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레이 페인트로 터널이나 건물 외벽 등에 그림을 그리는 힙합문화 예술행위를 '그래피티'라고 한다. 그래피티라고 하면 반항적이고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은 '거리낙서'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문화를 통해 복음을 전하고 있는 한 청년이 있어 관심을 모은다. 바로 그래피티 아티스트 황은관 씨다. 지난 8일 홍대의 한 카페에서 황 작가를 직접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지난 8일 홍대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래피티 아티스트 황은관 씨ⓒ데일리굿뉴스

"제가 좋아하는 그림, 복음 전도의 접촉점이죠"
 
"성전에 앉아만 있지 않으시고 거리에 나와 복음을 전한 예수님처럼 저도 복음 들고 거리에 나오고 싶었어요."
 
공공예술이 전도에 효과적이라고 생각해 '그래피티'로 복음을 전하고 있는 황은관 작가의 말이다. 그는 "'정말 하고 싶은 것을 해야겠다'고 마음 먹으면서 시작한 것이 '그림 그리기'"라며 "길바닥에서 예술을 하는 정서가 좋아 그래피티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전시장에 갇혀있는 것보다 거리로 나와 불특정 다수 시민들과 함께한다는 점에서 그래피티의 매력을 느꼈다는 것이다.
 
본래 미술 전공자가 아닌 황 작가는 뒤늦게 예술세계에 입문했다. 그는 초등학생 시절부터 미적 재능을 인정 받았지만 부모의 반대와 가정환경 영향으로 예술의 길을 포기해야 했다. 인문계 고등학교와 일반4년제 법학과를 졸업한 그는 취미활동으로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하지만 2015년 군복무 중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해보자'라는 다짐을 하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려야겠다고 마음을 바꿨다.
 
그는 성경말씀을 예쁜 글씨로 적는 '캘리그래피' 작업을 먼저 시작했다. 당시 그는 어려워진 가정 형편과, 교회에 대한 회의감, 세월호 사건과 같은 사회 문제 현상 등으로 좌절과 우울감에 사로잡혔다. 하지만 신앙의 끈을 놓지 않으면서 힙합문화를 적용한 그래피티 스타일의 글씨작품을 만들며 정서적으로 회복을 경험했다. SNS에 공유된 그의 작품들은 입소문을 타고 작품전시를 해보자는 기획자의 러브콜도 받았다.
 
실제로 전역 후인 2017년 그는 우리나라 독립운동가를 조명하는 스타트업 미술전시회를 열었다. 이는 그가 직접적으로 그래피티 세계에 뛰어든 계기가 됐다. 전시회 준비 차 작가 섭외 과정에서 그래피티 크루와 인연을 맺은 그는 지난해 2월 초 그래피티 크루로 합류해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다.
 
'돌려말하기' 보다는 '직설적'으로 복음 전해
 
그래피티를 통해 복음을 잇기 위한 그의 열정은 그의 작품 세계에도 반영됐다. 그는 작업을 할 때 소위 '돌려 말하기'보다는 직설적이면서 대중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잘 그리는 것에 중점을 둔다고 했다. 예를 들면 그의 작품 중에는 예수님 얼굴이 중점적으로 크게 표현됐다.  
 
실제로 그의 작품 <내가 너를 쉬게 하리라>에서는 예수님의 얼굴과 그 주변에 성경구절이 적혀 있다. 황 작가는 "마태복음 11장 28절 말씀에서 영감을 받아 그린 작품"이라며 "출퇴근 길 일상에 지친 사람들이 스쳐 지나가며 이 그림을 볼 때 위로 받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그렸다"고 설명했다.
 
그러한 그의 작품에 대해 믿지 않는 대중들이 거부감을 갖지 않을까하는 주변의 걱정 어린 시선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복음적 메시지를 작품에 녹여내 복음을 돌려서 말하기보다는 대중들이 보기에 감탄스러울 만큼 직설적이고 확실하게 표현을 잘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의 열정과 달리 그래피티 작업환경 특성상 어려움도 따른다. 사유재산인 건물 등에 함부로 그림을 그리는 행위는 불법이어서 그래피티는 허가된 구역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공식적으로 그래피티 작업을 허용한 곳은 서대문구 신촌기차역 인근 터널과 강남구 압구정 일대 등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시작하고 쉽게 벽에서 마주칠 수 있는 그림을 통해 어떻게 하면 선한 영향력으로 다가갈 수 있을까 고민하며 그래피티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그래피티가 비기독교인에게 복음을 전할 수 있는 전도의 접촉점이라는 것이다.  
 
그는 "정말 내 작품이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지 두려운 마음도 있지만 SNS를 통해 따뜻한 시선을 보내주는 대중들의 응원에 힘을 얻고 있다"며 "길거리를 지나는 대중들이 자연스럽게 내 작품을 보고 쉼과 위로를 받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서대문구 한 터널에 그려진 황 작가의 <내가 너를 쉬게 하리라>ⓒ데일리굿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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