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의 자유 침해’, ‘특혜’ 등 종교인과세 법제화 과정에서 벌어진 각종 논란 끝에 가까스로 지난해 1월부터 종교인소득에 대한 소득세 납부 규정이 시행되어 왔다. 이에 따라 각 교회들이 11일까지 국세청에 지급명세서 제출을 완료한 가운데, 종교인과세의 일부 규정에 위헌 소지가 있다는 헌법소원이 청구돼 다시금 논란이 불거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8일 125명의 목회자들이 종교인과세법령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청구서를 접수했다. 박종언 목사(왼쪽)와 배보윤 변호사(오른쪽).ⓒ데일리굿뉴스 

종교활동비 지급명세서, '정교분리 원칙' 훼손
 
종교인과세 시행에 있어서 가장 큰 논란이 됐던 쟁점은 ‘종교활동비’였다. 종교인과세의 핵심은 교회의 종교활동이 아닌 목회자의 사례비를 과세 대상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과연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고 이 둘을 어떻게 구분할지가 관건이었다.
 
현행법은 교회가 목회자 사례비와 종교활동비를 따로 구분해서 기록·사용한 경우에는 종교활동비에 대해 과세 당국이 조사할 수 없도록 했지만, 구분하지 않고 목회자에게 사례비와 종교활동비를 합쳐서 지급할 경우에는 이를 지급명세서에 기재하도록 했다. 이는 곧 과세 당국이 종교활동비에 대한 세무조사를 할 수 있다는 의미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신 총회 사회인권위원장 박종언 목사는 11일 ‘종교인과세법령 헌법소원심판서 청구서 접수에 관한 기자회견’에서 “바로 이 점이 정교분리의 원칙 등에 어긋난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한 배경을 밝혔다.
 
박 목사는 “목회자의 납세는 '국민으로서의 납세'이고 목회자의 교회 활동과 전혀 상관이 없어야 함에도 현행법령은 종교활동비를 지급명세서로 보고하도록 해서 사실상 세무조사를 할 수 있게 했다”고 지적하면서도 “헌법소원 청구가 종교인 과세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고 재차 강조했다. 지급명세서란 교회가 한 해 동안 지급한 소득항목을 집계해 국세청에 보고하는 것이다.
 
전 헌법재판소 공보관 배보윤 변호사는 역시 종교인과세 필요성에 대해서는 두말 할 것 없이 동의하면서도, 종교활동비에 대한 세무조사 가능성이 열려있는 것은 정교분리의 원칙을 훼손할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배 변호사는 “우리나라는 이미 종교인과세를 시행하고 있는 미국 법을 참고해 법령을 제정했는데 미국의 경우 종교단체의 종교활동비는 엄격히 비과세 대상으로 삼았다”며 “특히 세무조사의 대상은 극히 예외적으로 두 가지 경우에 한해서만 인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미국 당국은 △종교단체가 종교활동과 무관한 사업이나 거래를 할 경우 △세금을 면제받기 위해 종교단체를 빙자한 경우에만 세무조사를 실시한다. 반면 우리나라 현행 소득세법은 종교활동비에 대한 지급명세서 작성을 요구하는 등 종교단체를 비과세 대상으로 명확히 규정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번 헌법소원 심판청구서에는 구체적으로 소득세법 제21조 제1항 제26호 및 제3항, 제12조 제5호 아목, 제170조 단서가 정교분리의 원칙, 과잉금지의 원칙 등에 위반된다는 내용이 담겼다.
 
박 목사는 “11일 지급명세서 제출기한 전에 헌법소원을 청구해야 했기 때문에 1차적으로 125명의 목회자들이 접수했다”며 “향후에도 계속적으로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이번 헌법소원에 공동소송청구인으로 참여해줄 것”을 당부했다.
 
한편 이번 헌법소원 심판 청구는 지난해 9월 합신 총회에서 결의된 바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8일 제출된 헌법소원 청구서에는 대부분 합신총회 소속 목회자들이 이름을 올렸다. 그 외에도 예장통합 총회장 림형석 목사 등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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