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5일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의 한 모스크(이술람교 예배당)에 총기난사 테러가 발생했다. 이 테러는 사건 당일 현장상황이 페이스북을 통해 생중계(라이브스트림)됐다. 물론 생중계 당시 동시 시청자는 10명에 불과했지만, 이후 이 영상은 온라인상에서 빠르게 확산된 것으로 알려져 충격과 함께 SNS의 문제점들에 대한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뉴질랜드 총격테러 희생자 추모객들이 16일(현지시간) 크라이스트처치의 마스지드 알 누르 이슬람사원(모스크) 인근에 설치된 추모소에서 헌화하며 슬픔에 젖어 있다. (사진출처=연합뉴스)

한편 이번 총격사건으로 무려 50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번 총격사건의 테러 용의자인 브렌턴 태런트(28)는 사건 당일 크라이스트처치의 린우드 모스크(이슬람 사원)에 총격을 가했다. 당시 태런트는 인근 알누르 모스크와 거리에서 먼저 수십 명을 해친 뒤 이곳까지 온 것으로 알려졌다.
 
 ▲뉴질랜드 테러 현장에서 테러범과 맞서 희생을 줄인 압둘 아지즈 (사진출처=연합뉴스)

이러한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의 총격 테러 현장에서 테러범과 맞섰던 압둘 아지즈(48)를 비롯해 반자동 소총을 난사하는 테러범에 맨몸으로 맞선 영웅들이 더 큰 피해를 막았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아지즈에 의하면 지난 15일 테러 용의자 태런트가 크라이스트처치의 린우드 모스크(이슬람 사원)에서 총격을 시작했을 때 아지즈는 네 명의 아들과 함께 예배 중이었다.

처음에 누군가 폭죽을 터뜨리는 줄 알았던 아지즈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신용카드 결제 단말기를 무기 대용으로 집어 들고 사원 밖으로 달려 나갔다.

건물 밖에는 군복 스타일의 옷을 입고 총기로 무장한 한 남성이 있었다.

아지즈는 AFP와 로이터 통신에 "처음엔 그가 착한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며 "내게 욕을 하는 것을 듣고 그가 착한 사람은 아니란 사실을 알았다"라고 말했다.

모스크를 공격하러 온 사람이라는 판단을 내리자 아지즈는 곧바로 이 남자를 향해 달려들었다.

테러범이 자신의 차로 뛰어가 다른 총을 꺼내자, 아지즈는 카드단말기를 힘껏 집어던지며 그와 맞섰다. 이어 주차된 차들 사이로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총알을 피했다.

목숨을 걸고 테러범과 맞선 그를 향해 아들 중 한 명이 "아빠, 제발 안으로 들어오세요"라고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다 테러범이 버린 산탄총을 발견했다. 방아쇠를 당겼지만 빈 총이었다.

아지즈는 아들들과 다른 참배객을 보호하기 위해 "이리와, 이리와"라고 소리치며 테러범의 관심을 끌었다.

인터뷰에서 아지즈는 "범인이 단지 내게 집중하기를 바랐다"라고 설명했다.

그를 돌아본 테러범은 상대방의 손에 산탄총이 있는 것을 보더니 자신의 총을 떨어뜨리고 차를 향해 황급히 도망쳤다고 한다.

테러범을 뒤쫓아간 아지즈는 "그가 차 안에 앉자 난 산탄총을 마치 화살처럼 던져 차창을 박살냈다"며 "그는 약간 겁을 먹더니 '전부 죽여버리겠다'며 욕을 하고는 이내 차를 몰아 그 자리를 떠났다"고 전했다.

하지만 총격 테러범인 태런트는 곧이어 경찰에 체포됐다.

사원으로 돌아온 아지즈는 모두가 겁에 질려 숨을 곳을 찾는 장면을 보고 "형제여, 이제 안전하니 일어나라. 그는 방금 도망쳤다"라고 외쳤다. 그제서야 모두 울음을 터뜨렸다고 한다.

이 사원의 임시 이맘(종교지도자) 라테프 알라비는 아지즈가 아니었더라면 사망자가 훨씬 많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프가니스탄 카불 출신의 난민인 아지즈는 소년 시절 호주로 와 25년을 살았고, 몇 년 전 뉴질랜드로 이주해 가구점을 운영하고 있다.

아지즈는 총을 든 테러범이 두렵지 않았으며 어떤 감정도 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내 목숨을 잃더라도 할 수 있는 한 많은 생명을 구하고 싶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파키스탄 출신의 나임 라시드(50)는 테러범을 붙잡아 넘어뜨리려던 모습이 동영상에 포착되며 소셜미디어에서 또 다른 영웅으로 떠올랐다.

알누르 모스크에서 태런트가 총격을 시작한 지 25초 후 라시드가 그에게 달려드는 모습이 영상에 찍힌 것이다.

라시드는 태런트의 총을 빼앗으려 한 것으로 보였으나, 그가 총을 막 붙잡으려 할 때 결국 총탄에 맞았다.

그는 21살이던 아들과 함께 테러범의 총격으로 숨을 거뒀다. 그는 2010년 뉴질랜드로 이주했다.

파키스탄을 비롯한 이슬람권 언론들은 일제히 테러범을 막아서려다 숨진 라시드를 집중조명하고 있다.

또 아프가니스탄 난민 출신인 다우드 나비(71) 역시 알누르 모스크에서 자신의 몸으로 빗발치는 총알을 막아 다른 사람들의 목숨을 구했다고 AFP가 전했다.

한편 태런트는 범행 감행 전 이민 정책에 대한 불만, 이슬람 사원을 범행 장소로 선택한 이유, 2011년 노르웨이 학살범 베링 브레이비크로부터 영감을 받았다는 내용 등을 담은 선언문을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 등에게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에 대해 국제사회에서는 추모의 물결이 일고 있다. 테러 현장 인근에 마련된 임시 추모 공간에는 주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상황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깊은 애도의 마음과 위로를 보낸다"고 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늘어나는 인종차별과 이슬람 혐오의 최근 사례"라며 "이 개탄할 행위의 목표물이 된 이슬람 세계와 뉴질랜드인에게 터키를 대표해 조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일부에서는 백인우월주의 경계론도 확산하고 있다. 앞서 태런트는 법정에 출석하며 백인 우월주의를 상징하는 손가락 표시를 했다고 외신은 전한 바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 사건이 백인 우월주의 문제를 보여주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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