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복동 할머니가 우리에게 남긴 것들…'끝까지 포기 말라"

최상경 (cs_kyoung@goodtv.co.kr)

등록일:2019-02-07 17: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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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일본군의 만행을 전 세계에 알리는 데 앞장선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가 향년 93세로 영면했다. 김 할머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를 세상에 처음 알린 故 김학순 할머니와 함께 위안부 문제를 글로벌 이슈로 만든 여성인권운동의 상징이다.
 
그의 타계 소식에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김 할머니가 걸어온 삶의 궤적을 되짚고 있다. 임종 전 "끝까지 싸워달라"는 마지막 말을 남기고 떠난 그의 소망을 이루는 건 이제 우리 몫으로 남았다. 김복동 할머니의 삶을 통해 오늘날 과제로 남은 '위안부 문제'를 재조명해 봤다.     
 
 ▲지난달 28일 일본군의 만행을 전 세계에 알리는 데 앞장선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가 별세했다.  

성노예 아픔 딛고 인권운동 헌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가 지난달 28일 '끝까지 싸워달라'는 마지막 말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14세 때 일본군 위안부로 연행된 김 할머니는 중국·홍콩·말레이시아 등지에서 잔혹한 고초를 겪었다.
 
갖은 고초 끝에 귀국한 김 할머니는 1992년 자신의 참담했던 피해 사실을 처음 공개하고 전 세계를 돌며 일본군의 만행을 증언했다. 특히 아시아연대회의·세계인권대회에 참석하는 등 국제사회에 전시 성폭력 문제의 참혹성을 알리는 데 앞장섰다.
 
2012년부터는 유엔인권이사회와 미국·독일·일본 등에서 전시 성폭력 반대 운동에 참여했다. '전쟁없는 세상' 등의 해외 캠페인을 벌이는가하면, 재일 한인 청소년과 전쟁지역 아동 등을 위해 전 재산을 기부하는 등 여성인권운동가이자 평화활동가의 삶을 살았다.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2015년 국경없는기자회가 선정한 '자유를 위해 싸우는 세계 100인의 영웅'에 선정되기도 했다.
 
지난해 9월엔 암 투병 중에도 화해치유재단 해산을 요구하면서 외교부 앞에 직접 나와 "우리가 위로금 받으려 여태 싸운 줄 아냐. 1,000억을 줘도 못 받는다"며 날 선 투쟁을 이어갔던 그였다.
 
이 같이 일본 정부의 사죄와 법적 배상을 위해 싸워온 김 할머니는 위안부 피해자들의 정신적 지주이자 상징으로 회자된다. 그런 의미에서 그의 별세는 위안부 운동의 큰 대들보를 잃은 것이나 다름없다는 의견이 많다. 이제 김 할머니의 별세로 위안부 피해자임을 밝힌 생존자도 23명 뿐이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여전히 위안부 할머니들이 요구하는 법적 책임 인정과 배상을 외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본은 지난 2015년 12월 '한·일 위안부 협의'로 이 문제가 '해결됐다'고 주장하지만, 피해 당사자의 동의 없는 양국 정부의 밀실 합의는 유효하지 않다는 게 인권단체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국제 인권기구들은 "위안부 문제는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해결됐다는 일본 측 태도는 인류의 양심과 거리가 먼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위안부 문제' 지속적 관심 요구
 
최근 한일 관계 또한 극도의 긴장 상황에 접어들면서 위기감마저 감돌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화해치유재단 해산, 강제징용 배상 판결, 초계기 갈등 등에 따라 경색 국면이 더욱 심화된 것이다. 이러한 상황까지 겹치면서 위안부 문제를 향한 사회적 관심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김복동 할머니 장례식 이후 처음 열린 수요집회에는 김 할머니의 뜻을 따라 '일본의 진정한 사죄가 있을 때까지 연대하겠다'는 시민들의 다짐과 자성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설 연휴 마지막 날(6일)임에도 서울 종로구 구 일본대사관 일대는 사람들도 빽빽했다.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관심 촉구는 종교계 등 각계각층에서도 이어졌다. 한국교회 역시 김 할머니를 애도하는 데 마음을 더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총무 이홍정 목사)는 "김복동 할머니는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 각지를 돌며 일본군이 행한 만행을 알렸다"며 "일본 정부의 진정한 사죄를 요구하는 간절하고도 용기 있는 외침은 많은 이들에게 큰 힘이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고인의 삶과 뜻은 영원히 기억돼야 하며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는 다시는 이러한 비극적인 역사가 되풀이 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에 있다. 더 늦기 전에 할머니의 존엄과 인권이 회복될 수 있도록 정부와 종교·민간사회가 함께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직도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싸움은 현재 진행 중이다.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해 끝까지 싸워달라'던 김복동 할머니의 유언을 기억하며 진정한 해결로 이어지도록 마음을 모아야 할 시점임은 분명해 보인다.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의 영결식에서 시민들이 헌화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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