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주요 기관들에 이어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내수 부진을 이유로 경기 둔화를 공식화한 것이다. 대내외적 악재에 내년 경제 상황이 올해보다 더 나빠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연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마저 확실시되면서 서민들의 불안과 압박은 점점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경제 투톱을 동시에 교체하면서도 경기 침체 판단에 대해서는 여전히 이르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국내외 주요 기관들이 전망한 2019년 한국 경제는 잿빛 일색이다.ⓒ연합뉴스
 
대내외적 악재 겹쳐 '잿빛'
 
국내외 주요 기관들이 전망한 2019년 한국 경제는 잿빛 일색이다. 국책 연구기관인 KDI마저 경기 둔화를 처음으로 공식화했다. 주된 원인은 내수 부진이다. 내수가 활성화되려면 생산·소비·투자·고용이 선순환을 이뤄야 하는데, 올해에 이어 내년도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KDI의 설명이다.
 
올해 회복 기미가 없는 투자 기조는 내년에도 부진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됐다. KDI는 내년 설비투자가 금년(-1.8%)보다 개선되는 모습을 나타내겠지만, 소폭 반등하는데 그친 1.3% 증가율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건설투자 증가율(-3.4%)은 올해(-3.6%)에 이어 연속으로 감소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한국 경제 버팀목인 수출은 전반적으로 경제성장률을 상회하는 호조세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세계경제 성장세가 완만하게 지속하고 미·중 무역 갈등 등 불확실성이 큰 가운데, 효자 품목인 반도체 등의 높은 수출 증가세도 둔화하면서 올해(4.2%)만 못한 3.7% 증가율을 기록할 전망이다.
 
KDI는 반도체를 제외한 여타 품목의 수출이 부진한 상황에서 산업의 격차 및 경기 차별화가 점차 심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 경제를 이끈 자동차·조선 등의 위축과 구조조정, 반도체 의존도가 심화되는 제조업, 서비스업의 성장세 약화 등 산업 불균형이 고용부진을 초래하는 주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업률은 내수 경기가 둔화하는 가운데 대외 수요의 증가세도 완만해짐에 따라 올해에 이어 내년 역시 200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인 3.9%를 유지할 것으로 KDI는 예상했다. 또 취업자 수 증가 폭은 올해보다 소폭 개선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전망치는 20만 명대 초반에서 반 토막 이상 하향 조정한 10만 명 수준으로 추정했다.
 
KDI는 지난해 중국의 '사드 보복' 영향으로 급감했던 중국인 관광객 회복세가 더뎌 서비스업이 부진한 상황에서,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 등 정부 정책들의 부작용이 고용 위축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고용 상황이 내년 상반기까지 부진할 수 있다는 점도 내비쳤다.
 
그나마 살아나던 민간 소비는 다시 꺾일 것으로 보인다. 고용 부진, 근로시간 단축 등 각종 경제 불확실성과 그에 따른 부담으로 올해보다 못할 거란 전망이다. KDI는 내년 총소비 증가율은 올해(3.3%)보다 0.2%포인트 높은 3.5%로 예상했다. 하지만 정부 소비를 제외한 민간 소비 증가율은 올해(2.8%)보다 낮은 2.4%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또 KDI는 대외적으로 △세계경제 성장세 및 교역량 증가세 약화 △주요 수출품목 가격 하락 △대외 경쟁력 약화 등이 내년 성장률 전망에 하방위험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꼽았다. 대내적으로는 △시장금리 급등 △자산가격 하락 등이 하방위험으로, △정부 정책에 따른 소비 개선의 가속화 등이 상방위험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런 상황에서 연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까지 확실시되면서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KDI는 기준금리 인상에 대해서 "국내외적으로 금리 상황이 낙관적이지 못하다는 점에서 될 수 있으면 단기 경기에 영향을 주는 큰 변화는 신중해야 한다"며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연합뉴스
  
이달 초 정부는 예산안 심의 중에 이례적으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을 동시에 교체했다. 지난 9일 후임자로 지명된 김수현 신임 청와대 정책실장과 홍남기 경제부총리 후보자는 모두 내년 경제 전망에 대해 어렵다면서도 경기위기나 침체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는다는 비슷한 견해를 밝혔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정부의 지나친 낙관론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이미 경제지표 전부에 빨간불이 들어왔기 때문에 그것을 인정하고 빨리 회복시키기 위한 노력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의 노력을 통해서 둔화 속도와 폭을 줄이면 일반 서민들이 체감하는 정도가 조금씩 약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윤 교수는 "구체적으로 소득주도성장의 본질을 전제로 분배정책으로서는 유지하되 혁신성장적 관점에서 투자촉진이 제일 중요하다"며 이를 위한 규제완화 등 정부정책의 일대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제언했다.
 
이필상 서울대 초빙교수는 산업이 무너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 교수는 "해운, 조선, 자동차 등 주력 산업들이 상당히 위기"라며 "특히 한국 경제를 떠받치고 있던 반도체도 올 4분기에는 불안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산업발전이 위축되고 기업들이 부실해지니까 성장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근본적으로 산업구조가 무너지고 있는 상태에서 정부가 아무리 예산을 투입해도 경제가 살아나기 어렵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소위 말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일단 정부는 경제가 구조적으로 위기상태라는 것을 올바르게 진단한 다음 산업부터 살리겠다는 정책 기조로 바꾸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한국 경제가 무엇을 먹고살 것인지 찾는 것이 절박하다"면서 "전 세계적으로 4차 산업혁명을 가지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4차 산업혁명에서 선점하고 승자가 되기 위한 노력이 절박하다"고 제언했다.
(위클리굿뉴스 11월 18일, 48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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