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에 편리함을 가져다 준 플라스틱이 환경 파괴의 주범으로 지목되면서 세계 각국이 '플라스틱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 4월 쓰레기 대란을 겪으며 플라스틱 환경오염에 대한 경각심은 높아졌지만 실효성 있는 대책마련까지는 갈 길이 멀다. 선진국에서는 이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일찌감치 대책을 내놨다. 그 중 대표적인 친환경 국가로 꼽히는 독일은 생활 속에 다양한 실천을 통해 플라스틱 제로화에 앞장서고 있다.     
 
 ▲플라스틱은 버려진 뒤 분해되는데 500년이라는 시간이 걸린다.

일상 속에 자리잡은 플라스틱 덜 쓰기, 독일의 비결은?
 
2014년 문을 연 독일 베를린의 식료품점인 '오리지날 운페어팍트(Original Unverpackt)'. 어느 가게 와는 달리 특별한 풍경을 연출한다. 고객들이 들고 온 용기에 샴푸와 커피, 밀가루, 소스 등을 담아가면 마트 직원들이 그 무게를 재 값을 책정한다. 비닐이나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제품을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이른바 '플라스틱 프리' 가게다.
 
세계최초 '포장지 없는' 슈퍼마켓인 이곳은 독일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약 500여 명의 투자자가 '크라우드 펀딩'으로 돈을 모아 출발해, 현재는 시민들의 관심이 커지면서 전국 각지는 물론 영국, 뉴욕, 홍콩 등에서도 비슷한 마트가 생겨났다.
 
독일 가운데서도 친환경 도시로 알려진 프라이부르크 시에는 이 도시만의 독특한 친환경 플라스틱 컵이 있다. 프라이부르크에 가면 시민들이 1회용 컵 대신 프라이부르크란 글씨가 새겨진 컵을 들고 다니는 걸 쉽게 볼 수 있다.  
 
프라이부르크 컵은 제작부터 안전과 재활용을 염두에 두고 '폴리카보네이드'라는 재활용이 잘 되는 소재를 썼다. 다른 재질을 섞지 않은 순수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져 추후 새로운 플라스틱 제품으로 재활용이 가능하다. 기존 텀블러보다 가벼워 휴대가 간편한 데다 이용한 컵을 가져가면 어느 카페에서든지 사용이 가능해 활용도가 높다. 많이 쓰고 나서 더 이상 사용하지 않겠다고 하면 반납을 통해 보증금으로 환납 받을 수 있다.
 
플라스틱병이나 유리병을 모아오면 보증금으로 환급해주는 시스템도 독일에선 보편적이다. 보통 마트 입구에 환급기가 설치돼 있는 데, 집 안에서 배출되는 플라스틱을 환급기에 넣으면 보증금을 쿠폰 형태로 받게 된다. 이 쿠폰은 마트에서 현금처럼 사용이 가능하다. 보통 4인 가족 기준으로 했을 때 월 3만~5만원 정도의 돈을 환급 받을 수 있다. 또 페트병·유리병·캔을 살 때 100~320원 보증금을 내고 반납하면 되돌려주는 판트(Pfand) 제도로 용기 재활용률을 98.5%로 높였다.
 
이 같이 독일은 생산자는 생산자대로 소비자는 소비자대로 일상생활에서 환경을 늘 염두에 두고 있는 모습이다. 정부 차원에서도 '플라스틱 없는 삶'을 실천하도록 제도를 계속적으로 강화 중이다.

최근 독일 정부는 2022년까지 플라스틱 재활용률을 63%까지 높이기로 선언했다. 현재 목표율은 36%다. 특히 이를 위한 여러 방안 중 플라스틱 제품과 포장을 줄이는데 주력할 것임을 밝혔다. 전체 플라스틱 제품의 약 40%가 포장재이기 때문이다.
 
우리 나라도 관련 제도가 있긴 하지만 보안이 좀더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안타깝게도 한국의 1인당 플라스틱 연간 사용량은 세계 1위 수준이다. 이에 정부와 업계가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발벗고 나섰지만, 각종 규제에 치우치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규제가 매장 내 플라스틱컵 사용금지일 터다. 이 규제가 시작된 지 100일 지난 지금, 실제로 텀블러 판매량이 증가하는 등 변화가 나타났다. 8월 한 달간 스타벅스의 텀블러 및 머그잔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시점보다 53% 껑충 뛰었다.
 
그러나 일회용 컵 규제가 낯선 소비자들도 적지 않다. 위생 문제로 다회용 컵을 사용하기 꺼려진다는 이들도 있다. 소비자시민모임이 지난 8월 '다회용 컵을 사용하지 않는 이유'를 설문한 결과 소비자 10명 중 6명이 '위생 상태가 우려돼서'라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독일 등 주요 선진국에 따라 다양한 접근을 통해 생활 속에 플라스틱을 저감토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게 먼저라고 제언한다. 또 소비자의 적극적인 참여를 독려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홍수열 자원순환경제연구소 소장은 "텀블러 할인 액수를 좀 더 올려서 소비자들이 텀블러를 더 적극적으로 사용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며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를 도입해 반납 시 환급액을 소비자에게 돌려주는 방법도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학계 및 업계 관계자들은 "플라스틱 대체재 개발에도 힘써 하루빨리 플라스틱과의 전쟁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 당장 규제를 통해 해결하는 것이 아닌 실질적인 방안을 모색해 모두가 일상 속에서 건강하게 실천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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