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여 전 강원도 평창에선 우리나라 역사상 첫 동계올림픽의 화려한 막이 올랐다. 역대 가장 성공한 올림픽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화려한 빛 뒤에는 그림자가 따르는 법. 막대한 혈세를 쏟아 부은 시설들이 무용지물로 전락하면서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성공 개최에 가려진 평창 동계올림픽의 남은 과제들을 짚어봤다.
 
 ▲평창동계올림픽(2018년 2월9~15일) 1주년을 맞아 곳곳에서 '기념식'이 진행됐다.

'애물단지' 전락 경기장, 딜레마 언제까지
 

평창올림픽 1주년을 맞아 다양한 축하 행사가 펼쳐졌다. 평창과 강릉 곳곳에 올림픽기와 참가국 깃발들이 펄럭이고 찬사도 잇따랐다. 한반도 정세는 올림픽 전후로 완전히 달라졌다. 갈등과 전쟁위협으로 가득했던 상황에서 평화 시대를 맞은 전환점이 된 것이다. 올림픽이 추구하는 진정한 정신을 가장 완벽하게 실천한 대회라고 평가 받는 이유다.
 
이런 찬사 속에도 올림픽은 씁쓸한 과제를 남겼다. 현재 강원도와 평창은 경기시설 사후문제로 골머리를 썩고 있다. 경기시설 활용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수천억 원을 들여 건설한 경기시설 상당수가 유지관리 비용만 축내는 애물단지로 전락한 것이다.
 
올림픽경기장 총 13곳에 들어간 예산은 총 8,680억 원에 달한다. 이중 새로 지은 슬라이딩센터나 강릉 스피드스케이트 경기장, 강릉 하키센터는 일반인이 이용하기 어려운 전문 경기장들이라 마땅한 활용방안도 없이 방치돼왔다.
 
전체 13개 경기장 가운데 8곳이 이 같이 완전히 방치됐거나 단순 행사장으로 간혹 쓰일 뿐, 운영수익을 내지 못하며 유지관리비만 줄줄 새고 있는 형편이다.
 
개·폐회식이 열렸던 메인 스타디움은 1년이 지난 지금엔 허허벌판이 됐다. 1,100억 원을 투입해 지은 슬라이딩 센터는 스켈레톤 윤성빈 선수가 금메달을 딴 영광의 무대였으나 얼음도 없이 콘크리트 바닥을 드러낸 지 오래다. '무결점 경기장'이란 찬사까지 받았지만 올림픽이 끝나자마자 폐쇄 조치됐다. 강릉 스피드스케이팅장도 방치되긴 매한가지다. 무려 1,261억 원의 건설비가 투입됐지만 운영수익은 전무한 실정이다.
 
2,000억 원이 든 가리왕산 알파인경기장은 갈등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존치와 복원을 놓고 정부와 지자체, 지역주민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바람에 시설 관리조차 손을 놓은 상태다. 당초 벌목과 산사태 등의 우려로 생태복원을 전제로 건설됐지만 강원도와 정선군이 곤돌라와 운영도로 등을 올림픽 레거시로서 남겨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존폐논란이 불거졌다. 그사이 관리 주체가 없는 시설은 유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흉물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서 개최도시의 재정 압박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앞서 지난해 한국산업전략연구원의 적자분 분석 결과, 경기장 별로 연간 10억 원대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됐다. 이마저도 경기장이 정상 운영된다는 가정하에 산출된 비용이다.
 
김형익 강릉상의회장은 "재정적인 문제는 물론 올림픽 뒷감당까지 지역이 떠안고 있는 형편"이라며 "문제해결에 적기를 놓친 감이 없진 않지만 이제라도 정부와 정치권, 지역이 머리를 맞대고 문제를 타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앞으로 남은 과제들이다. 정부는 뒤늦게 기념재단을 만들어 시설 운영과 관리를 맡기로 했다. 기념재단은 슬라이딩센터 등 경기장 세 곳의 유지·관리를 비롯해 국제올림픽위원회 협력사업, 평창 포럼 등 올림픽 유산 사업을 맡아 진행할 계획이다. 현재 재단 운영 방식과 재정 지원 규모 등을 뽑기 위해 외부 연구 용역을 추진 중에 있다. 재단 설립은 강원도가 추가 재원을 출연하고 문체부가 용역결과를 반영해 예산을 지원하게 된다.
 
그러나 재단의 주무관청이나 시설 관리운영과 지원 방식 등 아직 정해진 게 없어 풀어야 할 숙제가 산적하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일부는 국가대표들이 훈련할 수 있게 하고 훈련비를 받을 예정"이라며 "나머지는 일반 관광객이 이용할 수 있게끔 상업적 이용이 가능하게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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