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서구 염창동 사랑교회에는 주일 오후만 되면 외국인들이 하나 둘 찾아오기 시작한다. 아파트 단지 내 상가에 위치한 교회를 어떻게 알고 찾아오나 싶을 만큼, 네팔·영국·필리핀 등 10여 개 국적의 사람들로 북적북적하다. 김덕겸 목사는 인터넷과 생방송 라디오 어플을 통한 다문화 방송을 그 비결로 꼽았다. 미디어를 적극 활용해 외국인 선교에 앞장서고 있는 사랑교회를 찾아가봤다.
 
 ▲김덕겸 목사는 지난해 2월 다문화복음방송을 개국하고 13개 언어로 외국인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있다.ⓒ데일리굿뉴스

다문화 선교에 앞장…"우리는 모두 나그네"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 수는 약 200만 명으로 추산된다. 이제 거리에서 외국인을 보는 것이 더 이상 낯설지 않지만, 복음적 관점으로 이들을 바라보고 전도하는 교회는 많지 않다. 김덕겸 목사는 "복음이 필요한 사람들로 바라보기 시작하면 지나치는 외국인들을 그냥 가만히 지켜볼 수 없다"며 "중요한 것은 다름 아닌 관심"이라고 말했다.
 
김 목사는 한국에 온 외국인들이 자국어로 복음을 접할 기회가 거의 없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세계 각국의 언어로 예배를 드리거나 설교, 찬양 콘텐츠를 정기적으로 제공하는 교회나 기독교단체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3개월 시범기간을 거쳐 2018년 2월 개국한 다문화복음방송에는 김 목사와 교인들이 깜짝 놀랄 만큼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왔다. 공식 홈페이지와 스마트폰 어플을 통해 복음을 듣는 이들이 하루에 많게는 2만 명에 달했다.
 
"이 다문화 방송을 듣고 개종한 분들이 많아요. 특히 무슬림권 사람들은 본국에서는 전혀 복음에 대해 듣지 못하다가 한국으로 온 뒤 우연히 방송을 통해서 복음을 듣게 돼요. 방송을 듣고 교회로 찾아오는 외국인들도 있고 친구들도 데리고 옵니다."
 
영어, 중국어, 러시아어 등 13개 언어로 제공되는 설교·찬양 콘텐츠는 영상으로도 볼 수 있고, 오전 4시부터 자정까지 생방송 라디오로도 들을 수 있다. 김 목사는 "언제, 어디서든 보고 들을 수 있다는 것이 미디어 사역의 가장 큰 장점"이라며 "특히 언어도, 문화도 다른 낯선 타지에서 다닐 교회를 찾기 어려운 외국인들에게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문화복음방송에는 사랑교회의 영어예배 뿐만 아니라 유튜브에 올라오는 각국의 설교·찬양 콘텐츠, 타 교회의 외국인 예배를 촬영해 보기 좋게 편집한 양질의 영상들이 수시로 업로드 된다. 즉 13개 국가의 복음방송들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일종의 플랫폼인 셈이다.
 
김 목사는 미자립교회 등 규모가 작은 교회들도 다문화방송을 통해 얼마든지 외국인 선교를 시작할 수 있다고 격려했다. 그는 "일단 외국인들을 교회로 초청하고 방송을 연결해주면 연결고리가 생긴다"며 "다문화 선교에 대한 열정이 식어가는 한국교회에 다시금 불이 지펴졌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사랑교회 주일 예배는 필리핀어와 영어, 한국어 등 3개 언어로 진행된다.(사진제공=사랑교회)

"하나님 가장 기뻐하는 일은 선교…더욱 관심 가져야"
 
사랑교회에서는 주일 예배가 필리핀어(타갈로그어)와 영어, 한국어 등 3개 언어로 진행된다. 각각 현지인 목사와 전도사가 예배를 진행한다. 매주 토요일에는 본국 역파송을 목표로 외국인 성도들을 훈련시켜 지도자로 양육하는 세계외국인선교신학교 수업이 열린다.
 
또 갈 곳 없는 외국인들이 임시 처소로 쉬었다 갈 수 있도록 교회 근처 연립주택 두 채를 얻어 쉼터를 운영하고 있다.
 
대형교회에서 할 법한 많은 사역들을, 규모가 크지 않은 사랑교회가 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교인들의 열정 때문이다. 교인들은 매주 구역별로 돌아가며 손수 식사 봉사에 나서고, 자발적으로 영상제작과 라디오 편성 등을 담당하며 다문화복음방송 PD로 섬기고 있다. 매년 교회 예산을 편성할 때도 선교예산의 비중이 높은 편이다.
 
김덕겸 목사는 "외국인들에게 복음을 전하면서 식사와 옷, 비자, 신원보증 등의 필요도 채워줘야 하기 때문에 외국인 사역은 특히 재정을 많이 필요로 한다"며 "선교적인 마인드로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외국인 성도들을 섬기는 교회 교인들이 아니었다면 엄두도 못 냈을 것"이라며 웃음을 보였다.
 
외국인 전도에 대한 열정이 뜨거운 만큼 그 열매도 적지 않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화를 묻자 김 목사는 "평생 무슬림으로 자라온 이란 여성이 한국에 와서 복음을 듣고, 교회에서 양육을 잘 받아 기독교로 완전히 개종했다"며 "신학을 공부한 뒤 지금은 전도사로 섬기고 있다"고 소개했다.
 
사랑교회를 방문하는 이들마다 '교회가 살아있고 생동감이 넘친다'고 입을 모아 칭찬한다. 김 목사는 "하나님이 가장 기뻐하시는 일은 선교"라고 힘주어 말했다.
 
"요즘 한국교회가 많이 어렵고 침체됐다고 하지만, 아직 교회 성도들의 신앙은 뜨겁게 살아있습니다. 교회의 사역 방향이 분명하고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사역을 하면, 성도들이 스스로 교회를 찾아 오고 자원해서 섬깁니다. 하나님이 우리가 사는 이 땅에 보내신 외국인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일에 한국교회가 더욱 관심을 가졌으면 합니다"
 
 ▲다문화복음방송 공식 홈페이지에서 언어를 선택하면 해당 언어로 설교와 찬양을 보고 들을 수 있다.ⓒ데일리굿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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