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관계 동영상 불법 촬영 및 유포로 파문을 일으킨 가수 정준영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14일 오전 서울지방경찰청으로 들어서고 있다.ⓒ연합뉴스
 
가수 정준영의 성관계 동영상 불법 촬영 및 유포 파문이 일파만파 커지면서 그동안 '디지털 성범죄'가 만연했던 한국 사회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정씨는 지난 2015년부터 2016년까지 10개월간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불법 촬영한 것으로 의심되는 성관계 동영상과 사진 등을 수차례 유포해 지인들과 공유한 혐의를 받고 있다. 현재 피해 여성만도 10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단순히 정씨만의 문제는 아니다.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의 '웹하드 카르텔', 한 인기 여가수의 '리벤지 포르노' 유포 협박 등 최근 연이어 터진 디지털 성범죄 사건은 한국 사회의 삐뚤어진 성 인식과 도덕적 해이를 대변하고 있다.
 
스마트폰의 발달과 맞물려 디지털 성범죄는 최근 빠르게 급증했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이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7년 804건에 불과했던 디지털 성범죄(형사입건된 카메라 등 이용촬영 및 통신매체 이용음란 건수 합계)는 2016년 6,364건에 달하면서 10년간 무려 8배가량 급증했다. 형사입건된 성폭력범죄 가운데 디지털 성범죄가 차지하는 비율도 2007년 5.6%에서 2016년 21.7%로 크게 늘어났다.
 
지난해 6월 기준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의 85%는 여성으로, 이 중 79%가 이번 사건처럼 비동의 유포 성적 영상물 불법 촬영에 의한 피해를 입었다. 특히 이 같은 디지털 성범죄의 경우 피해자를 향한 2차 가해로 이어지는 등 또 다른 범죄와 피해를 양산한다는 특징을 보이고 있어 우려가 크다.
 
이번 사건도 발생 직후 근거 없는 속칭 '지라시'가 모바일 메신저와 SNS를 통해 무분별하게 유포되고, 네티즌들이 해당 동영상을 찾거나 피해여성의 신상털이를 시작하는 등 2차 피해가 심각한 수준에 달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정부까지 나섰다. 진선미 여성가족부장관은 지난 13일 성명서를 통해 "이번 사건은 피해자가 존재하는 명백한 성폭력 범죄"라고 강조하며 "단순한 호기심이 피해자를 비롯한 무고한 사람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는 명백한 가해 행위라는 것을 반드시 기억해주시기 바란다"고 국민과 언론에 거듭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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