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금강산에서 열린 이산가족 상봉 행사. 오랜 세월 가슴에 묻고 살았던 남북 가족들이 상봉하는 장면에서 모든 국민이 눈물을 훔쳤다. 최근 현대 기술을 통해 볼 수도, 만날 수도 없는 실향민들을 가상으로 상봉시켜준 특별한 사진 전시회가 열려 감동을 준다.
 
  ▲이배근 할아버지와 3D 나이변환 기술을 적용한 아버지 ⓒ데일리굿뉴스

3D 나이변환 기술 활용해 현재 모습 '상상'
 
여든을 넘긴 아들이 80년 만에 사진을 통해 부모님을 만났다. 이제는 백발 노인이 된 세 가족의 흑백사진에는 특별한 비밀이 숨어있다.
 
사진 속 아들은 실제 인물이지만, 부모는 과거 사진을 바탕으로 현재 모습을 상상한 가상이다.
 
변순철 작가는 지난 2015년부터 2016년까지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북한에 있는 가족의 옛 사진을 갖고 있는 실향민 50여 명을 선정했다.
 
북쪽에 있는 가족의 70년 전 사진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극히 적었다. 70년 전 찍은 사진을 갖고 피난 와, 고이 보관하는 것이 어려운 일이기 때문. 연락된 사람의 약 1%정도가 그런 사진을 갖고 있었다.
 
변 작가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 의뢰해 '3D 나이변환 기술'을 옛 사진에 적용했다. 3D 나이변환 기술은 한국인의 얼굴 표본을 DB화 시켜서, 세대별 주름 양과 부위, 피부 두께, 얼굴색 등을 분석한 후 몽타주에 적용하는 방식으로, 정확도는 80%정도다.
 
이 프로그램은 어린 형제 자매, 젊은 부모님을 수십 년이 지난 현재의 모습으로 만들어줬다. 이후 변 작가는 실제 인물과 합성해 작품을 완성했다. 사진 속 인물은 누가 실제고, 가상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정교하다.
 
주름과 머리카락 한 올, 눈빛 등에서 실제 여부와는 상관 없이 통곡의 세월을 버텨온 이들의 아픔이 절절하게 느껴진다.
 
변 작가는 "사진을 찍는 동안 그들의 사연을 듣고 여러 번 울컥했다"고 했다.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정말 울컥한 마음이 들면서 가슴이 뭉클해진다.
 
부모님과 큰 형의 사진을 두 손에 쥐고, 눈을 질끈 감은 채 울음을 참고 있는 서은희 할아버지, 가상의 아버지와 손을 잡고 나란히 서 있는 이배근 할아버지 등.
 
어떤 사람은 "아버지가 스튜디오에 (사진으로)계시는데 떠날 수 없다"며 스튜디오 근처로 출퇴근 하듯 나오기도 했다고 한다.
 
갤러리는 실향민이 실제 사진을 들고 찍은 사진과, 이를 바탕으로 재현된 가상의 인물을 합성한 사진을 나란히 걸지 않고 따로 떼어 전시 했다. 한편으로는 전시를 돌아보며 시간이 흐른 뒤 이들의 모습을 전시장에서 찾아보는 재미도 생긴다.
 
변수철 작가는 이번 전시회의 영어 제목을 '이터널 패밀리(Eternal Family)'라고 지었다. 그는 "혈육은 영원 한 것, 서로 떨어져 있더라도 떨어질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해 '마이 패밀리' 대신 '이터널 패밀리'라고 이름을 붙였다"며 "실향민이 예술을 통해 이어진 만큼 현실에서도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기억은 사라지지만 사진은 기억을 대신할 수 있다"며 "실향민들에게 뜻 깊은 선물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변 작가의 <나의 가족> 전시회는 내년 1월 13일까지 서울 종로구 아라리오갤러리에서 진행된다.
 
 ▲눈을 질끈 감은 채 울음을 참고 있는 서은희 할아버지 ⓒ데일리굿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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