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리기까지 열흘도 채 남지 않았다. 이번 회담을 둘러싸고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체제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는 가운데,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이번 정상회담의 핵심이 결국 대북 경제 제재의 완화 또는 해제라고 내다봤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역사적으로 봤을 때 유럽 냉전 종식 역시 동유럽에 경제적 지원이 선행된 이후에 인권 개선 요구도 받아들여졌다고 설명했다.ⓒ데일리굿뉴스

"우선 경제공동체로 하나 되는 노력 해야"

한국기독교연구소가 18일 서울 마포구 마리스타교육수사회에서 ‘한반도 평화와 교회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주제강연은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 발제자로 나섰다. 정 전 장관은 김영삼, 김대중 정부의 통일부 장관을 역임하며 90여 차례 남북대화를 주도한 경험이 있다.
 
정 전 장관은 2차 세계대전 이후 한반도에 그어진 분단선으로 인해 남과 북이 70년 넘게 적대관계에 있던 시대가 마침내 끝나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최근 한반도 비핵화를 둘러싼 일련의 변화들이 마치 1989년 ‘유럽 동서 냉전’이 해체된 모습과 유사하다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는 것.
 
그에 따르면 당시 미국과 소련의 냉전 구도에서도 핵미사일은 ‘태풍의 눈’이었다. 유럽에 핵전쟁의 먹구름이 드리워질 만큼 악화일로로 치닫던 냉전이 해제된 과정에는, 경제적 지원을 내세운 헬싱키 선언이 주요한 역할을 했다.
 
정 전 장관은 “이로써 공산주의 국가였던 동유럽과 서유럽 간 경제적·사회문화적 교류가 활성화되기 시작했고, 동유럽이 사회주의 체제의 한계에 대해 절감하게 된 계기이기도 했다”며 “결국 동유럽의 민주화와 인권 문제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군사적 대치 상황에서 긴장을 완화시킬 수 있는 시발점은 바로 경제지원이라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정 전 장관은 한반도 평화 무드 가운데서 북한 인권 문제가 여전히 제자리인 것에 대한 비판이 나오는 것과 관련, 먼저 경제적 어려움이 해결되고 나서야 인권 문제를 수면 위로 올릴 수 있다고 했다.
 
정 전 장관은 “먹고 사는 생존권적 인권조차 보장이 안되는 상황에서 정치적 인권을 요구하는 것은 성급하다”며 “동서로 분단됐던 독일 역시 경제적 지원을 지속적으로 하면서 때가 무르익었을 때 비로소 인권 개선과 신문·방송 개방 요구를 했다”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은 교회가 국제적인 연대를 구축하며 보수 교단들과도 협력해서 인도적 지원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데일리굿뉴스

한국교회, 인도적 지원 사업의 선두권 잡아야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김일성, 김정일 시대의 북한과 현재 김정은 시대의 북한은 완전히 다르다며 다가오는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그는 “7,80년대에 남북대화 일선에서 북한을 상대하고 힘겨루기를 했던 분들이 최근 원로 자격으로 얘기하시는 걸 보면 ‘그 피가 어디 가겠냐, 절대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며 “하지만 지금 북한의 모습을 보면 대북 제재 완화를 위해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분명하게 나타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2·27 하노이 정상회담을 앞두고 정 전 장관이 ‘스몰딜’이 아닌 ‘빅딜’이 이루어질 가능성을 높게 점치는 이유다. 그는 “이번 회담에서는 비핵화-제재완화에 대해 얼개를 합의한 뒤 실무협상에서 구체적으로 풀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며 “적대관계 종식과 평화체제가 단기간 내에 이루어지진 못하겠지만 이미 그 길목에 들어섰다”고 평가했다.
 
이런 시점에서 한국 사회는 한반도와 국제 정세에서 대북 적대 체제가 사라진 뒤의 모습을 예측해야 한다고 봤다. 정 전 장관은 개신교의 역할도 바로 이 지점에서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를 위해 정 전 장관은 대북지원과 경제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유엔 제재와 상관없는 인도적 지원 사업에 교회가 앞장선다면 예상보다 빨리 남북 간 사회문화 통합이 이뤄질 것”이라며 “무엇보다 공동체를 만드는 데 교회가 중심적인 역할을 한다면 가장 부드러운 호흡으로 사회문화적인 동질성이 커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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