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아 남한과 북한, 미국의 정상들이 신년사를 발표했다. 대중의 관심을 끈 대목은 단연 한반도 정세에 대한 전망이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표면적으로는 긍정적인 메시지가 담겼지만 실질적인 조치 가능성은 오히려 적어졌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자세한 내용을 살펴봤다. 
 
 ▲반년 이상 교착 국면을 이어가던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새해 벽두에 접어들면서 새롭게 '숨통'을 틔우는 모양새다.(사진제공=연합뉴스)

확 달라진 김정은 신년사, 우선 긍정적 평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일 발표한 신년사는 형식과 내용에 있어서 이전과는 많이 달라졌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검은 양복을 입은 김 위원장은 집무실의 갈색 소파에 앉아 전 세계인에게 새해 인사를 건네는 파격적인 변화를 보였다. 지난해 노동당 중앙위원회 청사 연단에서 북한 국민을 향해 신년사를 발표한 것과 확실히 대비되는 모습으로, 정상국가로 가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신년사에서 가장 눈길을 끈 대목은 '완전한 비핵화'를 육성으로 언급하며 비핵화 의지를 국제사회에 재확인했다는 점이다. 김 위원장이 완전한 비핵화를 직접 밝힌 것은 집권 이래 처음이다.
 
김 위원장은 “조선반도의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를 구축하고 완전한 비핵화로 나가려는 것은 우리 당과 공화국 정부의 불변한 입장이자 나의 확고한 의지”라며 "더 이상 핵무기를 만들지도 시험하지도 않으며 사용하지도 전파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또 "앞으로도 언제든 또다시 미국 대통령과 마주 앉을 준비가 되어 있다"며 "반드시 국제사회가 환영하는 결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언급하며 북미 2차 정상회담에 대한 희망을 밝히기도 했다.
 
이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북한의 위대한 경제적 잠재력을 잘 알고 있는 김 위원장을 나도 만나길 기대한다”고 화답했다.  

2일 신년사를 전한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다만 "새해에는 평화의 흐름이 되돌릴 수 없는 큰 물결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에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가 정착되면 평화가 번영을 이끄는 한반도 시대를 열어갈 수 있을 것"이라며 "한반도 신경제구상을 실현해서 평화가 우리 경제의 큰 힘이 되는 시대를 반드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핵 보유국 선언'에 '2차 북미회담 전망'까지

이처럼 남북미 정상이 한반도 비핵화 분위기 띄우기에 나섰지만, 신년사 면면을 뜯어보면 오히려 비핵화 진전 시점은 더 불투명해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특히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협상에 응할 준비가 되어 있다면서도, "제재와 압박으로 나간다면 부득불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될 수도 있다"고 압박을 가한 것에 촉각을 세웠다.
 
뉴욕타임스는 "북한이 핵 시설 해체를 위한 조치를 하기 전에 미국이 제재 해제를 시작해야 한다는 김 위원장의 요구는 근본적으로 2017년 초 트럼프 대통령 취임 당시 상태로 복귀하는 것"이라며 "김 위원장은 제재가 해제되지 않을 경우 핵 대결로 복귀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이 없다는 위협도 함께 했다"고 분석했다.
 
상응조치 제공을 놓고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반년가량 교착국면을 이어가던 상황에서 북한이 기존 입장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공사는 “2018년 초나 지금이나 북한은 핵무기를 끝까지 고수하려는 데 한 치의 변화가 없다”며 “미국이 올해도 북핵 폐기 협상을 고집한다면 2019년의 북미관계나 남북관계는 2018년과 같이 큰 진전은 없는 상황이 재현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정상이 2차 북미정상회담을 언급하며 '직접 담판' 의지를 확인한 것은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집권 3년차를 맞는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대선에서 재선에 성공하려면 '비핵화 열매'가 절실하다는 점도 긍정적 전망을 뒷받침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이 김 위원장의 진의를 잘 분석할 것이고 이는 협상 진전의 시작이 될 수 있다"며 김 위원장의 신년사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을 위한 가능성을 연, 새로운 평화를 위한 서곡"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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