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장 성범죄' 의혹을 받는 김학의(63)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한 재수사가 긴급 출국금지 조치를 시작으로 급물살을 타고 있다. 김 전 차관은 지난 22일 한밤중에 태국으로 출국을 시도하다 저지당한 바 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오른쪽)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19일 과거사위원회 활동 및 버닝썬 수사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사진제공=연합뉴스)

"고강도 재수사 불가피"…특검·특임 등 방안 거론

국민적 공분을 크게 일으켰을 뿐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까지 직접 철저한 진상규명을 주문한 김학의 전 차관의 성범죄 의혹에 대해 5년 만에 재수사 가능성이 논의되고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대검찰청 과거사위원회 진상조사단은 25일 과거사위 정례회의에서 김 전 차관을 상대로 제기된 여러 의혹에 대해 수사 개시 필요성을 강조할 예정이다. 특히 '장자연 리스트' 사건 등 중간 조사 내용을 정리해 보고할 것으로 보인다. 

진상조사단 관계자는 "조사단의 조사가 어느 정도 진전된 혐의 중 공소시효가 남아있거나, 적극적 수사를 통해 공소시효 극복이 가능한 부분부터 골라내 보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진상조사단에 수사 권한이 없어 김 전 차관 조사에 강제성을 부여할 수 없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조사단은 지난 15일 김 전 차관을 조사하려 했으나 김 전 차관이 불응해 무산된 바 있다. 

조사단은 우선 2013년 수사 당시 적용하지 않았던 뇌물수수 의혹에 대한 재수사 필요성을 중점적으로 피력하기로 했다. 

김 전 차관이 건설업자 윤중천 씨로부터 집중적으로 성접대 등을 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시기는 2007∼2008년이다. 통상 성접대는 일반 뇌물죄의 공소시효 5년이 적용되지만, 금품수수·향응을 포함해 받은 뇌물액수가 1억원 이상이라면 공소시효가 15년 이상으로 늘어난다. 

조사단은 '별장 성접대' 사건에 연루된 이들의 계좌, 금품거래를 추적할 필요성을 시사하는 단서를 일부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사단의 보고를 받은 과거사위가 심의를 거쳐 재수사 권고를 의결하면 법무부 장관이 검토한 뒤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된다.

법조계 안팎에선 재수사가 결정되면 검사장급 검사를 팀장으로 한 특별수사팀이 꾸려지거나 특임검사가 임명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특별검사의 경우 정해진 기간 내 강도 높은 수사를 진행할 수 있고, 독립성이 보장된다는 게 장점이지만 도입을 위해선 국회의 특검법 동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특임검사 역시 검찰총장의 지휘·감독을 받지 않고 독립 수사권이 있지만, 수사 대상이 현직에 국한되기 때문에 당시 검찰 수뇌부 등의 직접적인 개입 여부에 대한 수사에 난항이 생기는 등 수사 범위가 좁을 수 있다는 점이 지적된다. 

과거사위가 재수사 권고를 할 경우 검찰로서는 재수사 방식을 놓고 고심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만 자체 수사방식은 당시 검찰 수뇌부 등의 외압 의혹이 수사 대상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가능성이 적을 것으로 보인다. 

당시 검찰 수사 과정에서 김 전 차관 사건을 덮기 위한 검찰 지휘부의 권한 남용이 있었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검찰은 2013년 경찰의 기소 의견에 따라 김 전 차관과 윤씨를 특수강간 혐의로 수사하다 무혐의 처분을 했다. 이듬해 피해 여성 A씨가 두 사람을 특수강간 혐의로 고소하면서 재수사가 이뤄졌지만, 검찰은 재차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이 경우 누군가가 수사를 무마하도록 외압을 행사했으면 직권남용죄가 될 수 있고, 검·경이 고의적으로 부실수사를 했다면 직무유기죄를 적용할 수 있다. 

조사단 관계자는 "김 전 차관에 대한 부실수사 원인이 청와대가 그의 임명을 강행한 이유와도 맞닿아 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수사 과정에서 청와대 등의 외압 의혹도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 또한 최근 김 전 차관의 성접대 의혹에 대해 직접 철저한 진상규명을 주문한 바 있다. 또다른 관계자는 "특검이든 특임이든 강도 높은 수사가 이뤄질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며 "과거 수사 과정과 은폐·외압 의혹에 대한 조사 및 수사에 대해서 모든 수단이 강구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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