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국가들 '쓰레기 전쟁' 선포

쓰레기…지나치게 많은 소비가 근본적 원인

천보라(boradoli@goodtv.co.kr)

등록일:2019-05-03 21:0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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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리핀과 캐나다가 쓰레기 문제로 갈등을 빚는 가운데, 지난 4월 29일(현지시간) 필리핀 마닐라의 캐나다대사관 앞에서 현지 환경단체 주관으로 집회가 열렸다. 사진은 시위자들이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 사진을 앞세우고 캐나다에 "쓰레기를 되가져가라"고 촉구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말레이시아, 7개월간 쓰레기 약 75만t 반입
필리핀과 캐나다 쓰레기로 외교 마찰 커져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쓰레기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지난해 중국의 폐기물 24종 수입 중단 조치 이후 선진국에서 발생한 쓰레기가 동남아시아 국가들로 한꺼번에 밀려들면서 외교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특히 이들 국가에 방치된 쓰레기에 벤젠과 다이옥신 등 유독성 물질이 포함된 것으로 밝혀지면서 쓰레기 문제는 국제사회로 공론화되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최근 전 세계 각국에서 밀려든 불법 쓰레기로 골머리를 썩이고 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지난달 23일(현지시간) 미국·영국·독일·호주 등 선진국에서 밀반입된 플라스틱 쓰레기를 적발해 본국으로 돌려보내기로 했다.
 
말레이시아는 중국이 폐플라스틱 수입을 중단한 이후 전 세계 플라스틱 쓰레기가 가장 많이 밀려드는 국가다. 그린피스 말레이시아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말레이시아에 지난해 1~7월까지 총 7개월간 반입된 쓰레기만도 75만 4,000t에 달했다. 이에 말레이시아는 지난해 10월부터 폐플라스틱 수입허가 발급을 중단하고 불법 쓰레기 단속을 강화해왔다. 
 
필리핀과 캐나다는 쓰레기 문제로 오랜 갈등을 빚고 있다. 최근엔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캐나다를 상대로 '쓰레기 전쟁'을 선포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캐나다에서 필리핀으로 불법 수송된 쓰레기 컨테이너를 5월 초까지 되가져가라며 "그렇지 않으면 내가 캐나다로 배를 타고 가 그들 쓰레기를 거기에 버릴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해당 쓰레기는 지난 2013~2014년 보내진 것으로 유독성 폐기물이 포함됐다고 알려졌다. 이 문제에 대해 필리핀 정부에서는 그간 여러 차례 외교적으로 항의를 제기한 바 있다. 하지만 캐나다 정부는 "민간 차원에서 이뤄진 일"이라며 민간 업체에 쓰레기 회수를 강요할 권한이 없다는 입장만 고수해왔다.
 
캐나다가 미온적 입장으로 일관하자 필리핀 국민들은 거리로 나섰다. 지난달 29일 필리핀 마닐라의 캐나다대사관 앞에는 현지 환경단체 주관으로 집회가 열려 시위자들이 군집했다. 이날 모인 시위자들은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 사진을 앞세워 쓰레기 회수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필리핀에서 쓰레기가 외교 문제로 비화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지난해에는 한국에서 불법적으로 수입된 대규모 쓰레기 문제가 공론화되면서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쓰레기 문제가 양국 간 외교 마찰로 커지자 환경부는 대집행을 통해 이 중 일부를 되가져온 바 있다. 말레이시아와 필리핀 이외에도 태국과 베트남 등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들도 폐기물 수입 제한에 나섰다. 
 
쓰레기와의 전쟁은 동남아시아 국가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세계 최대 플라스틱 소비국으로 알려진 한국은 이미 '쓰레기 불법 수출국'이라는 오명을 쓴 지 오래다. 말레이시아와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국가에는 여전히 한국에서 불법으로 수출된 쓰레기가 산을 이루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 전역도 쓰레기에 시름 앓고 있다. 평택항 동부두 컨테이너터미널에는 지난해 필리핀에서 반송돼 오갈 데 없는 폐기물 컨테이너 195대가 줄지어 있다. 또 전국 곳곳에는 쓰레기가 쌓여 거대한 '쓰레기 강'과 '쓰레기 산'을 이루고 있다. 환경부 집계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 1t 넘는 쓰레기 산은 235개에 달하며, 규모만 약 120만t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전 세계를 뒤덮은 쓰레기 문제는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쓰레기 수출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합의를 끌어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지난해 열린 '바젤협약(유해 폐기물의 국가 간 이동 및 처리에 관한 국제협약)'에서 노르웨이가 유해 폐기물 대상에 폐플라스틱을 포함하는 내용을 제안했지만, EU·캐나다·일본·호주 등 선진국들이 반대한 바 있다.
 
환경 전문가들은 "플라스틱 폐기물 처리 문제는 지나치게 많은 소비가 근본적인 원인"이라며 "환경문제는 돌고 돌아 우리에게 되돌아온다. 전 세계적으로 플라스틱 사용 등 환경문제에 대한 인식이 바뀌지 않으면 쓰레기라는 악순환을 막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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