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도 교회는 성폭력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특히 지난 2월 서지현 검사의 폭로로 미투 운동이 본격화되면서 교회 성폭력을 고발하는 이른바 '처치투 운동'도 잇달았다. 목사와 성도, 특히 미성년 성도들의 신뢰와 친밀함을 이용해 범죄를 저지르는 그루밍 성폭력은 어느덧 교회 성폭력의 특징을 규정짓는 단어처럼 여겨질 정도다. 그 동안의 교회 성폭력 사건들을 되돌아보고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20일 서울 종로구 낙원상가에서 기독교반성폭력센터가 '2018 교회 성폭력 성찰과 대안' 집담회를 개최했다.ⓒ데일리굿뉴스

잇단 교회 성폭력에도 성폭력 예방교육 '全無'
 
성폭력 사건은 가해자와 피해자가 원래부터 아는 면식 관계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신고율이 유난히 낮고, 드러나지 않는 범죄가 더 많아 통계를 그대로 신뢰하기 어려운 이유다.
 
전문가들은 수면 위에 드러나지 않은 성폭력 범죄를 고려하면, 통계에 드러난 건수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이는 교회 성폭력 역시 마찬가지다. 성폭력 사건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수준이 변하면서, 그 동안 피해를 겪고도 말하지 못했던 교회 성폭력 피해자들도 점점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교회 내 발생하는 성폭력에 대해 교회가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우리 교회에서도 성폭력이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20일 열린 '2018 교회 성폭력 성찰과 대안' 집담회에 패널로 참여한 '퀴어 아포칼립스' 저자 시우는 교회에도 성폭력 예방 교육이 실시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내가 다니는 교회는 그런 성폭력 문제와 상관이 없고, 사건이 일어나지도 않았기 때문에 교육을 받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하지만 공공기관 등 일정 규모가 되는 단체, 조직들은 성폭력 방지 교육을 의무적으로 받는데 교회는 이미 성폭력이 발생한 사실이 밝혀졌음에도 이 책임에서 면제 받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은혜 기자(뉴스앤조이)도 "교단법에 교회 성폭력에 대한 처벌 규정을 만들자고 하면 목사님들은 불쾌해하시면서 '목사를 다 가해자로 만들려는 거냐'고 반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가해자보다는 '우리 교회에서도 누군가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우리 교회에서 그런 피해가 생기면 안 되지'라는 방향으로 생각을 전환하는 것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성폭력 사건은 직접적인 피해 뿐만 아니라 그 이상으로 심각한 2차 피해에 대한 경각심도 높다. 기독교반성폭력센터에 올해 접수된 상담 중에도 2차 피해를 호소한 경우가 있었다. 교회 공동체의 특성상 가해자와 피해자를 둘러싼 제3자들이 많기 때문에 2차 피해가 쉽게 발생한다.
 
만민중앙교회 피해자들을 지원한 신진희 변호사(대한법률구조공단)는 "2차 피해의 종류나 범위, 영향력에 대해 아직까지 명확하게 규정되지는 않았다"면서도 "교회라는 공동체 안에서 2차 피해의 파급효과가 워낙 크기 때문에 이를 예방할 수 있는 일종의 매뉴얼이나 교육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교회에서는 학교나 직장과 다르게 유독 성에 대한 교육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 이는 이미 십계명에 나와 있기 때문에 교육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며 "하지만 그래서 더 소홀히 하고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올해 7월 개소한 기독교반성폭력센터에 접수된 상담 건수는 총 85건이며, 그 중 84명이 여성 피해자였다.ⓒ데일리굿뉴스

"피해자 누군지부터 검색"…관음증이 2차 피해 낳는다
 
교회 성폭력이 발생했다는 기사가 보도될 때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내용은 무엇일까. 이은혜 기자는 "댓글에 가장 많이 달리는 내용은 그 교회가 어느 교단 소속인지, 무슨 교회인지, 목사가 누군인지를 밝히라는 것"이라며 "사람들은 이 사건이 어떻게 올바르게 해결돼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신진희 변호사는 '관음증'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성폭력 사건을 바라보는 대중들의 태도를 지적했다. 특히 성폭력 피해자에 있어서 언론과 대중들은 사건의 문제점, 심각성 보다는 관음증적 시선으로 기사나 소문을 소비할 뿐이라는 것이다.
 
신 변호사는 "유식한 말로는 '국민의 알 권리'라고도 하지만, 결국 사람들은 피해자가 누군지, 뭐 하는 사람인지, 어떤 관계였는지가 굉장히 궁금한 것"이라며 "반면 교통사고 기사의 경우 피해자가 누군지를 궁금해하기 보다 얼마나 다쳤는지를 궁금해하는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확연하다"고 설명했다.
 
시우 역시 성폭력 사건에 대해 관찰하거나 구경하는 위치에 있으려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람들은 사건의 소문을 계속해서 나르고 확산시키면서 사건과 관련 없는 피해자와 가해자의 모습, 행동을 평가한다"며 "어떤 책임감을 가지고 사건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단지 구경하면서 나와, 우리 교회와는 상관 없는 일로 만들면서 안심하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집담회에서는 올해 7월 개소한 기독교반성폭력센터(김애희 센터장)가 지금까지 접수된 상담 내용을 정리한 통계가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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