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이 있는 5월은 가정의 의미를 되돌아볼 수 있는 ‘가정의 달’이라고 한다. 예로부터 우리나라는 대가족을 중심으로 가정의 질서와 중요성, 예의가 강조돼 왔다. 하지만 산업사회의 발전과 핵가족화 현상의 심화로 한국사회에서 가정해체의 속도는 빨라져가고 있다. OECD 국가들 중에서 ‘이혼율 1위’라는 불명예를 지닌 21세기 한국사회에서 가정의 참된 의미는 무엇일까? 또한 해체위기의 가정에서 올바른 가정의 회복을 위한 노력들을 조명하면서 가정의 참된 의미를 되짚어본다.<편집자 주>

 
 ▲이재동 한마음장례실천나눔회 사무국장 ⓒ데일리굿뉴스
가족조차 외면한 죽음…더는 쓸쓸하지 않도록

최근 홀로 죽음을 맞이하는 무연고사망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보건복지부 통계가 발표됐다. 무연고사망자 중에는 실제 가족이 있으나, 살아서도 죽어서도 가족에게 버림받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세상으로부터 단절된 사람들이 해마다 증가하는 가운데 이들을 찾아가 마지막 길에 동행하는 봉사 단체가 있다.
 
한마음장례실천나눔회 시작은 1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재동 사무국장은 길에서 우연히 충격적인 현장을 목격했다. "혼자 살던 할머니가 사망하신 지 4일이 넘었는데 장례업자가 가족이 없으니(돈이 안 된다고) 그냥 돌아가더라고요. 내가 비용을 지불할 테니 장례를 잘 치러 달라고 부탁했죠." 얼굴조차 모르는 할머니의 장례를 치르고 지불한 비용은 480만 원이었다.
 
이 일을 계기로 그는 지인들과 함께 어려운 사람들의 장례를 돕는데 나섰다. 천주교와 교회 등 종교단체도 힘을 보탰다. 10명이었던 회원이 수백 명으로 불어나고 범위가 커지면서 3년 만에 보건복지부 소속 사단법인이 설립됐다. 이름은 당시 보건복지부 주무관이 제안한 '한마음장례실천나눔회'로 결정했다. 이 국장도 직접 장례 교육을 받고 대학교에서 웰다잉까지 전공하며 박차를 가했다.
 
본격적인 활동과 함께 의뢰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촌각을 다투는 긴박한 상황도 있었다. "필리핀 민다나오에서 납치된 아버지의 시신을 찾아달라고 의뢰가 왔어요. 어릴 때 부모가 이혼하는 바람에 어머니는 안 계시고 가정 상황이 그리 좋지 않았어요. 돈도 여러 차례 보냈는데 중간에 한국 브로커까지 끼어 액수만 점점 불어났더라고요." 그는 이사회를 소집했다. 이사들은 모두 만류했다. 민다나오는 정부군의 손이 닿지 않는 내전 지역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고집을 꺾을 수 없었다. 이 국장은 가족에겐 호주에 사는 동생에게 간다고 둘러대고 유서를 써놓은 채 필리핀으로 출국했다. 다행히 태권도 사범 시절 제자들이 현지에 있어서 사전에 도움을 많이 받았다. 현지 경호원을 고용하고 호텔 3곳을 옮겨 다니며 첩보 작전을 펼쳤다. 우여곡절 끝에 시신을 찾았다. 그야말로 기적 같은 일이었다. 대사관의 도움으로 한국에 돌아온 그의 품에는 유골함이 안겨 있었다. 공항에서 기다리고 있던 고인의 두 딸은 이 국장을 보자마자 무릎을 꿇고 평생 은인이라며 오열했다. 
 
 ▲이재동 한마음장례실천나눔회 사무국장 ⓒ데일리굿뉴스

나눔회의 활동은 장례를 돕는 일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이 국장은 아들과 며느리에게 방치된 채 죽지 못해 사는 노부부를 구출하기도 했다. "할아버지가 전화를 주셨어요. 할머니와 자신의 장례를 치러줄 수 있겠냐고 하시는데 느낌이 안 좋더라고요. 그래서 통화를 계속하면서 할아버지 댁으로 찾아갔죠." 이 국장은 골목어귀에서 할아버지를 발견했다. 할아버지의 손에는 검은 봉투가 들려있었다. 쥐약이었다. 이 국장은 할아버지를 설득해 집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입구서부터 악취가 진동했어요. 성인 두 명이 누우면 꽉 찰만한 비좁은 공간에 몸무게가 180kg 되는 할머니가 꽉 끼어 옴짝달싹 못한 채 누워계시더라고요. 그런데 한쪽 공간에 침대가 있는 거예요. 물어보니 아들 내외와 함께 지낸다고 하시더라고요. 나라에서 나오는 돈 때문에 함께 살면서 정작 돌보지 않고 방치했던 거예요."

이 국장은 분노했다. 하지만 상황이 상황인 만큼 아들 내외를 설득해 할머니를 병원으로 옮겨야 했다. 그러나 아들 내외는 완강히 거부했다. 결국 그는 할아버지의 동의를 얻어 회원들을 집합시켰다. 성인 남자 4~5명이 들것을 메고 이리저리 움직인 지 몇 시간이 지났을까. 할머니는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나눔회 활동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전국에서 의뢰가 빗발쳤다. 의뢰가 많아질수록 적자도 불어났다. 이 국장은 활동을 위해 그간 개인 부동산을 처분했고 8억 원 이상의 돈을 쏟았다. "사람이 죽으면 보통 80만 원에서 250만 원까지 들어갑니다. 저희 나눔회는 회원들의 회비로 운영하다 보니 운영에 어려움이 큽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회비마저도 줄고 있는 상황이다. "작년엔 8,400만 원 적자가 났습니다. 제가 계속 메우고 있는데 이게 누적되니깐 고민 아닌 고민이 됩니다."  
 
하지만 어려움 속에서도 힘닿는 데까지 달려가겠다는 이 국장. 그는 "최근 가정해체 등의 문제로 고독사가 증가하고 있다"며 "내 자식만 최고라는 부모의 잘못된 교육으로 개인주의가 팽배해졌고, 내가 어려우면 이웃은커녕 부모조차 돌아보지 않게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아이들이 부모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학교 등 외부에서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하며 "더불어 우리 사회는 또 다른 가족이다. 서로 사랑하고 포용하고 이해하면서 사회라는 가족이 형성됐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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