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항을 거듭해온 미·중 무역협상이 다음달 1일로 예정된 타결 시한을 앞두고 11일부터 베이징(北京)에서 재개됐다. 이달 말 미·중 정상회담이 무산된 상황에서 이뤄지는 이번 베이징 협상에서 극적인 합의를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무역전쟁이 파국으로 치닫는 상황을 막기 위해 협상 마감 시한이 연장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중 무역 갈등 합의하나(사진제공=연합뉴스)

11일 미중 차관급 협상 개시…14일부터 고위급 협상

제프리 게리시 미국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가 이끄는 차관급 협상단이 선발대 형식으로 11일 오전(현지시간) 베이징에 도착해 중국 측과 통상 현안에 대한 실무 논의에 나섰다. 이어 14일부터 15일까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방중해 류허(劉鶴) 부총리 등과 고위급 협상을 이어갈 예정이다.

이번 미국 측 대표단에 그레그 다우드 USTR 농업부문 협상대표, 데이비드 맬패스 재무부 국제담당 차관, 테드 매키니 농무부 통상·해외농업 담당 차관, 길버트 캐플런 상무부 국제통상 담당 차관 등 지난달 말 워싱턴 미·중 고위급 협상 일원들이 대거 동행해 추가 합의를 끌어낼지 주목된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1일 정례 브리핑에서 베이징의 무역 협상 재개의 일정과 의제에 대해 "류허 부총리가 중국 대표단을 이끌고 오는 14일부터 15일까지 베이징에서 미국 무역 대표단과 중미 고위급 협상을 한다"고 확인했다.

화 대변인은 "양측은 얼마 전 워싱턴 협상을 토대로 공동 관심사에 대해 진일보한 토의를 할 것"이라면서 "우리는 전세계인들과 마찬가지로 좋은 결과가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달 30~31일 워싱턴 미·중 고위급 협상에서는 지식재산권 보호와 무역 불균형, 기술 이전, 관세·비관세 장벽 등 폭넓은 의제를 논의했다. 중국은 당시 협상에서 미국산 제품 수입 확대, 지재권 보호 강화 등을 약속했다.

따라서 이번 베이징 협상에서는 중국의 첨단 기술 육성 정책인 '중국 제조 2025'와 더불어 화웨이(華爲) 등 중국 기업 문제와 관세 및 비관세 장벽 분야 등을 놓고 치열한 밀고 당기기가 이뤄질 전망이다.

중국은 외국인 투자 등 대외 개방을 확대하며 중국 기업 육성책은 관여하지 말라는 입장이지만 미국은 중국 대표 기술업체인 화웨이 등에 강력한 압박을 가하는 등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중국 또한 거대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미국 정·관·재계에 로비를 통해 미·중 무역협상의 조기 타결이 필요하다는 점을 전방위로 피력하고 있다. 베이징 소식통은 "지난달 워싱턴 협상에서 중국이 미국산 대두 500만t을 추가로 사들이겠다고 하는 등 미국산 수입을 늘리는 방식으로 미국에 러브콜을 보냈다"면서 "그러나 미국은 경제 패권을 다투는 이번 협상에서 한 번에 합의해줄 의사는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추가 관세 유예 마감 시한인 내달 1일을 앞두고 미·중 간 개략적인 무역 합의서 초안조차 마련하지 못했다며 양국 간 합의 가능성에 회의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이에 따라 라이트하이저 대표 등은 이번 베이징 방문을 통해 협상을 이어가면서 협상 마감 시한을 연장하는 방식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

이 과정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이 전화 통화 등을 통해 대화를 이어갈 가능성도 점쳐진다. 일각에서는 오는 6월 일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에서 미중 정상이 최종 담판을 지을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세계 주요 2개국(G2)인 미국과 중국은 지난해 최대 40%에 이르는 고율 관세를 주고받는 무역 전쟁을 벌여 중국은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28년 만에 최저로 떨어지며 큰 타격을 받았다. 미·중 양국 정상은 지난해 12월 아르헨티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기간에 회동해 '90일 휴전'에 합의한 뒤 양국은 추가 관세 부과를 유보하고 협상을 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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