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두 번 울리는 2차 피해, 교회 돌봄 필요하다

최상경 (cs_kyoung@goodtv.co.kr)

등록일:2019-03-29 19:24:27

  • 인쇄하기
  •  크게
  •  작게
  • 페이스북
  • 트위터
교회 내 성범죄의 현주소는 어떠할까. 부인하고 싶지만 교회 안 성폭력은 지금 이 순간에도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 문제는 가해와 폭력 등이 종교적 신념이라는 명목하에 얼마든지 은폐될 수 있는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것이다. 본지는 두 차례에 걸쳐 교계 성폭력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교회가 감당해야 할 역할이 무엇인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교회에서 성폭력은 오래도록 '입에 담을 수 없는 죄'로 남아 있었다. 이런 침묵이 교회 내 성폭력 문제 해결을 더욱 어렵게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교회의 성폭력 소식이 심심치 않게 들리는 요즘, 교회에게 요구되는 것은 무엇일까. 피해자의 소리에 경청하고 이들이 일어설 수 있도록 신앙공동체에서의 돌봄이 요구되고 있다.
 
 ▲최근 정준영 성관계 동영상 유포 사건으로 피해자 리스트 등이 나돌며 성범죄 2차 피해가 심각한 사안으로 떠올랐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함.(사진제공=연합뉴스)

피해자 '꽃뱀' '사탄' 규정…2차 피해 심각
 
최근 가수 정준영 성관계 동영상 유포 사건으로 한국사회가 떠들썩하다. 이 와중에 되려 피해자들을 2차 가해하는 사람들로 넘쳐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불법 촬영한 동영상을 공유해달라거나 피해자 리스트라며 사설 정보지(지라시)를 돌리고, 심지어 피해자를 비난하는 이들도 많다.
 
일부 언론에서는 피해자를 추측할 수 있는 정보를 쏟아내며 피해자의 피해내용을 구체적으로 묘사하기까지 했다. 사회적으로 대규모의 2차 가해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피해자를 보는 이 같은 시선은 결국 더 큰 피해를 야기한다는 지적이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이미경 소장은 "성폭력은 한 사람의 일탈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라며 "피해자에 대한 근거 없는 억측과 '신상털기' 등은 2차 가해로 이어진다. 피해자가 2차 피해 없이 일상을 되찾을 수 있도록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성폭력 피해자를 향한 '이중적 시선'도 문제가 된다. 피해자상에 대한 선입견 등은 피해자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돼 더 큰 상처를 안긴다는 지적이다. 특히나 교회공동체 내에서는 가해자와 피해자 외에도 제3자들이 많아 직접적인 피해뿐만 아니라 2·3차 피해가 발생하기 쉽다. 이는 '피해자의 영적 무너짐'과 '교회 공동체 분열' 같은 심각한 후유증을 남긴다는 분석이다.       

감리교여성지도력개발원 홍보연 원장은 "교회에 대한 신뢰가 형성된 상황에서 공동체 내에 성폭력이 행해지다 보니, 교회전체가 되려 피해자를 '꽃뱀'과 '사탄'으로 규정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여기서 피해자들은 더 큰 상처를 입고 교회를 떠나게 된다. 피해자들을 바라봄에 있어 선입견이 없는지 점검해봐야 한다"고 제언했다.
 
교회의 역할…"외면 말고, 함께 고민해야"
 
그렇기에 전문가들은 '2차 피해'를 막는 것이 교회에 요구되는 역할이라고 입을 모은다. 교회가 나서서 피해자 여성에 대한 '인식변화'와 '후속조치' 등을 강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교회 내에서 피해가 발생했을 시, 이를 공론화하고 적극 대처에 나서는 자세도 요구된다.
 
일례로 삼일교회는 2010년 당시 담임목사였던 전병욱 목사의 성추행 문제가 불거진 뒤 교회 차원에서 '치유와 공의를 위한 TF팀'을 조직했다. 이를 통해 전 목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 사건을 공론화 하는데 앞장섰다. 이런 노력은 전 목사의 성범죄 인정 판결이 나오는 데 한 몫 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교계단체와 협력해 성폭력 근절을 위한 '기독교반성폭력센터'도 개소했다. 현재 센터는 피해자 치유와 지원, 교회 내 성평등 문화 정착을 위한 교육·캠페인 등을 벌이고 있다.
 
이 같은 대응은 교회 차원에서 성범죄 문제를 끝까지 책임지며 수습했던 사례로 꼽힌다. 최근에는 이를 모델 삼아 성폭력 피해자를 지원하기 위한 기구도 발족됐다. 라이즈업무브먼트(현 히즈웨이브미니스트리, 이종한 대표)가 '라이즈업TF팀'을 출범한 것이다.
 
과거 이들 단체에서 성폭력 피해를 입은 피해자들에게 법률과 의료, 상담 등 다양한 지원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전문기관과 업무협약을 통해 성폭력 피해자의 신분이 노출되지 않고 상담을 의뢰할 수 있는 채널도 확보했다.    
 
이종한 대표는 본지를 통해 "지금까지 내부 문제로 인해 과거 약속대로 피해자에 대한 지원을  이행하지 못한 게 사실"이라며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의 올바른 방법이 굉장히 중요하단 걸 절감했다. 피해자 지원에 있어 공신력 있는 방안을 찾다가 삼일교회 TF팀을 모델로 삼게 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앞으로 전문 기관와 연계해 사건을 수습하는 데 끝까지 힘쓸 것"이라며 "피해자들의 상처를 보듬고 이들을 위해 조금이나마 책임을 다한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그런가 하면 교회가 성폭력에 대해 공적으로 논의하는 것이 병행돼 피해자들이 말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미국 교회의 경우, 미투의 연장선상인 '처치투(#Church Too)' 운동도 활발히 전개 중이다. 이 운동은 목회자·선교사의 자녀들인 두 여성이 미투를 계기로 과거 교회 내에서 경험한 성폭력 피해를 나눌 수 있는 장을 마련하자는 데서 시작됐다. 실제로 미국 전역으로 운동이 확산돼 교회의 신속한 대응과 피해자를 도울 방안을 이끌어 내고 있다.
 
김향숙 원장(성폭력피해여성치유상담센터#WITHYOU)은 "지금의 상황은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 된 지 오래"라며 "한국교회가 피해자들의 소리를 외면하고 있다면 이를 돌이켜 경청하는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피해자들이 말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게 시급하다"고 당부했다.
저작권자(c) 데일리굿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댓글작성0 / 최대600바이트(한글300자)선거실명확인
    goodtvICGICGCCMLOVE굿피플KCMUSA기독뉴스GoodPeople아멘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