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지켜낸 처절한 몸부림, 역사를 이뤄내다

영화 '말모이'와 함께 보는 '사전의 편찬史'

최상경(cs_kyoung@goodtv.co.kr)

등록일:2019-02-01 18: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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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을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 엔딩크레딧이 뜨면 이 말이 절로 나온다. 우리말의 소중함과 가치를 생각해보게 하는 영화 <말모이>는 우리 모두 알고있지만, 너무나 잊기 쉬운 진실을 깨우쳐 준다. 당연하게 쓰고 있는 우리말이 실은 많은 사람들의 희생의 대가였다는 사실이다.
 
'말모이'는 "말을 모은다"란 뜻의 순우리말로, 영화는 사전편찬의 역사적 순간으로 모두를 끌어 들여 우리의 마음을 다시금 모으고 있다. 지금 이 시점에서 영화 속 이야기를 통해 최초 우리말 사전의 편찬사를 짚어봤다.        
 
 ▲일제의 민족말살정책이 극에 달해 우리말 사용이 금지된 1940년대 경성, 우리말을 모아 조선말 사전을 만들려고 했다는 이유로 옥고를 치른 '조선어학회 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 '말모이'의 영화 속 한 장면.

국어사전의 시초 '말모이' …"말은 민족정신의 결정체"
 

"말은 사람의 특징이요, 겨레의 보람이요, 문화의 표상이다."
 
1957년 한글학회가 편찬한 우리말 '큰사전'의 머리글이다. 한글은 우리말을 표기하기 위한 문자이며 사전은 이를 오롯이 담는 큰 그릇에 속한다. 민족 정체성 확립을 위해 국어 연구를 하고 한글로 된 독립신문을 발행하는 데 기여한 주시경 선생과 학자들이 일제의 탄압 속에서도 우리말 사전을 편찬하려 애쓴 이유다.  
 
영화 '말모이'에서의 민중들 역시 우리말을 지키고자 일제에 맞서며 사전을 완성한다. 우리말과 글을 없애려는 일본의 탄압은 모질었고, 꿋꿋하게 한글을 지켜낸 학자들은 올곧았다. 이처럼 자기 희생을 통해서라도 우리 말과 글을 지키고자 한 건 말이 곧 '민족문화의 보고'이고 '정신의 결정체'라 여겼기 때문이다.
 
영화의 배경이 된 1942년 당시 역사적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영화는 우리말을 모아 조선말 사전을 만들려 했다는 이유로 대거 옥고를 치렀던 '조선어학회 사건'의 역사를 큰 뼈대로 삼았다.
 
당시 일본은 조선인의 민족의식을 고취하고 조선어 사용 금지 정책을 어겼다는 핑계로 조선어학회 한글학자 33인을 체포한다. 이들은 모진 고문을 받은 끝에 16명이 수감됐고, 12명은 기소유예 처분을 받는다. 수감된 한글학자들은 1945년 광복과 함께 석방됐으나 이윤재와 한징 등은 옥고를 치르던 중 숨을 거두고 말았다.
 
이 같은 고된 과정 속에서 탄생한 게 최초의 우리말 사전인 '말모이'인 것이다. 비록 출판되지는 못했으나 'ㄱ'부터 '걀죽'까지 수기로 작성한 원고는 현존하는 상태다.
 
'말모이'는 조선어학회 수장인 주시경이 편찬 책임자로 어휘 수집을 시작했고, 김두봉과 김여제가 조수로 도왔다. 1933년에 조선어학회는 한글 표기법 통일안을 마련하고 1938년에 '조선어사전'을 편찬하면서 본격적인 우리말 사전이 등장했다. 우리말을 집대성한 최고의 대사전인 '조선말 큰사전'은 광복 후에야 완성됐다. 이 사전에 담긴 단어수만 16만 4,125개로 어문생활의 기초를 다지는 데 크게 공헌했다는 평을 받는다.
 
본래 우리말 사전의 기본 형태는 외국인 선교사들에 의해 구축됐다. 19세기 말 한국에 온 선교사들이 한국어 학습을 위해 사전을 발간하기 시작한 게 모태가 됐다.
 
한국어를 올림말로 한 최초의 근대적 이중어사전인 '한불자전'은 1880년 프랑스에서 온 파리외방선교회 한국선교단이 편찬했다. 미국 선교사가 만든 '한영자전', 러시아의 지방 관리가 만든 '노한사전' 등은 이후 우리말 문법 연구에 크게 이바지했다.
 
역사적으로 사회적 흐름을 싣는 데 충실했던 사전은 남북관계 해빙을 맞으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분단 이후 70년이 흐르면서 남과 북의 말과 글은 상당 부분 달라졌다. 남북은 2005년 '겨레말큰사전' 편찬 사업을 시작했으나 이후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큰 진척을 보지 못했다. 휴전선에 가로막힌 민족 언어유산을 집대성하는 작업은 이제 후손들이 풀어야 할 숙제가 됐다.
 
그런 맥락에서 영화 '말모이'의 메시지는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에 길라잡이가 돼준다. 영화는 내내 '동지'의 의미를 강조한다. "한 사람의 열 발자국보다 열 사람의 한 발자국이 더 낫지 않겠어." 영화를 관통하는 이 대사는 결국 마음과 뜻을 모으면 역사를 이뤄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엄유나 감독은 "우리 말과 글이 금지된 때, 불가능할 것만 같던 우리말사전을 완성하기 위해 각자가 할 수 있는 방식으로 함께한 많은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며 느낀 감동을 온전히 영화에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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