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고양시 백석동에서 노후 배관이 터지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1기 신도시'에 비상이 걸렸다. 당장 지역난방공사가 철저한 안전점검에 나선다지만 언제 다시 터질지 모를 지하공간발(發) 재난에 국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땅 밑 정보를 정확히 파악하고 관리해 지하설비가 시한폭탄이 되는 건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다수의 사상자를 낸 경기도 고양시 온수 배관 파열 사건의 원인이 배관 노후화로 지목된 가운데 전국에 20년 이상 된 노후 온수 배관이 수두룩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하시설물 안전점검 나서야
 

백석동 지역온수배관 파열사고와 관련, 그 원인으로 27년 된 낡은 배관이 지목됐다. 낡은 배관에 균열이 생긴 뒤 내부의 엄청난 압력을 이기지 못해 파열했다는 게 정부의 분석이다. 당시 2m 깊이 땅에 매설된 열 수송관은 일산신도시 조성 때인 1991년에 설치한 노후 배관이었다.
 
문제는 이런 데가 한두 곳이 아니라는 것이다. 일산과 분당 등 30년이 다 돼가는 수도권 1기 신도시에선 낡은 온수 배관 때문에 툭하면 사고가 터진다.

분당에서는 올해만 두 번 열 배관이 파열됐다. 지난 2월 서현동 AK백화점 앞 도로에서, 3월엔 이매동 방아다리 사거리 부근에서 도로 아래 열 배관이 파손돼 일대 상가와 주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이번에 사고가 난 백석역 인근에선 2년 전에도 온수관 사고가 있었다.
 
전국의 온수 배관 2,614km 가운데 20년 이상 된 배관은 686km. 전체 배관의 32%가 파열 사고 위험에 노출된 셈이다.

특히 노후 열 수송관은 주로 고양시를 비롯한 1기 신도시에 집중적으로 분포돼 있다. 1990년대 초 조성된 1기 신도시는 성남 분당·고양 일산·안양 평촌·부천 중동·군포 산본 등으로 백석동처럼 온수 배관이 20년 이상인 게 대부분이다. 이중 경기 분당은 노후화율이 77%로 가장 높다.   
 
그동안 1기 신도시의 지하시설물 노후화 문제는 지속적으로 제기된 사안이었다. 사고가 속출하고 있지만 체계적인 안전관리가 이뤄지지 않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선 '언제 터질지 모를 지뢰밭을 걷는 것 같다'는 비난도 거셌다. 최근 정부가 정밀 진단 등 사후대책을 내놓았음에도 우려가 끊이질 않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이번 만큼은 지하 기반시설에 대한 대대적인 안전점검과 체계적인 점검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재난정보학회 전찬기 명예회장은 "주요 기반시설에는 사고에 대처하기 위한 매뉴얼뿐 아니라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점검 매뉴얼도 함께 존재한다"며 "평상시 점검 매뉴얼을 제대로 준수한다면 대부분의 사고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하 배관에 대해 제대로 된 데이터가 없는 실정에선 온수관 뿐 아니라 가스관 폭발로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한다 해도 이상할 것이 없다"며 "배관 작업을 할 때 센서 장치 등을 함께 마련하는 등 사고를 막기 위한 예산을 충분히 책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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