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던 하청업체 소속 20대 노동자가 홀로 설비를 점검하다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저비용, 효율화를 내세우며 안전관리 등을 하청업체에 맡기는 이른바 '위험의 외주화'로 하청업체 노동자의 죽음이 반복되고 있다.
 
 ▲11일 새벽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설비점검을 하다 숨진 채 발견된 김씨가 사고가 나기 열흘 전인 1일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노동조합 캠페인에 참가해 '문재인 대통령, 비정규직 노동자와 만납시다'라는 피켓을 들고 인증사진을 찍었다. 

반복되는 죽음의 외주화…"2인1조 근무 규정 안 지켜"
 
"나는 화력발전소에서 석탄 설비를 운전하는 비정규직 노동자입니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처우 개선을 위한 인증샷 릴레이에 동참한 김용균(24)씨. 그가 들고 있던 피켓에 적힌 짤막한 자기소개글이다. 안타깝게도 이 인증사진이 김씨가 마지막으로 남긴 사진이 돼버렸다. 사회초년생이던 그는 꿈을 미처 피지도 못한 채 싸늘한 주검으로 작업장에서 발견됐다. 기계를 멈춰줄 동료 없이 홀로 근무하다 사망한 이 청년의 사연은 지난 2016년 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정비하다 사망한 김군의 죽음을 떠오르게 한다. 
 
한국서부발전은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의 석탄 운송설비에서 한국발전기술 소속 현장운전원인 김씨가 11일 오전 3시 23분께 숨진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이달로 입사 3개월 차인 그는 현장에서 석탄을 나르는 컨베이어가 제대로 작동하는 지 확인하는 일을 해왔다. 사고 전날 김씨는 평소대로 오후 6시경 출근해 혼자 설비점검에 나섰고, 밤 10시쯤부터 연락이 두절됐다. 동료들은 그로부터 5시간가량 지난 새벽에서야 숨진 김씨를 발견했다.
 
한국발전기술 노조 관계자는 "꼼꼼하게 일한다고 평판이 좋았는데 평소 잘 안 보던 곳까지 살피려다 사고를 당한 것 같다"며 "컨베이어벨트 길이가 몇 ㎞에 달해 위치를 파악하는데 오래 걸렸다"고 말했다.    
 
충남 태안화력발전소는 김씨의 첫 직장이었다. 그가 일한 곳은 태안화력발전소이지만, 소속은 한국발전기술이라는 외주 하청업체였다. 김씨가 일했던 업무는 원래 정규직 사원이 하던 업무였고 '2인1조' 근무가 원칙이다. 그러나 발전소의 인력부족 등의 이유로 1인 근무 체제로 돌아가고 있었다. 박용훈 근로감독관은 "하도급 회사들은 수익구조가 열악하다 보니 인력을 줄여 운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회사의 법규 위반 여부에 중점을 두고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이 같은 사고는 해마다 반복해서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15일에는 이번에 사고가 난 태안화력발전소 3호기에서 노동자 1명이 구조물 사이에 끼어 숨졌고, 같은 달 1일엔 가스폭발사고로 2명이 다쳤다. 지난 9월 인천 영흥화력발전소에서는 하청업체 노동자 3명이 바다로 추락해 2명이 숨지는 사고가 있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한국발전기술 지회가 11일 공개한 ‘태안화력발전소 하청노동자 주요 안전사고·사망사고 현황’을 보면, 2010년부터 8년 동안 이 발전소에서는 모두 12명의 하청 노동자가 추락 사고나 매몰 사고, 쇠망치에 맞는 사고나 대형 크레인 전복 사고, 김씨와 같은 협착 사고로 숨졌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더 이상 산재사고가 발생치 않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무엇보다도 노동계는 노동현장에 만연한 '위험의 외주화' 관행의 근절을 촉구하고 나섰다. 민주노총은 “더 이상 없길 바랐지만 또다시 외주화가 노동자를 죽였다”며 "지난 국정감사에서 ‘정규직 안해도 좋으니 더 이상 죽지만 않게 해달라’고 이야기했다. 그런데 오늘 또 동료를 잃었다. 하청노동자지만 우리도 국민이다. 더 이상 죽지 않게 해달라. 그 길은 위험의 외주화를 중단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사고와 관련해 정의당은 논평을 내 " 태안화력에서 1년을 주기로 비정규직 노동자가 두 명이나 숨졌다"며 "이런 일이 벌어진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노동현장에 만연한 '위험의 외주화 관행' 때문이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작업장 안전환경이 제대로 갖춰졌는지, 비정규직 노동자만 홀로 위험한 작업환경에 노출된 건 아닌지 명백히 밝히고, 위반사항이 발견되면 엄정 조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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