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청와대 사랑채 앞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모습이 담긴 그림 작품이 내걸렸다. 이는 곧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연내 답방이 임박했음을 암시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 서울 남북정상회담 환영 플래시몹이 펼쳐져 참가자들이 한반도기를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북한이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되는 12월 9일 현재까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연내 답방 여부에 대한 답은 확실히 통보되지 않았고, 이에 따라 격변의 한 해를 보낸 한반도 정세가 어떻게 마무리될지가 이번 주 판가름 날 전망이다.

주중 김 위원장 답방이 성사되거나, 일정 발표가 나옴으로써 내년 초 북미 제2차 정상회담으로 이어질 비핵화·평화 프로세스의 새 돌파구가 마련될지, 아니면 현재의 교착 상태가 당분간 지속될 지에 대한 관심이 그것이다.

청와대는 12월 9일 우리 정부의 연내 답방 제안에도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 관련 별다른 진척이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지금까지 진척된 상황이 없고 발표할 것도 없다”, “별다른 징후가 없다”고 밝혔다.

김정은 위원장의 내년 신년사 준비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기일(17일), 김 위원장의 조모인 김정숙 생일(24일) 등 북한 내부 일정을 고려하면 김 위원장이 연내 방남을 결정하더라도 이제 남은 날짜가 많지 않은 상황이다.

‘3일 답방설’, ‘18∼20일 답방설’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물리적으로 이번 주 중에는 방남 일정이 도출돼야 연내 남북 정상회담 개최와 북미 고위급회담 가시화가 가능하다. 그런 만큼 이번 한 주에 걸쳐 북한이 어떤 움직임을 보이느냐가 관건이다.

외교가에서는 결국 북한이 ‘주고 받기’에 대한 확신이 부족한 점이 방남을 결정하지 못하는 이유가 아니겠느냐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 최고 지도자의 첫 서울 방문이 갖는 의미를 고려하면 비핵화 조치 관련 자신이 줄 수 있는 메시지와 이에 대한 한국 측의 뚜렷한 ‘상응 조치’가 모두 나와야 하는데 북미 간의 협상 상황을 고려하면 준비에 한계가 있으리라는 것이다. 우리 정부가 김 위원장의 귀환길에 ‘선물’를 들려주려고 해도 경협이나 대규모 지원의 경우 현재로선 제재의 장벽을 뚫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대북 초강경파로 분류되는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이례적인 대북 경제제재 해제 관련 언급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북한 인권토의 무산 등 상황이 북한 입장에선 분명히 긍정적 신호지만, 이 신호에 얼마나 진정성이 담겨 있는지 북한으로서는 판단할 시간이 필요하리라는 분석이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 연구위원은 “김 위원장이 방남하면 자신이 원하는 것도 있겠지만 비핵화 관련 입장도 내놓아야 한다”며 “볼턴 보좌관의 언급 등 유리한 환경 속에서 자신들이 어디까지 내놓아야 할지 내부 조율에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연말에 급하게 추진하기에는 북한이 가장 중시하는 김 위원장의 신변 안전 측면에서 내부적인 반대가 만만치 않으리라는 분석도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 체제의 특수성을 고려하면 가장 고민하는 부분이 경호 관련 존엄 문제에 대한 우려가 아닐까 한다”며 “김 위원장이 (연내 방남한다는) 문재인 대통령과 국제사회에 대한 약속을 지킬 것인가, 아니면 신변 안전 우려를 받아들일 것인가 고민하는 상황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북한의 공식 매체인 조선중앙통신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도 과격한 언사는 자제하는 가운데 주민들에 자력갱생을 강조하며 대북제재나 국제사회의 북한 인권 논의에 대해 원론적인 비난을 하는 정도에 머물고 있다.

눈에 띄는 외교 행보는 지난 12월 6∼8일까지 2박3일간 리용호 외무상의 중국 방문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지난 1일 정상회담 직후 이뤄졌다는 점에서 정상회담 결과를 듣기 위한 측면에 방점이 찍힌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리 외무상이 평양으로 돌아가 방중기간 파악한 바를 김 위원장에게 ‘브리핑’하고 나면 북한이 무엇인가 움직임을 보이지 않겠냐는 관측도 있다.

결국 북한이 미국의 본심과 한국이 제공할 수 있는 ‘상응 조치’가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그에 대해 자신이 비핵화 조치에 있어 무엇을 내놓을 지 내부 논의가 이뤄지면 김 위원장 방남에 대한 입장도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 판단에 따라 순서상 남·북·미가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일정한 진전을 이뤄놓고 북미 정상회담의 본격 추진 단계로 넘어갈지, 아니면 내년 북미 정상회담의 날짜 등 기본적인 사항이 확정된 단계에서 남북 정상회담을 개최할 지 등이 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양무진 교수는 “(북한과 국제사회는) 불신에서 신뢰로 나아가는 과정이다. 그리고 그런 과정에 있을 때는 날짜 등에 대한 합의도 중요한 부분”이라며 “연내 김 위원장 방남에 작지 않은 의미가 있고, 아직 실현 가능성도 남아있다”고 봤다.

조성렬 위원은 “제재완화 등과 관련해 미국에 진정성이 있다면 그 부분에 대해 한국 정부가 구체적으로 미국과 협의해 북한에 전달할 필요가 있다”며 “제재완화의 조건이 무엇인지 창의적 대안을 갖고 미국, 북한과 이야기해야 한다”고 봤다.

조 위원은 또 “그런 부분이 조율되면 북한도 여러 불확실성이 없어지면서 답방을 빨리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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