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 관련 단체들이 추산한 국내 '미등록 이주아동'은 약 2만여 명이다. 한국에서 나고 자랐지만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 채 사각지대 속에서 점점 소외되고 있는 게 이주아동들의 현실적인 모습이다. 이들의 인권 보호를 위해서라도 입법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주 관련 단체들이 추산한 국내 '미등록 이주아동'은 약 2만여 명에 달한다.

교육권·건강권 등 각종 차별…복지 사각지대 방치
 

미등록 이주아동은 본인 의지와 무관하게 부모 등 보호자 결정으로 한국에 이주하게 됐거나 이주 부모들에 의해 한국에서 출생하게 된 만 18세 미만 아동을 뜻한다.
 
법무부 출입국 기록을 바탕으로 한 2017년 12월 기준 불법 체류자는 25만 1천41명인데, 이 중 19세 이하 미등록 이주아동은 5천279명이다. 외국인 인권단체 등은 통계에 반영되지 않는 불법 체류자 자녀 등을 포함하면 미등록 이주아동은 2만 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한다. 여기서 추산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정확한 파악이 어렵기 때문이다.
 
통계에도 잡히지 않는 대부분의 미등록 이주아동들은 월세방을 전전하거나 혼자 방치된 채 소외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최소한의 권리도 누리지 못하고 있다. 출생 등록이 안돼 건강보험 가입이 불가능하고, 유치원이나 학교 입학에도 제재가 따른다.
 
특히 미등록 이주아동의 건강권 보장은 더 제한적이다. 기본적인 건강관리와 예방접종을 받으려고 무료 진료소나 보건소를 이용할 때도 체류 신분상 미등록인 사실이 발각될까 봐 불안감을 느낀다는 설문조사 결과도 있다.
 
그런가 하면 미등록이라는 이유로 보육시설 입학이 거부되기도 한다. 미등록 이주아동을 받을 시 보육시설에서는 처리해야 할 추가적인 서류업무가 부과되고 정부 보육료 지원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해당 부모는 시설 안전성이나 프로그램 평가는 고사하고 돈을 더 내더라도 미등록 신분을 문제 삼지 않는 시설을 찾을 수밖에 없다. 이마저도 여의치 않으면 아동을 방치하기에 이르는 것이다.  
 
법적 권리 보장 위한 정책 부실
 

이에 아이들의 기본권만큼은 국가가 나서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법무부의 조사에 따르면 일반 국민 세 명 중 두 명은 이런 사각지대의 아이들을 한국 아이들과 동일하게 보호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유엔에서도 건강보험 만큼은 등록하도록 한국 정부에 권고한 상태다.    
 
실제로 이주아동 차별은 유엔 아동권리 협약에 위배된다. 협약 제2조는 아동이 그 부모나 가족 구성원 신분이나 행위 등을 이유로 차별이나 처벌을 당하지 않도록 적절한 조처를 하는 것을 국가 의무로 규정하고 있다. 제3조는 행정당국이 실시하는 아동에 대한 모든 행위에서 아동을 위한 최상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명시한다.
 
그러나 정부의 행동은 여전히 더디기만 한 상황이다. 가장 기초적인 단계인 출생 등록을 위한 법안조차 국회에서 수차례 논의 끝에 무산됐고, 건강보험 혜택은 아예 논의조차 없다.
 
재단법인 청소년 희망재단은 "미등록 이주아동의 법적 권리를 보장하지 않는 현실 속에 정부가 추진하는 이들의 의료와 보육과 교육지원 정책은 그 내용이 부실하고 지자체마다 관심도가 다르며, 예산 미확보로 인해 정책이 사문화하는 등 사회적 기반이 매우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재단은 "미등록 이주아동이 우리 사회에서 주변인으로 차별받고 교육 기회를 갖지 못할 경우, 범죄에 노출되기 쉽고 향후 사회적 부담이 될 수 있으며 저항이 세력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최근 국내 시민단체들은 미등록 이주아동을 위한 연대에 나서고 있다. 세이브더칠드런, 유엔난민기구, 이주민센터 친구,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등 10여 개 단체가 참여한 '보편적 출생신고 네트워크(Universal Birth Registration)'는 미등록 이주아동의 인권 문제와 보편적 출생등록 제도의 필요성을 알리는 토론회와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보편적 출생등록 제도란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모든 아동이 국적이나 체류 자격과 관계없이 출생등록을 해 법적 신분을 보장받도록 하는 것이다. 이들은 "출생신고는 아동이 기본 권리를 누리는 출발선"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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