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이 학교 내 성폭력과 성희롱을 폭로하는 '스쿨미투'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 1년이 됐다. 학생들의 용기 덕분에 법과 제도가 일부 바뀌기도 했지만, 스쿨 미투가 1년 동안 요구했던 진정한 '학교개혁'은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스쿨미투 폭로가 1년이 지난 가운데, 교육부의 대처가 미흡하단 지적이 나오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교육부, 교육부는 성희롱·성폭력 종합 지침 배포
 
교육계에 따르면 스쿨 미투 운동은 지난해 4월 6일 노원구 용화여고 학생들이 창문에 #METOO 등 문구를 접착식 메모지로 만들어 붙이고 교사들의 성폭력을 폭로하면서 본격화했다.
 
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지난 1년 사이 스쿨 미투 폭로가 터져나온 중,고등학교는 폭로 SNS 계정 숫자만으로도 78곳에 달한다.
 
학생을 성추행, 성희롱한 교사, 성차별 언행을 일삼은 교사, 성폭력과 불법촬영 사건을 은폐한 학교 등 다양한 폭로가 전국학교에서 잇따랐다.
 
스쿨 미투가 쏟아지자 교육부는 부랴부랴 지난해 12월 여성가족부와 경찰청과 함께 종합대책을 냈다.
 
대표적인 법과 제도의 변화로는 사립학교법 개정이 꼽힌다. 교육부는 스쿨 미투 운동의 요구대로 사립학교 교원도 국공립학교 교원과 같은 수준으로 징계할 수 있도록 법을 바꿨다.
 
그간 사립학교 교사는 징계 규정이 두루뭉술한 학교법인 정관에 따라 징계받았던 탓에 '솜방망이 처벌'로 교편을 사수하는 가해 교사들이 있었다. 이제 사립학교 교원도 성 비위를 저지르면 파면 등 중징계가 가능할 전망이다.
 
또 교육부는 성희롱·성폭력 종합 지침을 처음으로 만들어 학교 현장에 배포했다. 사건 처리 절차를 정리해 제공하는 한편, 학교에서 자주 일어나는 성희롱을 구체적인 유형별로 명시해 교사와 학생들이 경각심을 갖게 했다.
 
"스쿨 미투 대책, 요구 수준에 못 미친다"
 
그러나 여성계와 학생단체는 정부의 스쿨 미투 대책이 학생들이 요구했던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우선 스쿨 미투 운동이 초창기부터 요구했던 '모든 학교의 성폭력·성희롱 사건 전수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교육부는 모든 학교를 전수조사하기보다는 전문기관에 용역을 맡겨 심도 있는 표본조사로 실태를 파악하는 게 낫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표본조사는 올해 중에 학생·교사 약 1만명을 대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또 스쿨 미투는 교사들의 성범죄보다는 성차별적 인식과 언행이 더 문제라면서 단순한 성폭력 예방 교육 강화가 아니라 교원·예비교원 대상 성인지감수성 및 페미니즘 교육 의무화를 요구했지만, 이 역시 수용되지 않았다.
 
교육부는 교대·사범대에 '직업윤리' 과목을 신설하라는 요구를 교원양성기관 교육과정에 당장은 반영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교육부가 놓치는 부분은 일부 시·도 교육청이 개별적으로 챙기고 있다. 부산시교육청의 경우 올해부터 모든 교직원이 '성인지감수성 자가 체크리스트'를 연 2회 의무적으로 작성하도록 해 성인지감수성 제고를 유도하기로 했다.
 
그러나 중앙 정부 차원의 지침이 없는 탓에 지역별로 편차가 발생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학생들이 시민 의식을 배우는 초등학교 교과서에 여전히 성차별적 삽화와 문구가 담겨 있다는 지적도 국가인권위원회 등에서 계속되지만, 교육부는 교과서를 손질할 계획도 없다.
 
교육부가 적극적인 개혁을 망설이는 사이 스쿨 미투는 다른 분야의 미투 운동과 달리 1년이 지나도록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에만 인천, 강원 등에서 새로운 스쿨 미투 폭로가 나왔다.
 
스쿨 미투가 계속되는데도 교육 당국이 확실히 현장을 개혁할 수 없는 근본적인 이유는 학생 인권보다 '교권'을 중시하는 교원들의 보수적인 풍토 때문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교육부가 스쿨 미투와 관련해 전수조사 등 적극적인 개혁을 시도하면, 교원단체에서 '모든 교사를 잠재적 가해자 취급 말라'며 반발할 것"이라며 "선출직인 시·도 교육감들은 학생보다는 유권자인 교원들 목소리에 더 민감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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