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학자이자 문화비평가 최태섭이 쓴 책 <한국, 남자>가 남혐논란에 휩싸였다. 이 책과 관련된 인터넷 서점에서는 남초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집단 탈퇴 소동이 벌어졌다. 자세한 내용을 살펴봤다.  
 
 ▲한 인터넷 서점이 운영하는 웹진이 회원들에게 책 <한국, 남자>와 저자 최태섭 인터뷰 내용을 소개한 e-메일 제목이 논란이 되면서 해당 서점은 공개적으로 사과문을 게시했다.

인터넷 서점, '한남' 메일 논란
 
"어쩌면 그렇게 한(국)남(자)스럽니?"
 
이 문장은 인터넷 서점이 운영하는 웹진이 최근 회원들에게 책과 저자 최태섭 인터뷰 내용을 소개하기 위해 보낸 e-메일 제목이었다.
 
그런데 이 메일제목은 해당서점을 남성혐오 논란에 휩싸이게 한 불씨가 됐다. 남성 사용자가 많은 커뮤니티에서는 해당 사이트를 탈퇴하겠다고 나서기까지 했다. 급기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서점을 처벌해 달라는 국민청원까지 등장했다.
 
회원들은 "해당서점이 한남이라는 단어를 제목에 사용한 것은 다분히 의도적이었다"며 "서점과 출판사가 남성 비하에 앞장섰다. 상대가 여성이라면 이렇게 홍보하겠느냐"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한남이라는 표현이 남성들에게 모욕감을 줬다는 것이다.
 
결국 해당 인터넷 서점은 사과문을 게재하며 사태는 일단락됐다. 해당 서점은 "최태섭 작가와 인터뷰에서 작가 저서를 소개하는 내용 중 발췌한 문장"이라며 "원래 의도와는 다르게 비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지 못했다. 이번 일로 불편한 마음을 느낀 모든 분께 사과드린다"고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이번 일은 '김치녀' '한남충' 등 한국 여성과 남성이 서로를 비하하는 혐오적인 표현, 더 나아가 남녀 간 갈등을 유발하는 혐오문제가 곧 사회적 문제라는 점이 표면화된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남자, 요즘 사회에서 굉장히 곤란한 존재"   
 
 ▲책 표지

최태섭의 <한국, 남자>는 신랄하게 한국 남성의 실체를 밝히고 있다. 페미니즘 운동과 더불어 사회에 만연한 여성혐오 및 차별을 되갚겠다는 이른바 '미러링'을 통해 여성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오늘날, 남성 위주의 사회구조 속에 추구된 한국 남자의 '남성성'과 그 실체는 달랐음에 주목하는 책이다.
 
이를 위해 최 작가는 조선시대부터 일제강점기·한국전쟁·군사 독재시절·장기화된 경기불황 등 대한민국 근현대사를 시대순으로 조망하면서 '남성성'이 어떻게 작용했고 변해 왔는지 통계 자료를 근거로 기술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최 작가는 "한국 남자라는 존재는 요즘 현대사회에서 굉장히 곤란한 존재가 되고 있다"며 "이 곤란함은 이중적이다. 한국 남자는 그 시작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단 한번도 이상적인 남성성을 현실로 구현해내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한국의 젊은 남성들 중에는 아버지 세대가 가장으로서 권위를 누렸던 것을 자신이 할 수 없음에 박탈감을 느끼는데 이 자체가 허상인 것이라는 그의 주장이다. 또한 한국남자들이 경제적인 어려움 속에 자신을 돈 버는 기계에 비유해 피해자라고 외친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사회적 이상을 실현화 하지 못한 실패를 언제나 다른 사회적 약자들, 특히 여성의 탓으로 돌려왔다"며 "사회적으로는 폭력과 억압의 주체고, 내적으로는 실패와 좌절에 파묻혀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출판사 은행나무 측은 "이 시대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로 떠오른 젠더문제에서 지금까지 초점은 여성의 문제에 맞춰져 있었다"며 "저자는 그 나머지 반절, 성별 질서의 헤게모니를 쥐고 있는 남성성을 중심으로 젠더문제를 고찰하고자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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