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실업자 수가 2000년 이후 19년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여기에 설상가상 신규 실업자까지 급증해, 일자리 문제가 양과 질 모두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기실업자와 신규실업자가 모두 증가하면서 실업이 양적, 질적으로 모두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사진=연합뉴스)

역대 최다 실업자…졸업자 쏟아지는 2월 더 암울

구직기간이 6개월 이상인 이른바 '장기실업자'가 1월 기준으로 19년 만에 최악의 실업자 수를 기록했다.

17일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달 장기실업자는 2000년에 16만7천명을 기록한 후 가장 많은 15만5천명이었다. 고용상황은 월·계절에 따른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같은 달끼리 비교해 추이를 파악한다.

장기실업자는 구직활동을 반복해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이들 대부분이다. 구직기간이 지나치게 장기화되면 일자리를 찾는 것 자체를 포기해 구직단념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달 구직 단념자는 60만5천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만2천명이 늘었다. 지난달 장기실업자 규모를 고려하면 구직 단념자가 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고용 한파와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구직-취업 실패-장기 실업-구직 단념'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최근에 새로 실업자가 된 이들도 갑작기 늘었다. 구직기간이 3개월 미만인 이른바 '신규실업자'는 지난달 77만6천명으로 이는 8년 11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난 수치다.

정부는 실업자 집계에서 제외되던 비경제활동인구가 노인 일자리 사업 등 정부 정책이 시작되면서 새로 구직을 시도해 실업자로 잡힌 점이 영향을 준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지난달 60세 이상 실업자가 1년 전과 비교해 13만9천명 증가한 것이 그 방증이다. 정부 관계자는 "노인 일자리 사업 등은 구직활동을 하는 동안 일시적으로 실업자 상태를 거친 뒤 취업자로 전환하기 때문에 이를 반드시 부정적으로만 볼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업자를 수용할 일자리가 충분하지 않은 경우. 신규실업자가 장기실업자로 전환할 우려도 있다. 전문가들은 실업자 급증으로 실업 관련 지표가 계속 나빠지는 것은 고용 시장의 질적, 양적 악화를 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설상가상으로 졸업생이 무더기로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2월 고용지표는 더욱 악화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졸업과 동시에 취업준비생이 된 이들이 대거 실업자로 통계에 잡히기 때문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사실상 실업 상태와 다를 바 없지만, 개념상 실업자에 포함이 안 됐던 이들이 드러난 것이고 그만큼 어려운 계층"이라며 "전체적인 노동시장 사정은 악화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의견을 밝혔다.

이에 정부는 비상 대책 마련에 나섰다. 당장 올해 1분기 이내에 노인 53만5천명에게 한시적 일자리를 앞당겨 공급하는 등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일자리 사업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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