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윤한덕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장 순직으로 국내 열악한 응급의료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윤 센터장의 집무실 내부 모습 ⓒ연합뉴스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자랑하는 한국 의료의 이면이 드러났다. 윤한덕(51)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이 지난 설 연휴 사무실에서 근무 중 과로로 숨을 거둔 채 발견되면서 국내 열악한 응급의료 환경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응급(應急)'이란 급한 대로 먼저 처리하거나 급한 상황에 대처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국내 응급의료 현장에서는 의미조차 무색한 게 현실이다. 응급실을 찾아도 골든아워(환자의 생사를 가를 수 있는 시간)를 사수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이국종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은 "2차대전의 야전병원 수준"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중앙응급의료센터에 따르면 2월 기준 전국적으로 권역응급의료센터 35개, 지역응급의료센터 126개, 지역응급의료기관 241개 총 402개의 기관이 있다. 권역·지역응급의료센터(상급종합병원 등)는 중증 응급환자 치료에 집중하고, 지역응급의료기관은 24시간 1차 응급진료를 담당하기 위해 지정됐다.
 
그러나 지역응급의료기관은 물론 권역·지역응급의료센터까지 경증환자가 몰리면서 응급실 과밀화와 의료 인력 부족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작 중증 응급환자들은 치료가 지연되거나 전원(轉院)하다가 사망하는 사고까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또 의료진들이 과로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열악한 구조에 놓이면서, 그에 따른 전공 기피 현상 초래 및 인력 부족의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궁극적으로 중증 응급환자를 수용할 수 있는 기반 시설 자체가 미흡한 데다 이마저도 과밀화 현상으로 받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하며 "환자와 의사 모두를 살리려면 시설, 인력, 인식 등 응급 체계의 전반적인 개선과 투자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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