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현 검사 사건으로 촉발된 '미투운동'은 한국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이는 법조계 뿐 아니라 교육계, 연예계 등 사회 전 분야에 걸쳐 화두로 떠올랐다. 대책마련 촉구 법안이 국회에 연이어 제출되면서 향후 결과에 국민들의 관심이 쏠렸다. 본지의 취재 결과 뜨거웠던 논란과 달리 미투 관련 법제화는 거의 진전된 바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미투 관련 법제화는 거의 진전된 바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통과한 미투 법안 '5%' 불과
 
'미투운동' 이후 140여 건의 관련 법안이 국회에 제출됐고 이미 계류돼 있던 법안까지 포함하면 미투 관련 법안은 200건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그런데 이 가운데 본회의를 통과한 것은 10건도 채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의 5%에 불과한 셈이다.
 
통과된 미투 관련 법안 중 2018년 12월 7일 국회를 통과한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은 이른바 '미투 1호 법안'으로 꼽힌다. 해당 법안은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같은 해 2월 대표 발의해 약 10개월 만에 국회를 통과했다. 여성의 폭력 방지와 피해자 보호 지원을 국가의 책임으로 명시하고, 간접 피해자 범위를 피해자의 배우자와 직계친족 및 형제자매로 구체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했다.
 
이 외 여성가족부의 '국회 통과된 미투 관련 법안'에 따르면 △최대 7년 징역 또는 3천 만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강화된 '업무상 위계·위력에 의한 간음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백 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상향된 '업무상 위계·위력에 의한 추행죄' △성폭력 시 임용결격(당연퇴직) 사유로 확대된 '공무원 성폭력 범죄형법' △'예술인 복지법 일부 개정법률안' 등의 법정형이 강화됐다.
 
비동의간음죄·직장 및 학교 내 성폭력죄…잠자는 미투 법안
 
하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법안은 국회에 계류된 실정이다. 국회의 통과를 기다리는 법안에는 '비동의 간음죄' 처벌에 관한 형법 일부 개정안과 직장과 교육 분야 내 성희롱 및 성폭력 범죄 처벌 강화 법안 등이 있다.
 
'비동의 간음죄'에 대한 처벌 경우 2018년 8월 27일 이정미 정의당 의원이 동의 없는 성관계에 대한 처벌을 담아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그러나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1소위에 계류된 상태다. 당시 서울서부지법이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수행비서 김지은씨가 안 전 지사의 요구를 명시적으로 거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안 지사에 무죄를 선고하자 이 의원이 협박 또는 폭행이 없더라도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성적행위를 처벌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발의한 것이다.
 
직장 내 성희롱 및 성폭력 범죄 처벌을 강화하자는 법안들도 계류 중이다. △직장 내 성희롱 관련 사항을 노사 협의회 협의 사항으로 명시하도록 한 '근로자 참여 및 협력증진법' △노동위원회를 통한 성희롱 구제 절차를 신설하는 법안 '노동위원회법' △사업주의 성희롱이나 징계 미조치 등에 대한 처벌 강화를 명시한 '남녀 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지원에 관한 법률' 등 일부 개정안들이 계류돼 있다.
 
이 뿐 아니라 교육 분야에서 성폭력을 막기 위한 법안들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기준 정의당 정책위원회가 분석한 교육분야 미투 관련 법안 현황에 따르면, 2017년 7월부터 약 1년 반 동안 미투 법안은 모두 16건 발의됐다. 그러나 모두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발의된 법안 대부분은 성범죄를 저지른 교원의 징계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징계위원회를 정비하고 여성위원과 외부위원을 늘려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립학교의 경우 국공립 교원에 준해 징계하도록 하고, 재단이 사건을 미온적으로 처리하지 못하게 하는 방안이 관련 법안에 포함됐다. 하지만 이들 법안 중 통과된 법안은 현재까지 없다.
 
이와 관련 김수희 한국여성단체연합 정책부장은 "국회의원들이 실제 법안 통과에 의지가 있는지 궁금하다"며 "미투 관련 법안들이 조속하게 처리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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