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만하면 언론에 주요 면을 장식하는 ‘묻지마 범죄’가 또 다시 발생했다. 지난 4월 17일 경남 진주시 가좌동 주공아파트에서 발생한 조현병 40대의 방화에 이은 칼부림으로 10대 초반부터 70대 노인까지 희생됐다.
 
 ▲진주 아파트 방화·살인 혐의로 구속된 안인득(42)이 병원을 가기 위해 19일 오후 경남 진주경찰서에서 이동하고 있다.(출처=연합뉴스)

이 사건의 범인 안인득 씨(42)는 폭력전과와 함께 치료감호소에서 조현병으로 치료를 받은 전력이 알려졌다. 이 때문인지 경찰에 구속된 이후에도 안 씨는 사건과 관련한 진술을 꺼리거나 망상적인 답변만 늘어놓는 것으로 확인됐다.

관리되지 못한 분노조절 장애

경찰에 의하면 안 씨는 “위해 세력에게 벗어나기 위해 범행했다”면서 “국정농단부터 다양한 사회적 이슈가 자신을 괴롭히는 위해 세력이다”라는 등 횡설수설했다.

거기에다 안 씨는 이 아파트에 살면서 평소에도 이웃집이나 승강기에 인분을 뿌리거나 욕설과 폭행 등으로 주민들과 갈등을 빚어왔다. 특히 올 들어 안 씨의 행패·폭행에 의한 경찰 신고만도 7차례나 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씨는 조현병 증세에다 분노조절장애까지 보였다. 이웃과의 갈등으로 인한 폭행 등이 이를 잘 보여준다. 조현병은 망상과 환청 등이 나타나는 정신질환이다. 예전에는 정신분열증으로 불렸다. 하지만 조현병은 약을 제대로 복용하고 잘 관리하면 일상생활에 문제가 없다. 하지만 안 씨는 그러한 관리를 받지 못했다.

안 씨의 그동안의 행적이 제대로 체크되고 관리됐더라면 이번 방화와 살인사건은 발생 이전에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했을 것이며, 그에 따른 예방조치로 안타까운 희생사건은 없었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전문 정신심리상담사'  도입 등 시급

이처럼 우리 사회는 자신의 끓어오르는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고 폭발시키는 분노조절장애로 인한 ‘분노 범죄’가 매년 늘고 있다. 대검찰청 자료에 의하면 전체 살인사건에서 사회 불만에 의한 우발적 살인사건의 비중은 2015년 38%, 2016년 39%, 2017년 42%로 갈수록 늘고 있다.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쌓여있던 스트레스가 어느 한 순간 폭발하면서 전혀 상관없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치는 분노조절 장애 범죄는 지난해 10월 14일 서울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을 비롯해 올해만 해도 ‘성신여대역 행인상대 칼부림 사건’, ‘부산 범천동 고시텔 방화사건’, ‘진주 70대 노인 무차별 폭행사건’, ‘부산 대학생 피습사건’ 등으로 계속 이어졌다.

이러한 분노조절장애에 따른 ‘묻지마 범죄’를 저지르는 이들의 10명 중 1명은 정신질환자라고 한다. 따라서 정부와 국회가 정신질환자들의  관리를 위한 관련법과 제도의 정비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하지만 현재 전체 중증정신질환자 중 정신보건시설에 등록된 사람은 10명 중 3명에 불과하다. 그만큼 정신질환을 앓는 범죄 우려자에 대한 등록의무화와 정보 공유는 물론 이들에 대한 효율적인 치료가 시급하다.

특히 현재 정신질환자 관리의 초점이 감금과 치료에서 '사회 복귀'로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시점에서 환자에 대한 더욱 철한 사후 관리가 더욱 절실한 실정이다. 그러한 방법의 하나로 정신질환자의 퇴원절차를 더욱 까다롭게 해야 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아울러 치료가 필요한 정신질환자를 강제로 치료받게 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치열한 사회 갈등구조에서 주변인으로 밀려난 이들이 겪는 스트레스를 보듬고 치유할 ‘전문 정신심리상담사’ 제도의 도입 등을 통한 근원적인 해결방안이 필요하다는 견해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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