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의료비로 인한 가계파탄을 방지하기 위해 도입된 '재난적 의료비제도'가 중증질환 중심으로 실행되면서 부작용을 낳고 있다. 중증질환이 아니더라도 저소득층과 입원을 경험한 가구에서 재난적 의료비 발생률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질환에 대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보다는 환자의 경제적 부담이 큰 서비스를 중심으로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난적 의료비제도가 중증질환 중심으로 실행되면서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재난적 의료비' 지원, 중증질환자에 편향
 
지난 1년간 정부는 국민 의료비 절감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해왔다. 그 중에서도 '메디컬 푸어(Medical Poor)'를 막기 위해 실시한 '재난적 의료비 지원 확대'는 괄목한 만한 성과였다.
 
일반적으로 '재난적 의료비'는 의료비 지출이 전체 가계지출(생활비)의 10~40%를 넘는 경우를 말한다. 정부가 지난해 7월부터 시행한 '재난적 의료비제도'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의 후속조치로써 고액 의료비 부담으로 인한 가계파탄의 위험을 예방하고자 도입됐다. 정부는 과도한 의료비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가구에 의료비 일부를 지원한다.   
 
문제는 제도 시행에도 의료비 지불능력이 낮은 계층의 부담이 줄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김수진 부연구위원이 보건복지포럼에서 공개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중증환자의 재난적 의료비 발생률은 소폭 줄거나 거의 변화가 없었고 저소득층의 재난적 의료비는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재난적 의료비 발생 추이를 살펴보면, 중증질환을 경험한 가구의 2010년 재난적 의료비 발생률은 10.2%였고 계속해서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되다가 2015년에는 9.7%로 약간 감소했다. 중증질환이 아닌 다른 이유로 입원을 경험한 가구의 경우에는 2010년 6.5%에서 2015년 9.4%로 상승했다. 이런 증가 경향은 만성질환을 경험한 가구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재난적 의료비 발생률은 2010년 0.9%에서 2015년에는 1.5%로 증가했다.
 
현재까지 보장성 강화 정책의 주요한 대상이었던 중증질환의 경우 미미하지만 재난적 의료비 발생률이 감소한 반면 그렇지 않은 경우는 재난적 의료비의 발생률이 증가함을 알 수 있다.
 
또 동일한 의료비를 지출하더라도 지불 능력이 낮을 때 재난적 의료비의 발생 위험이 높았다. 지불능력 대비 의료비 지출 기준선을 40%로 정의했을 때 중위소득 150%이상인 가구에서는 재난적 의료비 발생률이 2010년 0.9%에서 2015년 0.5%로 감소했지만, 중위 소득 50%이하인 가구에서는 10.0%에서 12.8%로 증가했다.
 
이는 재난적 의료비 발생의 소득 수준 간 격차가 증가했다는 점을 보여준다. 재난적 의료비가 소득 수준에 따라 다른 이유는 가구주가 만성질환이 있거나 낮은 지불 능력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가 내놓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은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추진된다. 정책을 시행한 지 중반에 접어든 지금, 저소득층 의료비 부담 해소를 위한 제도 보완에 나서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김 부연구위원은 "중증질환이 있더라도 입원을 경험한 가구에서 재난적 의료비 발생률이 증가했다는 것을 이번 연구에서 확인했다"며 "입원과 같은 사건을 경험하는 경우 재난적 의료비 발생 정도가 높았다. 특정질환에 대한 보장성을 강화하는 방식은 질환 간 불형평성을 심화시킬 수 있는 만큼 환자의 경제적 부담이 큰 서비스를 중심으로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해 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지불 능력이 없는 낮은 계층의 의료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실질적인 방안이 요구된다"며 "소득 수준에 따라 재난적 의료비 발생 격차가 증가하는 상황에 주목해 질병을 경험하는 가구의 소득 상실에 대해서도 정책적 관심이 필요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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