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7년 세워져 100년 넘은 역사를 가진 예산교회가 우여곡절 끝에 재탄생한다. 폐쇄 위기에 처했던 교회는 신학생들의 도움으로 재건이 시작돼 이번 주일 첫 예배가 드려질 예정이다. 교회는 문화 공간으로의 변신을 준비 중이다.
 
 ▲폐쇄 위기에 처했던 충남 예산군 예산교회가 주민들을 위한 문화 공간으로 재탄생한다.ⓒ데일리굿뉴스

폐쇄 소식에 원우회서 '재건 프로젝트' 앞장
 
충청남도 예산에 위치한 예산교회는 설립 100주년을 맞이하는 해였던 2017년 잠정 폐쇄가 결정됐다. 탈농촌화 현상과 교세 악화 등의 이유로 교회가 매각 위기에 처한 것이다.
 
교회 옆에 있는 예산 지역 최초의 유치원인 신명유치원도 다음세대의 숫자가 줄어들면서 잇따라 폐쇄됐다.
 
이 같은 결정에 당시 신학생이었던 심규용 전도사를 비롯해 성공회대학교 신학대학원 원우회 학우들이 뭉쳤다. 학우들은 2017년 말 교회를 방문해 예산교회 100주년 저녁기도회를 가지는 등 교회의 재건 방안을 모색했다. 예산교회 재건을 위한 프로젝트 '일어나요 예산교회, Again 1917'이 시작된 것이다.
 
재건 프로젝트를 담당하게 된 심규용 전도사는 이달 12일 예산교회로 정식 부임했다. 심 전도사는 다가오는 주일 드려지는 첫 예배를 시작으로 '지역 사회와 함께하는 교회'로의 도약을 위해 힘쓸 계획이다.
 
교회와 유치원의 폐쇄 소식에 아쉬워하던 주민들은 재건 프로젝트의 시작에 기대감을 표했다. 김석희(57, 충남 예산군) 씨는 "교회가 없어질 줄 알았는데 다시 부활한다는 소식을 듣고 감사했다"며 "우리나라를 짊어질 젊은 사람들이 다시 이 공간를 이용한다는 게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어 "신명유치원은 자녀들이 졸업한 유치원이기도 하다"며 "추억이 있는 장소가 주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사용된다니 의미가 남다르다"고 전했다.
 
 ▲예산교회 옆에는 주민들의 추억이 깃든 신명유치원이 자리잡고 있다. 두 곳 모두 군 지정 근대문화유산이다.ⓒ데일리굿뉴스
 
주민 위한 문화 공간으로 변신 예정
 
예산군에서 지정한 근대문화유산이기도 한 예산교회와 신명유치원은 '문화공간 마르코'로 변신한다. 교회는 지난해부터 진행된 독서 모임 '마르코의 책방'부터 영화 모임, 춤 교실 등 주민들을 위한 문화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다.
 
한 켠에 마련될 카페 '신명'에는 성공회 초기 학교와 신명유치원의 역사가 수록된다. 기념관 형태의 마을 카페다. 교회 예배당은 기독교적 가치가 담긴 미술 작품이 전시된 갤러리로 꾸며진다.
 
한편, 충청남도 예산군의 인구는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다. 행정안전부의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2019년 1월 기준 예산군의 인구는 8만 45명으로 2017년 1월 8만 1천 174명, 2018년 1월 8만 360명보다 감소했다. 2년 사이 1천 129명이 감소한 것이다.
 
이에 심규용 전도사는 "2040년에는 전국의 지방자치단체 중 30~40%가 소멸될 가능성이 높다"며, "지역사회가 잘 되어야 교회도 함께 발전해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교회의 선교 방향이 교회만의 양적 성장이 아닌 지역 사회의 필요에 관심을 둬야 한다는 것이 심 전도사의 생각이다. 교회가 주일에는 예배를 드리는 예배당으로, 주중에는 예산 주민을 위한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심 전도사는 "지역 사회를 위한 교회로 예산 성공회가 다시 재건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며 "지역 주민들에게 우리 교회가 어떻게 기억될 것인가라고 했을 때 정말 교회다운 교회로 기억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교회는 주일에는 예배당으로 주중에는 문화 공간으로 활용된다.ⓒ데일리굿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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