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5주기를 맞았다. 지난 5년 동안 '그날을 잊지 말자'는 다짐에도 세월호 비극은 여전히 국민의 트라우마로 남아있다. 봄이 되면 당시 생각이 떠올라 힘겹고 가슴 아프다며 호소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 가운데 생존자와 유족들은 아직까지 상처를 안고 일상을 견디는 중이다. 이들을 향한 관심이 절실한 지금, 세월호 참사 5주기를 맞아 고통 받는 이들의 아픔을 돌아보고 교회가 감당해야 할 역할을 살펴봤다.  
 
 ▲2019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5주기를 맞아 시민들의 추모가 이어지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트라우마, 개인 아닌 모두의 문제
 

"불의한 기득권자들 편을 들고 고통 당하는 자들을 괴롭히는 사회적 분위기, 그리고 권력자들이 만들어 퍼뜨린 세월호에 관련한 가짜뉴스들을 그대로 믿고 따르는 일반시민들 앞에서 절망했다."
 
상당수의 대형 재난 피해자들은 주변의 시선 등으로 인한 2차 스트레스를 호소한다. 생존자와 유족에게는 재난이 잊혀지지 않는 상처임과 동시에 평생 따라붙는 꼬리표인 셈이다. 그 중에서도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는 유족뿐 아니라 우리 사회에 여전히 트라우마로 남아 있다.
 
4·16 가족협의회 장동원 사무처 팀장은 "상당수 생존 학생들과 연락을 주고 받고 있는데, 5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극심한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학생들이 아직도 많다"며 "수차례 자살 시도를 한 학생들도 있으나 치료비가 비싸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라우마는 여러 모습으로 발현된다. 특히나 재난으로 인한 경우, 재난 현장의 피해자 그리고 그 피해자를 구조하기 위해 뛰어든 사람들, 나아가 현장을 직간접적으로 목격한 모두가 트라우마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럼에도 이런 트라우마를 우리사회가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해버리는 것이 문제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순천향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연정 교수는 "아직도 트라우마를 개인이 극복할 문제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트라우마를 겪은 피해자들은 치료를 요청하기조차 쉽지 않은 만큼 주위에서 각별히 살피고 이상 증상을 알아채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세월호 참사뿐만 아니라 재난을 겪은 피해자들은 잠시 주저앉은 것일 뿐 주위에서 도우면 충분히 회복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그들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게 사회 전체에도 이로운 일"이라고 강조했다.
 
교회도 외면하는 현실, 유족들 말 공감해야
 
"아이가 천국에 먼저 갔는데 왜 아직까지 울어."

"강단에서 세월호 얘기 그만하라."

"얼마 동안 같이 울어주고 장례를 치러주는 것으로 교회의 할 일은 끝났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고통받는 이들을 돌봐야 할 교회에서조차 피해자·유족들의 아픔을 이같이 외면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세월호 유족들을 지근거리서 지켜본 사역자들은 "교회 역시 주위 피해자들의 트라우마를 우울감으로 치부하거나 시간이 지나면 나아진다고 과소평가하는 경우가 많다"고 입을 모은다.
 
참사 직후부터 세월호 유족 곁을 지킨 박인환 목사(화정교회)는 15일 열린 '트라우마에 대한 신학과 목회세미나'에서 세월호를 대하는 교회의 '비상식적인 일들'을 지적했다. 박 목사는 "기독교인 유족들 중 많은 수가 다니던 교회를 떠났다"며 "유족을 노골적으로 쫓아낸 교회들도 있다. 세월호 유족 때문에 교회 분위기가 침울해지고 교회부흥이 막힌다는 이유에서였다"고 밝혔다.      
 
교회의 부적절한 언어 사용도 문제로 꼽았다. 그는 "교회가 자꾸 '하나님의 뜻'을 이상한 것에 대입하면서 책임질 자들과 범죄자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현실"이라며 "상처 입은 자들에게 '이 세상은 헛되니 영원한 천국을 바라보며 위로 받자'라는 식의 말들은 안 된다. 기본적인 교회 언어를 회복하고 진정한 위로를 건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피해자·유족을 대함에 있어 그들의 얘기를 경청하고 공감하는 마음가짐이 요구된다는 게 그의 견해다. 특히나 목회자에 있어서는 교훈적이거나 위로하는 설교를 하기보다 유족들과 함께 하겠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박 목사는 "세월호 희생자인 예은이 엄마 박 전도사에게 '내가 어떻게 하면 도움이 되겠냐'고 물었더니, 주일 교회를 가지 못하고 분향소에서 방황하는 유족들을 위해 와서 예배 드려달라고 하더라"며 "그저 자신들의 얘기를 들어주고 함께 울고 공감하며 예수님의 모습처럼 교회가 곁에 있어주기를 바라고 있었다. 유족들이 아이들의 희생과 자기들의 삶을 예수의 십자가신학 안에서 이해하도록 돕는 것이 교회에 요구된다"고 말했다.  
 
 ▲15일 오후 3시 30분 서울 감리교신학대학교에서 '트라우마에 대한 신학과 목회 세미나'가 개최됐다. ⓒ데일리굿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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