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는 우리 주변의 선한 이웃과 가슴 따뜻한 삶의 현장을 소개하는 <굿-뉴스>를 연재한다. 이 땅에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하는 사람들의 선한 행적을 통해 아름다운 사회가 정착되기를 희망한다.

'18년째 최악의 기독교 박해 국가', '2018 민주주의 지수' 최하위(167위), '2018 세계언론자유지수' 최하위(180위), '경제자유지수' 최하위(180위), '인신매매 실태' 최하위(3등급, Tier 3), '인터넷 및 소셜미디어 보급률' 최하위(각각 0.08%, 0.06%) 등. 전 세계 각국을 대상으로 조사하는 각종 보고서에서 수십 년째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는 국가가 있다. 바로 북한이다.
 
한반도에 평화 무드가 조성되면서 국제사회의 관심은 '비핵화'에 쏠렸다. 그동안 '북한'이라고 하면 독재나 핵 등 안보 문제가 등호처럼 따라붙었다. 그사이 정작 관심을 둬야 할 북한 인권은 안보 문제에 가려져 공론화되지 못했고, 북한에서는 지금도 최악의 인권 유린이 자행되고 있다.
 
 ▲박석길 링크(LiNK, Liberty in North Korea) 한국지부장 ⓒ데일리굿뉴스
 
북한 보는 시선 '안보'에서 '사람'으로
 

"균형이 안 맞습니다. 비핵화 등 안보 문제도 물론 중요합니다. 하지만 변화는 북한 주민에서 시작됩니다. 북한을 바라보는 프레임은 김정은, 핵 등에 갇혀있어요. 이런 안보 프레임은 북한의 강점이죠. 그러나 약점은 주민이라는 프레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변화를 위해서는 김정은, 핵이 아닌 북한 주민이라는 패러다임으로 북한을 다시 볼 필요가 있습니다."
 
서울 중구 을지로 링크 사무실에서 만난 박석길 링크(LiNK, Liberty in North Korea) 한국지부장은 북한을 바라보는 고착화된 프레임이 가장 문제라며 '사람 중심'이라는 새로운 프레임으로 북한에 접근하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남북관계의 점진적 발전을 위해서는 안보와 인권 문제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박 지부장은 이를 위해 가장 먼저 북한 주민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박 지부장은 영국에서 태어난 자신이 북한 인권단체에 몸담게 된 계기도 작은 관심에서 시작됐다고 말했다. 한국계 영국인인 그의 조부모는 북한 함경북도 출신이었다. 아버지와 집안의 뿌리는 그가 북한에 관심을 갖게 되는데 영향을 미쳤다. 자연스레 북한에 대한 호기심과 궁금증이 생겼고 학구적인 관심으로 이어졌다.
 
"국제 이슈에 대해 일하고 싶었습니다. 특히 북한과 관련된 일에 관심이 있었습니다. 유엔 본부에서 인턴으로 일하게 됐는데, 그때 우연히 링크를 알게 됐습니다. 그리고 링크에서 처음 탈북자를 만나게 됐습니다. 그들과 친구가 되고 '호형호제' 할 정도로 가까워지면서 북한 주민에게 처한 문제가 얼마나 중요한 이슈인지 체감하게 됐습니다. 지극히 호기심에서 시작된 관심이 탈북자 친구들을 통해 열정으로 전환된 것이죠."
 
 ▲링크는 2010년부터 전 세계 후원자들의 후원을 통해 탈북자들의 구출과 정착을 본격적으로 돕고 있다.ⓒ데일리굿뉴스
 
英왕실 훈장…탈북자 1,000명 구출 공로

국제 비정부기구 링크는 북한 사회의 변화와 주민의 자유를 바라는 한인 대학생들에 의해 2004년 미국 예일대에서 처음 만들어진 북한 인권단체다. 한국지부는 2012년에 설치돼 현재 박 지부장 등을 포함해 7명이 활동하고 있다. 링크는 2010년부터 후원을 통해 탈북자들의 구출과 정착을 본격적으로 돕고 있다. 2010년부터 8년간 링크의 도움을 받은 탈북자 수만 약 1,000명, 2018년 한 해 동안 한국 등에 정착한 탈북자 수도 326명에 달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링크는 다큐멘터리나 영상물 제작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며 국제사회에 북한 사회를 알리고 있다. 또 탈북자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박 지부장이 제작하고 탈북 청년들이 출연한 다큐멘터리 <장마당 세대(The Jangmadang Generation)>도 그 일환 중 하나다.
 
박 지부장은 장마당 세대와 같은 탈북자들이 북한 사회의 '변화의 주체'라고 강조한다. 탈북자들이 북한의 가족에게 보내는 돈이나 정보 등을 통해 북한 사회의 변화와 자유를 촉진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박 지부장은 그렇기 때문에 더 많은 북한 주민들이 안전하게 탈북하고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빅 픽처(Big Picture)'라고 말했다.
 
그러나 박 지부장은 최근 몇 년간 북한과 중국의 국경 경비가 강화되고 탈북비용이 크게 오르면서 탈북자 수가 많이 줄었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과거 몇 백만 원이었던 도강비가 1,000~2,000만 원으로 올랐다. 아무리 돈을 벌고 모아도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거기에 중국 내 단속도 강화돼 동북지역에서뿐만 아니라 남부지역에서도 탈북자들이 잡힐 정도"라고 밝혔다.
 
박 지부장은 이처럼 중국에서 탈북자들이 붙잡혔다는 연락을 받을 때 가장 힘들다고 고백했다. 그는 "탈북자들이 잡히는 경우 한국 정부나 미국 대사관 등을 모두 동원해서 북송을 막으려고 노력하지만, 일이 잘 안 풀릴 때가 있다"며 "탈북자와 그 가족을 생각하면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이 일을 하며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였을까. 그는 "부모를 따라 탈북한 아이들을 만나거나 탈북자들이 한국에서 새 생명을 출산할 때"라며 "탈북이 그 한 사람뿐만 아니라 후세에도 큰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왔다는 점을 생각하면 보람을 느낀다"고 미소를 지었다.    
 
박 지부장은 최근 북한 주민들의 인권을 위해 일한 공로를 인정받아 대영제국 국가공로훈장(MBE)을 수여 받았다. 올해 MBE에는 영국 축구 국가대표팀 주장인 해리 케인도 함께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북한 주민들의 자유를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활동하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MBE의 영광을 돌린다는 박 지부장. 그는 마지막으로 한반도의 밝은 미래를 위해 동참해주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한국에서 벌써부터 북한 주민과 탈북자를 위해 응원과 지원해주신 분들께 감사합니다. 물론 지금 당장 북한 사회의 직접적인 변화를 눈으로 확인하기가 어렵지만, 그러나 분명한 것은 북한 주민에게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점입니다. 더 많은 분들이 북한 주민을 응원하고 관심 가져주셔서 북한 땅에 하루빨리 자유가 찾아오길 바랍니다."
 
 ▲박석길 링크 한국지부장이 제작한 다큐멘터리 <장마당 세대(The Jangmadang Generation)> ⓒ데일리굿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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