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사회가 2개월간의 '사회적 대토론'을 시작했지만 '노란 조끼' 집회 열기는 좀처럼 식지 않고 있다. 생활고에 시달리는 민초(民草)들의 반란 성격을 띤 시위는 프랑스를 넘어 이제는 세계 각국으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세계 6위의 경제대국에서 토요일마다 사람들이 모여 '이대로는 못 살겠다'고 외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달로 3개월째 접어든 '노란 조끼' 사태의 전말을 살펴봤다.
 
 ▲파리 '노란 조끼' 10차 집회

현실과 괴리된 정책의 최후
 
크리스마스와 새해 휴가철을 맞아 다소 힘이 빠졌던 '노란 조끼' 시위가 새해 들어 다시 불붙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장문의 대국민 서한까지 공개했지만 성난 민심을 잠재우기엔 역부족이었다. 오히려 서한을 통해 자신의 경제개혁 핵심 의제에서 물러설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하면서 여론의 분노를 샀다.
 
10주 연속 집회가 열릴 정도로 이렇게 시위가 확산된 데는 표면상으로는 유류세 인상이 불씨가 됐지만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소득양극화에 대한 서민층의 분노가 기름을 끼얹었다는 분석이다.
 
프랑스 정부는 지난해 11월 경유 23%, 휘발유 15%의 유류세 인상을 단행했다. 명목은 기후변화와 대기 오염에 따른 배기가스 배출 억제가 불가피하다는 이유에서였다. 대도시 외곽이나 지방 중소도시, 농촌 지역에 사는 서민들은 유류세 추가 인상 소식을 자신들을 겨냥한 직격탄으로 받아들였다.
 
프랑스 1인당 국민소득은 3만 8,000달러, 근로자의 월 평균 가처분소득은 1700유로(219만원)정도다. 이 돈으론 대도시의 비싼 집세와 높은 물가를 충당하기 어려운 게 프랑스의 현실이다. 외곽으로 밀려난 저소득층은 대중교통 등 제반 생활여건이 열악한 상황에서 출퇴근을 자가용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들에겐 유류세 인상이 곧 생계와 직결되는 만큼 큰 우려로 다가온 것이다.
 
이것이 시위라는 분노의 방식으로 표출된 것이고, 그 동안 진행됐던 부유세 폐지나 각종 복지지출 삭감 등 부유층에게만 유리한 정책에 불만을 품은 사람들까지 시위에 가세하면서 확산이 계속된 것이다.
 
어떤 이들은 이를 두고 갈수록 양극화가 심화하는 21세기 자본주의의 붕괴 조짐이라고 해석한다. 25%에 달하는 청년실업률은 양극화로 인한 프랑스의 암담한 현실을 대변한다.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운 청년들은 최저임금(SMIC)을 받고 임시직을 전전하는 신세다.

소득세와 사회보장분담금 등을 제하고 난 실제 최저임금은 7.61유로(9,809원), 주 35시간 기준 한달 치 월급은 1154유로(148만 7,00원)에 불과하다. 반면 프랑스 엘리트 젊은이들이 정부 기관이나 대기업에 취업해 받는 초임은 평균 4500유로(580만원)이상에 달한다. 이들 사이의 격차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마크롱 정부는 올해부터 최저임금을 인상하고 노동시장 개혁을 위해 예산을 투입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시위대는 "우리는 빵부스러기가 아니라 온전한 바게트를 원한다"며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아울러 정부 정책 결정 과정에서 일반 국민이 더 큰 발언권을 갖기를 촉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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