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8주년이 지났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비단 남의 나라 일만은 아니었다. 이날을 기념하며 국내에서는 일부 환경시민단체들을 중심으로 탈핵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더높았다. 이와 달리 국민 대부분은 원자력 비중 확대에 찬성하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타났다. 대한민국의 원전을 둘러싼 엇갈린 입장들을 살펴봤다.  
 
 ▲광화문 광장에서 펼쳐진 시민들의 핵폐기물 관련 퍼포먼스(사진제공=연합뉴스)

"핵 발전은 이제 끝내야 할 때"
 
2011년 3월 11일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8주기를 맞아 '핵 없는 세상'을 요구하는 탈핵집회의 목소리가 국내 곳곳에서 거셌다. 세계 최대 원전밀집지역인 울산을 비롯해 대구, 제주, 서울 등지에서는 탈핵 행진도 이어졌다.
 
특히 서울에서는 약 1,500여 명의 시민들이 국회에서 광화문까지 8.1km구간을 행진하며 "후쿠시마는 현재진행형", "핵 쓰레기 갈 곳 없다", "핵 발전소 이제 그만" 등의 구호를 외쳤다. 환경운동연합, 종교환경회의, 전국 시민모임 등 57개 단체로 구성된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8주기 행사위원회'가 개최한 '가로질러 탈핵' 행사였다.
 
당시 발언대에 오른 에너지정의행동 이헌석 대표는 "핵 발전은 경제적이지도, 안전하지도, 윤리적이지도 않은 무책임한 발전"이라며 "이제는 끝내야 할 때"라고 촉구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핵 발전 상황은 어느 정도일까. 영덕 핵발전소범군민연대 박혜령 대외협력국장은 한 언론을 통해 "현재 국내 핵 발전소는 가동한지 25년이 지난 노후 핵발전소들이 많다"며  "2017년 영구정지를 선언한 고리 1호는 1978년에 건설돼 40년 가까이 가동됐고 그 외에 가동되고 있는 핵발전소는 영광, 부산, 울산, 경주, 울진의 5개 지역에 24기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나라는 고리1호기나 월성1호기가 30년, 고리 2호기부터는 40년, 최근에 지어진 핵발전소의 경우는 설계수명을 60년 정도로 보고 있다"면서 "10년마다 발전소 상황을 점검하며 그때그때 가동여부를 결정하는 외국의 경우와는 상반된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탈핵을 촉구하는 데는 핵폐기물 보관 문제가 주된 이유로 거론된다. 대량의 값싼 전기를 쓰기 위한 방편으로 원전이 도입됐지만, 우리나라 핵발전소마다 임시 저장소에 보관하고 있는 고준위 핵폐기물들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핵사용 부산물 처분이 가장 큰 문제라는 것이다.
 
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 등 환경사회단체는 최근 발표한 '핵폐기물 답이 없다'는 제목의 시민 선언을 통해 "고리 핵 발전소 1호기가 가동된 이래 약 30년 간 우리나라에 고준위 핵폐기물이 총 1만 4,000t이 쌓였다"며 "신규로 건설하겠다는 5기의 핵발전소에서 나올 폐기물까지 고려하면 그 양은 더 늘 것이다. 핵폐기물을 둘 곳이 없다면 핵폐기물의 꼭지를 잠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원자력학회가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제3차 원자력발전에 대한 국민인식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조사대상자 71.4% 원전 이용 찬성
 
반면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7명이 원자력발전 비중 유지 및 확대에 지지하고, 원전 비중을 '제로(0)'로 가져가야 하는 데 동의한 사람은 7.3%에 그치는 것으로 밝혀진 조사결과가 최근 발표돼 눈길을 끈다. 정부가 2060년까지 국내 전체 원전을 해체하겠다며 '원전 제로 계획'을 추진하는 가운데 나온 이 결과는 정부의 입장과 상반돼 주목된다.   
 
한국원자력학회가 지난달 발표한 '2019 원자력발전에 대한 인식조사'에 따르면 원전 이용에 찬성한다는 답변은 71.4%였다. 원전 이용에 반대한다는 비율은 26.2%로 찬성에 비해 45.2%포인트 낮았다.
 
이번 조사는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로 앞서 두 차례에 걸친 조사에 이은 3차 조사였다. 세 차례 모든 조사에서 대다수 국민이 원전 이용을 찬성하고 있다는 일관적인 결과를 보였다.
 
이와 관련 한국원자력학회는 "국민들이 원전의 지속적인 이용에 동의하는 것을 보여 준다"며 "역으로 신규 건설을 금지함으로써 원전 비중을 궁극적으로 '0'으로 줄이려는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해 국민 다수가 동의하지는 않는다는 것이 분명하게 나타났다"고 말했다.
 
특히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석탄화력발전량이 늘면서 일부 언론과 정치권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탈원전이 석탄 화력발전을 늘려 미세먼지를 악화시키고 전력수급을 불안정하게 해 정전을 일으킨다는 비난도 나온다. 이 외 △탈원전 정책이 가져올 경제적 손실 △대량실직 △해당지역 경제마비 등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것이 탈원전을 반대하는 대표적인 이유로 꼽힌다.
 
정용훈 한국과학기술원(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가능한 원전사고 위험은 낮은 수준으로 안전은 관리하면 되는 것"이라며 "설계가 다른 우리나라 원전에서는 후쿠시마와 같은 방산성 물질 누출은 없을 것이다. 안전을 위해 탈원전을 해야 할 이유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에너지 정책으로 에너지 전환이 시대적 과제가 된 오늘, 원자력을 포기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지에 대한 입장이 더욱 첨예하게 갈리고 있다.
저작권자 © 데일리굿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