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일 일본이 30년 4개월 만에 새로운 시대를 맞이했다. 바로 레이와(令和)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레이와 시대 개막이 앞으로 한일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나루히토 일왕과 마사코 왕비가 왕궁(항거)에서 국민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文정부, 미래지향적 관계 기대
 
‘레이와’는 일본 정부가 발표한 새 시대 연호다. 지난 4월 30일 아키히토 일왕이 퇴위하고 그의 장남 나루히토 왕세자가 5월 1일 새 일왕으로 즉위하면서 공식화됐다. ‘아름다운 조화’라는 뜻이다.
 
일본에 도래한 레이와 시대에 일본 국민들은 환영했다. 일본 대중 가수들은 새 연호를 주제로 한 신곡을 잇따라 발표했다. 유명한 일본 디저트 팥빵 ‘도라야키’ 위에는 레이와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도쿄역이나 시부야, 우에노 등 주요 번화가에는 ‘고맙다 헤이세이’나 ‘어서와, 레이와’ 등을 적은 현수막이 줄지어 걸렸다.
 
통계조사 결과도 이를 방증한다. 요미우리신문이 3일 간에 걸쳐 18세 이상 1,053명을 조사한 결과 일본 국민 58%는 레이와 시대에 일본이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응답했다.
 
일본 정부 역시 레이와 시대에 거는 기대감이 크다. 최근 아사히신문은 “아베 신조 정권이 레이와 시대에 대한 기대감과 6월 말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개최를 계기로 분위기를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전망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아키히토 일왕에게 서한을 통해 “천황의 즉위를 축하하고 앞으로도 한일관계가 미래지향적으로 발전해가길 기다한다”고 전했다.
 
이처럼 레이와 시대 개막과 함께 빠트릴 수 없는 것이 한일관계 전망이다. 나루히토 새 일왕은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평화를 추구하는 성향으로 평가된다. 때문에 양국 관계가 풀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해석도 있다.
 
최악 ‘한일관계’에 반전 오나
 
하지만 현재 한일 두 나라는 정치, 경제 등 여러가지 분야에서 갈등을 거듭해 왔다. 위안부 피해자와, 강제징용 피해자 보상과 관련한 한국 법원의 판결, 독도가 일본 고유의 영토라는 왜곡된 사회교과서 검정 승인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한국이 일본의 수산물 수입 금지조치를 둘러싼 한일 무역분쟁에서 최종 승소해 일본의 수산물 수입금지를 유지할 수 있게 된 일이 있었다. 세계무역기구(WTO)의 최종 판정을 인정하지 않는 일본은 6월 오사카 G20 정상회의에서 WTO 개혁을 거론할 것으로 보도됐다.
 
이같은 한일 악화 중심에는 일본 보수 우익세력의 핵심으로 간주되는 아베 신조 총리가 있다. 아베 총리는 연호 교체와 새 일왕 즉위에 맞춰 헌법을 개정하겠다는 의지를 되살리고 있다.
 
아베 총리의 우경화 움직임이 본격화할수록 얼어붙은 한일관계 개선은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공노명 전 외무부 장관은 “한일이 충돌하지 않으려면 브레이크를 밟아야 하는데 양쪽 어느 측도 밟지 않고 있다”며 “한일 모두 의지가 없어 당분간 관계 개선은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남상구 동북아역사재단 한일역사문제연구소장은 “새 천황 역시 아버지의 역사 인식과 크게 다르지 않으나 헌법상 천황은 정치 개입이 불가능하다”며 “나루히토 천황이 한일관계 개선에 일정 역학을 할 것이라는 기대는 있으나 적극적 행보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일 전문가들은 G20정상회의가 한일관계 개선의 차선책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자리에서 한일 정상회담이 성사될 지가 핵심 관건이다. 일본 외무성 당국자는 “G20 정상회의 때 한일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은 열려 있다”며 “한일 양국이 현안을 서로 봉합해가며 협력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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