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국가로, 낙태가 엄격히 금지돼온 아일랜드에서 낙태를 허용하는 법률안이 의회를 통과해 시행을 목전에 두고 있다.
 
 ▲낙태 금지 법안 폐지를 촉구하는 아일랜드 사람들 (사진제공=연합뉴스)

임신 12주 이내 낙태 제한적 허용
 
아일랜드 의회 상원은 13일 임신 12주 이내의 낙태를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임신중절법안'을 가결했다.
 
BBC 방송에 따르면 이 법안은 마이클 히긴스 대통령의 서명 절차를 거쳐 시행된다.
 
의회를 통과해 시행을 앞둔 낙태허용 법안은 치명적인 태아의 이상이 확인되거나 임신부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이 위험하다고 판단될 경우, 12주차까지는 의료기관이 임신중절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두 명의 다른 의사가 산모의 건강 상태를 평가할 수 있게 했다. 아울러 법 시행 3년 후에 낙태허용 입법 효과를 검토해 보완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시몬 해리스 아일랜드 보건장관은 트위터를 통해 "낙태 허용법을 현실로 만들었다"며 지난 5월의 국민투표는 여성들의 선택을 지지하고 외로운 여행을 끝내게 하는 투표였다며 법안 통과를 환영했다.
 
임신부와 태아에 동등한 생존권 부여돼 그동안 낙태 금지
 
한편 국민의 80% 이상이 가톨릭교회 신자인 아일랜드에서는 2012년 치과의사였던 사비타 할라파나바르의 죽음을 계기로 낙태금지법을 없애자는 여론이 형성됐다.
 
인도 출신으로 당시 31세였던 할라파나바르는 임신 후 태아가 생존할 수 없다는 진단을 받았으나 불법이라는 이유로 낙태 수술을 거부당한 바 있다. 결국 태아가 숨지고 나서야 수술을 받았지만 후유증인 패혈증이 악화돼 숨졌다.
 
이후 낙태를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자 아일랜드 정부는 지난 5월 국민투표까지 진행해 투표 참가자 66.4%의 찬성으로 낙태금지를 규정한 1983년의 개정헌법 제8조를 폐지하기로 결졍했다.
 
이 조항은 임신부와 태아에게 동등한 생존권을 부여해 아일랜드에서 낙태할 경우 최고 14년형이 선고될 수 있었다.
 
수정 헌법이 발효된 이후 약 17만 명의 아일랜드 임신부가 영국 등에서 원정 낙태를 한 사실도 드러났다.
 
한편 대부분의 유럽 국가는 낙태를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아이슬란드는 임신 16주까지, 스웨덴은 18주까지, 네덜란드는 22주까지 낙태가 가능하다.
 
폴란드와 키프로스에서는 산모 건강에 치명적 위험이 있는 경우나 태아 기형, 성폭행, 근친상간 등이 확인될 경우 중절 수술을 받을 수 있다.
 
영국은 의사 두 명의 동의 아래 임신 24주 이내 낙태를 허용한다. 다만 24주 이후에는 산모 건강, 심각한 기형 등의 예외사유만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아일랜드와 국경을 맞댄 영국령 북아일랜드에서는 낙태가 금지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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