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방부가 '양심적 병역거부자'라는 말 대신, '종교적 병역거부'라는 용어를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병역을 이행하면 '비양심적이냐'는 그간의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한 조치인데, 되려 혼선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방부가 대체복무제와 관련해 '양심적 병역거부'라는 기존 용어 대신 '종교적 신앙 등에 따른 병역거부자'라는 용어를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종교적 행위로 의미 축소…호칭 논쟁까지 야기
 

군 당국은 지난해 말 '대체복무제'를 입법 예고하면서 '양심'이라는 표현을 명시했다. '양심적 병역거부'는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용어이고, 양심의 자유는 헌법에서 보장하는 기본권이라는 것이다.
 
특히 헌법재판소가 '양심'이 도덕적이거나 정당하다는 것은 결코 아님을 규명했고, 헌법 19조에 양심의 자유와 조화할 수 있는 대체복무안을 마련하라고 한 만큼 '양심'이라는 용어자체를 사용치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국방부가 갑자기 입장을 선회했다. 지난 4일 브리핑에서 국방부는 "양심적 병역거부 대신 '종교적 신앙 등에 따른 병역거부'로 용어를 바꾸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양심', '신념', '양심적'이라는 말을 앞으로 일체 쓰지 않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군에서 병역의무를 이행했거나 이행 중이거나 이행할 사람들이 비양심적 또는 비신념적인 사람인 것처럼 오해될 수 있다는 국민적 우려를 고려했다는 게 국방부의 설명이다. 그간 군대에 가면 비양심적이냐는 논란이 거센데다가, 거론되는 병역거부자 가운데 특정 종교인이 대다수를 차지하자 방침을 바꾼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결정이 사회적인 용어 통일로 곧바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지난해 헌법재판소의 헌법 불합치 결정 취지가 헌법상 '양심의 자유'를 인정하는 취지였던 만큼 법률 용어와 정부의 호칭 간에 불일치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벌써부터 시민단체들의 반발도 거세다. 군인권센터,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전쟁없는세상, 참여연대는 6일 공동 논평을 내고, "정부가 앞으로 '종교적 신앙 등에 따른 병역거부자'라는 용어를 사용하겠다는 것은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의 판결을 무시하는 것이자, 병역거부를 '양심의 자유'라는 권리의 실현이 아닌 '종교'에 따른 행위로 축소시켜버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도덕적 의미에서의 '양심'과, 헌법적 의미에서 사용되는 윤리적인 확신을 뜻하는 '양심'은 다른 의미"라며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논란을 회피하기 위한 용어 변경이 아니라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의 의미를 지속해서 알려 나가면서 논란을 불식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결정에 따라 '36개월 교도소 합숙근무'라는 대체복무안을 놓고 벌어진 찬반논란이 '호칭' 논쟁으로 번질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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