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을 통해 적국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인 노르웨이 해안에 상륙했다. 나토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나토와 노르웨이가 러시아 인근의 발트해와 북극해에서 냉전이후 최대 규모 군사훈련 '트라이던트 정쳐' 훈련을 진행했다. 사진=나토


최근 나토와 노르웨이가 진행한 '트라이던트 정쳐 2018(Trident Juncture)' 훈련은 이 같은 상황을 상정해 두고 진행됐다. 나토가 설정한 가상의 적은 '러시아'다.
 
이번 훈련에는 29개 나토 회원국뿐만 아니라 나토 비 회원국인 스웨덴과 핀란드 등 31개국에서 5만여 명의 병력과 미국 항공모함 해리 트루먼호 등 함정 65대와 항공기 250대, 탱크와 차량 1만여대가 참여했다.

나토의 이번 훈련은 최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987년에 체결된 '중거리핵전력(INF) 조약'을 러시아가 위반했다며 조약 탈퇴를 시사하고 중국과 러시아가 9월 초 병력 30만 명이 참여한 '동방 2018' 훈련을 통해 대규모 연합 군사훈련을 한 뒤 치러졌다. 이에 과거 냉전시대처럼 동서 간 군사적 긴장이 재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러시아와 직접 국경을 맞대고 있는 노르웨이는 "최근 러시아가 벨라루스와합동 군사훈련을 벌이고 북극해 연안에 해군기지 6곳을 새로 건설했다"며 러시아의 군사적 팽창에 대해 우려했다.

실제로 러시아는 5년 동안 핵잠수함을 비롯해 23척의 함선을 북극해를 관장하는 북방함대 전력에 추가했다. 나토와 노르웨이가 러시아 인근의 발트해와 북극해에서 최대 규모 군사훈련을 진행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옌스 스톨텐베르크 나토 사무총장은 "냉전 종식 이후 나토의 최대 규모 군사훈련"이라고 소개하면서 "나토의 능력과 유럽, 북미 안보를 위해 함께 노력하는 우리의 의지를 강하게 보여줄 것"이
라고 말했다.
 
모스크바와 가까운 북극해에 미군의 항공모함이 30년 만에 진출하고 자국을 가상의 적국으로 상정한 이번 훈련에 대해 러시아는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부 장관은 "우리 국경 근처에서 벌어지는 나토의 군사 활동이 냉전 이후 전례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비판했다. 또한, 마리아 자카로바 외무부 대변인은 "나토가 북극 지역에서 무모한 무력시위를 벌인다면 우리 안보를 위해 맞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보전문가들은 스웨덴과 핀란드 등 비(非) 나토 소속 국가들의 훈련 참가가 향후 인근 정세에 중요하게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러시아와 가까운 이들 국가가 러시아를 자극해가면서 까지 이번 훈련에 참여했다는 게 러시아에 중요한 메시지로 다가올 수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 외교부는 성명을 통해 "이번 나토의 군사적·정치적 행동은 러시아의 인접 지역에서 이뤄지는 활동임에도 사전 통보가 전혀 되지 않았다"며 비판했다.

이에 나토 측은 "철저하게 방어적인 훈련으로 러시아를 포함해 유럽안보협력기구 회원국에 참관단을 초청했다"고 말하며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위클리굿뉴스 11월 11일, 47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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