉬기 힘든 나라에서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엄마들이 자주 찾는 온라인 맘카페에도 미세먼지 문제로 이민을 고민하는 글이 많았다. 회원들은 '아이들이 기관지병을 달고 사는 모습을 보면 정말 모든 걸 포기하고 이민을 가야 되나 싶다' '이민 밖에는 답이 없지만 갈 수 없는 현실이 속상하다' 등을 토로했다.
 
한편 중국에서는 지난주 겨울철 공공난방이 가동되면서 최악의 스모그가 베이징과 북부 지역 등 수도권을 덮을 것이라는 예보가 나왔다. 중국 중앙기상대는 초미세먼지 농도가 '심각한 오염' 단계로 높아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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